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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다현 철학관 Apr 09. 2024

결혼을 해야 되나 말이야 되나

오늘도 쓸데없는 고민의 연속

그래서 결혼할 사람은 있냐고? 아니, 그런 거 없다. 없는데도 늘 고민이 되는 부분이다. 결혼할 나이가 되고, 친구들이 다 결혼을 해서 자연스럽게 "할 때"라는 걸 받아들이긴 한 것 같다. 그런데 나는 결혼식은 안 하고 싶다. 식에 대한 로망도 없다. 요즘은 때가 때인지라 진지하게 나에 대해서 더 알아가보려고 한다. 내가 진짜 결혼에 적합한 사람인가?


오늘도 인터뷰하러 와서 은근슬쩍 물어봤다. "언니는 결혼 어떻게 했어요?", "어떻게 만났어요?" 내가 결혼 생각이 있다는 것에 꽤나 놀래하셨다. 외모 때문인지, 나의 자유분방함 때문인지 모두가 나를 비혼주의자로 알고 있지만 난 내 입으로 한 번도 그런 말을 해본 적이 없다. 어릴 때부터 일찍 결혼이 하고 싶었고, 아이를 좋아하고, 돌봄을 꽤나 잘하는 편이다. 고양이 3마리를 아주 잘 키우고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어느 날 미국에 있는 친척언니랑 연락을 했는데, 언니가 계속 결혼하지 말란다. 자기가 해봐서 안다고, 그래서 이렇게 말해줄 수 있는 거라고, 하지 말고 그냥 지금처럼 행복하게 살란다. 물론 언니가 불행하다는 것은 아니다.(조금 버거운 것 같기도 하고..) 언니는 토끼 같은 자식을, 내 귀여운 조카를 둘이나 낳고 미국에서 아주 잘 살고 있다. 하지만 백인 사회에서도 일잘러로 인정받은 언니가 미혼인 직장 동료 여성들을 보면서 '결혼을 안 했더라면, 자식을 안 낳았더라면..' 뭐 그런 생각을 하고 있나 보다.


독서모임에서 누가 책에 그런 내용이 있다며, 인간에게 행복은 사랑하는 사람과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라고 한다. 홀로 출장 겸 여행을 와서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혼자 밥을 먹게 될 나는 불행한가? 꼭 그렇지만도 않다. 나는 요즘 혼자인 게 너무 행복한 사람이다. 근데도 연애는 하고 싶다. 사랑이 하고 싶다는 말이 더 맞는 말일 수도 있겠다. 내 삶의 증인이 되어줄 사람은 한 명쯤 옆에 두고 싶긴 하다.

결혼, 대체 그게 뭘까? 뭐길래 이렇게 인생에서 엄청난 부분의 고민거리를 안겨주는 걸까? 확실히 타인을 나로 받아들이는 일이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인생이 사랑을 배우는 과정이라면 결혼을 한번쯤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일이란 생각이 든다. 제주도에까지 와서 결혼을 생각하고 있어야 한다니, 그래도 취향이 맞는 부부를 볼 때면 부럽기도 하다. 나도 내 때에 누가 있겠지 초연하게 생각하면서도, 저 사람들은 저렇게 인연으로 만나고 참 복 받았다는 부러운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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