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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다현 철학관 Sep 19. 2023

일일 택시 서비스

30대 은퇴 준비 완료?!

스포츠산업협회 일본 트립 뒤풀이를 양평에서 했다.

몇몇 분들은 오전에 라운딩 하시고 나머지는 저녁 6시까지 양평의 한 고깃집에 모였다.


사회에서 만나 이렇게 재밌게 놀 수 있을까? 아니면 이 분들이 재밌는 걸까? 사실 공적으로 만났다면 이런 모습이 있는 줄 몰랐을 것이다.


어찌 되었건,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집에 가는 길에 이사님 한 분을 서울까지 모셔다 드리는 길에 나눴던 이야기들을 기록하고 싶어서다.


박대표 님은 나보다 1살 더 많은 91년생이다. 일본에서 만났을 때도 어려 보이셔서 사업을 크게 하고 있는 줄 몰랐다. 사실 나는 아무도 무슨 일 하는지 전혀 알지 못한 채 만났다. 내가 브랜드 런칭 준비하느라 여행 준비를 하나도 못하고 아침에 캐리어도 아닌 배낭가방에 대충 옷 몇 벌, 책 몇 권만 챙겨 갔기 때문이다. 한국에 와서 다들 주고받은 명함을 한 번씩 훑어보며 또 인스타그램 친구를 하며 새삼 대단한 분들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박대표 님은 특히나 정말 놀랐다. 직원이 200명 정도 되는 남다른 사업 규모와 이력에 놀랬다. 운영하시는 네이버 블로그에 댓글까지 달았다. 멋있으시다고. 그런 분과 1시간 드라이빙을 하며 진솔한 대화를 나눌 기회가 생기다니.


어떤 대화로 시작을 했었나? 아! 브랜드 런칭한지 얼마 되지 않는 내게 왜 사업을 하냐는 질문으로 대화가 시작되었다. 대표님이 내게 물었다. 생각보다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다고. 근데 난 명확했다. 자유요. 자유 때문이죠. 박대표 님 역시 같은 이유였다. 시간과 돈과 장소로부터자유. 대표님은 2년 뒤, 은퇴 계획을 갖고 있다. 2019년, 너무 힘들어서 1년 쉰 적이 있는데 그때의 기억이 너무 좋다고 했다. 딸과 아내와 함께 제주도에서 보냈던 시간들이 너무 좋았다고. 내가 꿈꾸던 경제적 자유를 눈앞에서 누군가는 이미 거의 다 이뤘다는 게 신기했다. 불가능한 일이 아니구나, 천년만년 걸릴 일도 아니구나.


그러면서 내 이야기를 했다. 나는 왜 자유를 갈망하는지를. 의외로 소박한 대답을 했다. 즐겁게 운동하고 싶어요. 행복하게 취미를 즐기고 싶다고 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여러 가지 운동을 하며 자랐다. 영국에 있었을 때부터 수영과 승마를 했고, 어른이 돼서 다시 취미를 키워서 서핑, 자전거, 스케이트보드를 탄다. 어느 날 서핑을 하는데 이렇게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보드도 사야 되고 슈트도 계절별로 사야 되고. 자전거 탈 때도 더 좋은 거 타야 되고 장비도 사야 되고 옷도 사야 되고... 남들 보여주기 위해서 그렇게 해야한다기 보단 진짜 나는 갖고 싶었다. 돈 쓸 일이 너무 많은데 당시 월급으로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 당시에도 월급과 부수입이 있었는데도 부족했다. 그래서 더 즐겁게 나답게 살려면 돈이 넉넉히 필요하단 생각을 했다.


함께 스포츠를 즐기는 언니오빠들이 나랑 10살 정도 차이가 나는데, 당시 20대 후반이었던 나는 30대 후반에도 젊고 건강한 신체로 즐겁게 운동할 수 있다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내가 지금 여기서 이러고 있을게 아니라 10년만 사업에 집중해서 시간과 맞바꿀 수 있는 파이프라인을 심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이야기를 대표님께 들려주었다. 대표님이 웃었다. 결국 서핑이 하고 싶어서 사업하는 거냐고. 어떻게 보면 맞는 말이다. 더 진하게 즐기고 싶다 인생을. 그리고 내 대학생 때 이야기를 해줬다. 배낭매고 여행 다니며 살았던 이야기와 함께, 아직 더 탐험해보고 싶은 곳들이 많다고. 대표님은 내 진짜 자유로운 영혼이라고 했다.


그것에 이어 인문학, 철학, 심리학 인간과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관계가 힘들다고 했다. 아무래도 내가 리더로서 부족한 것 같다고. 그릇이 아직 작은 것 같다고 했다. 대표님은 자기가 관계로 힘들었던 이야기와 어떻게 극복했는지 알려줬다. 물론 나의 답은 다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론 안도감이 들었다. 내가 제대로 하고 있구나. 맞게 가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내가 지금 관심 있어하는 것, 읽고 있는 책, 하고 있는 생각들 이미 그가 지나온 길이다.


그는 한편으로 내 부럽다고 했다. 2년 뒤면 은퇴 계획이 있는 자산가가 왜 내가 부러울까? 그는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 때 주변에 선배가 없어서 힘들었다고 했다. 아마도 그가 보기엔 내가 그 때의 대표님보다 넉넉한 자원을 갖고 있다고 생각던 걸까? 그렇다면 나는 절대 실패할 수가 없구나. 성공구나.


"그럼~ 포기만 안 하면 돼."

"나도 안될 줄 알았는데 하니까 되던데?"


아무 데서나 내려주면 택시 타고 집에 가겠다는 대표님을 결국 집 앞까지 모셔다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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