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Past Lives 리뷰
요즘 종종 KT에서 주는 영화 할인을 잘 애용하고 있다. 그래서 혼자서 부쩍 영화 보는 일이 많아졌는데, 어제도 미리 예매해 둔 영화를 취소하고 싶지 않아 아픈 몸을 이끌고 다녀왔다. 요즘은 듄 같은 영화도 즐겨보긴 하지만 이런 잔잔하고 여운이 있는 영화들이 사실은 더 좋다. 원래 좋아하던 취향은 이쪽인 듯하다.
*스포주의
영화를 보기 전에는 당연히 주인공 남녀가 오랜 시간 끝에 연이 닿아 당연히 결혼을 하거나 해피엔딩으로 끝날 줄 알았다. 하지만 주인공 노라의 선택은 그렇지 않았다. 마지막 장면이 아직도 꽤나 인상 깊다. 유태오가 맡은 역할, 자기를 보기 위해 뉴욕까지 날아온 해성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와 기다리고 있던 남편의 품에 안겨 우는 모습, 같이 그렇게 부둥켜안고 집으로 들어가는 뒷모습이 나는 더 현실적이고, 좋았다. 노라와 아서, 무엇이든지 다 나눌 수 있는 관계, 어떤 이야기도 받아들여질 수 있는 관계, 나는 그 둘의 관계가 더 부럽고 좋아 보였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들, "그와 나는 어떤 인연이었을까?"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8천 겁의 연을 쌓는 중인 걸까? 가끔 그런 사람들이 있지 않나. 진짜 운명처럼 내 인생에 짠하고 나타나는 사람들. 그래서 그가 나의 인연일까 상상을 하기도 했었지만, 우리는 그냥 쿨하게 악수만 하고 뒤도 안 돌아보고 그렇게 헤어졌다. 물론 나는 어디선가 다시 만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뭔가 부부의 연이란 건 대체 뭘까? 그리고 지나간 많은 연들은 또 뭘까? 영화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1달 사귄 전남자친구와 걸었던 길을 걸어오면서도 그와는 또 무슨 연이었을까? 약간 꼴도 보기 싫은 전생에 부부였을까? 뭐 그런 쓸데없는 생각들을 하며 집으로 걸어왔다.
예전에는 젊음이 아깝고 시간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연애를 하는 것,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에 집착했었던 것 같은데, 이제는 살짝 귀찮아지면서 내 시간이 너무 소중해졌다. 누구도 나를 알아가는 만큼의 즐거움을 주지는 못하는 것 같다. 그리고 이제는 나도 내가 우선순위에 있다 보니까, 나를 제쳐두고 빠져서 하는 연애는 안 하고 싶어졌다. 하지만 노라와 해성을 보면서 저런 인연도 참 재밌겠다. 평생 잊을 수 없는 소꿉친구이자, 첫사랑이자, 소중히 간직하고 싶은 사람. 낭만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