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련의 단련일기
유난히 조용한 크리스마스다. 24일 저녁 11시 30분의 지하철은 놀랍도록 텅텅 비어있었다. 조용한 크리스마스에, 우리는 달리기를 하기로 했다. 겨울의 달리기는 항상 살짝 긴장된다. 옷을 잘 갖춰 입지 않으면 달릴 때 너무 덥거나, 달리기가 끝나고 땀이 식으면서 너무 추워진다. 오랜만의 추운 날의 달리기라 귀마개까지 하고 달리기를 시작했다.
크리스마스인데도 마땅히 갈 곳이 없기 때문인지 달리기나 산책을 하러 나온 사람들이 꽤 보였다. 홍제천과 한강이 만나는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스팟(작은 천을 달리다가 한강과 만나면서 탁 트이는 하늘과 강의 만남이 언제나 드라마틱해서 좋다)에는 청둥오리와 가마우지로 보이는 까만 새들이 빛나는 윤슬을 배경으로 천천히 유영하고 있었다. 한강답지 않게 바닥까지 훤히 보이는 맑은 물 위로 새들이 움직이다 물고기를 사냥하려고 물 밑으로 내려가는 모습을 한참을 바라봤다.
달리기 중이었다는 사실도 잠시 잊어버리게 되는, 가장 화려하게 연말을 장식해야 할 크리스마스라는 것도 잊게 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