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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자A Jan 30. 2022

초등학교 시절의 억울한 이야기

아이의 귀여운 언행은 만들어진 것일지도

미용실에 온 김에 억울한 이야기가 생각나서

초등학생 때 체육복을 입은채로 땀 투성이로 하교하는데 어머니가 갑자기 동네 미용실로 부르셨다.

가보니 겸사겸사 내 머리도 자를때가 되었다고 같이 하고 가자는 이야기

꼬질꼬질한 나를 보더니 미용사는 머리부터 감아야겠다고 나를 안내했다.

따끈한 물로 머리를 감겨주면서 그는 물었다.

"어때? 좋지? 맨날 맨날 이렇게 했으면 좋겠지?"

딱히 뭐라 대답할 말이 없어서 나는

아 네 라고 웅얼거렸던 것 같다.

머리 수건을 덮고 몇계단 위에 있던 샴푸하는 곳에서 조심조심 내려가고 있는데

검정 굽높은 슬리퍼를 신고 있던 그 이모는 쪼르르 우리 어머니와 아주머니들이 앉아계신 데 가서 그랬다.

"ㅇ이가 매일매일 이렇게 머리 감겨줬으면 좋겠대요"

아주머니들은 소리높여 웃었다. 좋은건 알아가지고. 우리 ㅇㅇ이 돈 많이 벌어야겠네. 호강하니 좋으니 등등


십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나는 억울함만 앞서는 것 같다.

그건 사실이 아닌데


어린이들의 많은 귀여운 에피소드들은 이런 식으로 왜곡생산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당사자가 알든 모르든 간에 어른들 입맛대로


이제와서 그분은 이 일을 전혀 기억못하고 있을테고

어머니도 그럴테다.

본인이 하는일을 즐겁게 하느라 분위기를 띄우려 그랬는지

혹은 조금은 생색내고 싶어서 아니면 아무런 악의없는 농담이었든지

나는 자기 의견을 제대로 말 할 입장이 못되는 사람의 언행을 곡해해서

내 논에 물을 대지 않으려 노력한다.


파란색 추리닝 차림의 꼬질꼬질했던 내가 떠오르기 때문이겠지.

그리고 그렇게 사실을 있는그대로 따지기 좋아했기 때문에 기자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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