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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RI Feb 28. 2021

크리스마스를 잊는 달리기

정수련의 단련일기

유난히 조용한 크리스마스다. 24일 저녁 11시 30분의 지하철은 놀랍도록 텅텅 비어있었다. 조용한 크리스마스에, 우리는 달리기를 하기로 했다. 겨울의 달리기는 항상 살짝 긴장된다. 옷을 잘 갖춰 입지 않으면 달릴 때 너무 덥거나, 달리기가 끝나고 땀이 식으면서 너무 추워진다. 오랜만의 추운 날의 달리기라 귀마개까지 하고 달리기를 시작했다.

크리스마스인데도 마땅히 갈 곳이 없기 때문인지 달리기나 산책을 하러 나온 사람들이 꽤 보였다. 홍제천과 한강이 만나는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스팟(작은 천을 달리다가 한강과 만나면서 탁 트이는 하늘과 강의 만남이 언제나 드라마틱해서 좋다)에는 청둥오리와 가마우지로 보이는 까만 새들이 빛나는 윤슬을 배경으로 천천히 유영하고 있었다. 한강답지 않게 바닥까지 훤히 보이는 맑은 물 위로 새들이 움직이다 물고기를 사냥하려고 물 밑으로 내려가는 모습을 한참을 바라봤다.

달리기 중이었다는 사실도 잠시 잊어버리게 되는, 가장 화려하게 연말을 장식해야 할 크리스마스라는 것도 잊게 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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