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코로나, 그리고 재택근무가 가져온 색다른 일상
앞의 이야기는 여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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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인 아픈 삼색이를 병원에 데려가서 돌보겠다고 결심을 할 수 있었던 건 돌봄에 함께 해주겠다는 작업실 친구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건 나와, 삼색이를 처음 발견한 작업실 친구와, 그간 삼색이를 보아왔고 밥을 주었던 다른 친구들 모두가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혼자서는 엄두가 나지 않는 일도, 두 명이 되고, 세 명이 되고, 네 명이 되면 "할 수 있겠구나, "하고 뛰어들 수 있게 된다.
매일매일 오늘이 고비, 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삼색이는 입원하고 일주일이 조금 지나자 기력을 조금 회복하는 것처럼 보였다. 여전히 스스로 밥을 먹지는 못해서 수액으로 영양분을 섭취해야 했지만, 간호사 언니가 얼굴을 닦아주었더니 뽀얗고 깨끗한 얼굴을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기운을 좀 차리자마자 우리는 삼색이의 원래 성격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예민하고 까칠하고 경계심이 많은 삼색이는, 병실 안으로 간호사 언니의 손이 들어가자마자 하악질과 냥펀치 콤보를 날려주었다. 2년 전쯤 처음으로 작업실에서 삼색이를 봤던 것 같은데, 우리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던 걸 보면 그동안 얼마나 조용하게, 살금살금 다녔던 건지 알 것만 같다. 그런 삼색이가, 병원에 갇혀서, 사람 손에 계속 닿아야 했으니 얼마나 싫었을까. 그래도 화를 낸다는 건 그만큼의 에너지가 돌아왔다는 뜻이기도 해서, 다른 의미로 기쁘기도 했다.
삼색이는 콧물도 멈추고, 기력을 좀 찾기는 했지만 여전히 밥을 하나도 먹지 않는 것이 문제였다. 의사 선생님이 복막염 일지 모른다고 진단을 내리신 후, 우리는 다시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아직 정식으로 고양이 복막염 신약이 상용화되지 않은 상태라서, 5ml 작은 병 하나에 아주 비싼 약을 20주간 투여해야 한다는 것이 부담으로 다가왔다. 회사에 아는 분이 키우던 고양이가 복막염 진단받았지만 신약을 써서 회복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약값이 어마 무시하게 들었다는 이야기도 함께였다. 작업실 친구들과 병원비를 함께 부담하기로 했지만, 이 정도의 액수는 모두가 망설여지는 액수였다.
어떻게 해야 하나 누구 하나 먼저 말을 꺼내지 못하고 발 끝만 쳐다보고 있던 때였다. 카라 운영팀에서 일하시는 활동가분이 병원으로 내려오셔서 삼색이 보호자냐고 물어보셨다. 삼색이가 너무 심각한 상태로 병원에 와서 모두 오늘일까 내일일까 얘기하고 있었는데, 이만큼이나 회복되어서 너무 잘 되었다고, 모두 놀랐다는 말을 해주셨다. 그러면서 본인이 구조했던 길고양이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이 아기 고양이에게 어떤 치료제를 써도 밥을 먹지 않다가, 복막염 신약을 2병 투약했더니 그때부터 밥을 먹고, 기운을 차려 살아났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신약 가격 때문에 고민이 많이 된다고 했더니, 다 맞추지 말고 자기처럼 2병 정도만 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해주셨다. 게다가, 카라에 시민구조지원 프로그램이 있으니, 삼색이 치료비도 여기 지원해보면 지원비를 받을 수 있다고 꼭 지원하라는 팁까지 함께였다.
그때서야 찔끔 눈물이 났다. 부담해야 하는 액수가 너무 커서 나도 모르게 여기서 포기해야 하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 다른 방법을 찾아보지 않고 놓아 버리려고 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워서였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선에서, 포기해버리지 않고 삼색이를 살릴 수 있는 시도까지는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기뻤다. 아기 길고양이처럼 복막염 신약 2병으로 삼색이도 나아질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지만, 뭐라도 우리 선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이 생긴 것이 좋았다.
이제, 약을 구하는 것이 과제였다. 신약은 중국에서 들여와야 하는데, 2월에는 중국에서 코로나가 한창이라 쉽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수의사인 친구의 남편 찬스도 써보려고 알아봤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아서 카라 활동가님이 소개해주신 분께 연락을 해서 신약 2병을 사기로 하였다.
카라 시민구조지원 프로그램
https://www.ekara.org/rescue/c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