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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쌤아이언 Apr 13. 2022

#다섯 번째 편지. 물리적 중력만 있는 것이아니다.

: 학습에 작용하는 지적 중력을 이겨내자

저번글(#세 번째 편지)에서 일주일에 두 번 정도 빠지지 않고 하는 일이 있다고 전한 적이 있죠. 

바로 운동이었습니다. 집에서 5분 거리에 있는 내천의 산책로를 걷고 뛰며 철봉에서 턱걸이를 하고 돌아옵니다. 30분간의 운동만으로도 기분좋은 땀을 흘릴 수 있습니다. 이 정도의 운동으로 복근이 차승원처럼 섹시해지거나, 등 근육이 권상우처럼 넓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단지 'To Keep Status Quo' 일뿐이니깐요.  즉, '현.상.유.지'.


이를 위해서 주 2회의 각각 30분의 시간이 필요한 것입니다. 이 시간까지 투자하지 않으면 체력이 떨어지고, 아주 적게 나마 유지하고 있는 작은 근육들이 새벽녘을 지나 아침 동 틀 때에 사라지는 별들처럼 어느새 존재치 않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습니다. 바로 이것이 주7일 중 주7일을 모두 일하고 있는 저와 같은 바쁜 직종의 직업인이 운동을 게을리 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그냥 그대로 있는 것이 아니라, 몸의 근육이 처지고 없어지게 됩니다. 

저는 이 이유를 곰곰히 생각하다가 , 그것이 '중력'에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다달았지요.  

지구에 있는 모든 것들은 결국 중력을 이겨내는 노력을 통해 서 있거나 나아가는 것 뿐입니다.  

어린아이의 걸음마부터, 에어버스Airbus 비행기까지 말이죠. 이 중력이라는 놈이 사람의 근육까지도 잡아 당겨서, 저는 이 중력에게 매주 2회씩 도전장을 던지고 사투를 벌이고 있는 셈이지요.  


근데 이 중력이라는 놈은, 물리적인 대상만 잡아 당기는 것이 아니에요. 정신적인 영역까지 땅 밑으로 떨어뜨리는데 그것이 바로, '기억력'입니다. 학습에도 결국 중력이 작용하는 것 입니다. 학생들이 완벽하게 소화한 내용도 시간이 지나면 기억나지 않는 일이 바로 이 중력 때문인 것 입니다. 


A학생이 모의고사가 끝난 후, 얼굴에 실망감을 가득 안고 상담을 신청했습니다. 수업 듣고, 복습까지 꾸준히 하고 있던 성실한 학생이었습니다.  나름 그동안의 살았던 삶과 비교해봤을 때, 이렇게까지 공부한 적은 없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녀석의 하루 학습량과 한 주의 학습커리큘럼을 보니, 참 '호사'스럽다 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더군요. 월,수,금은 1시간30분씩 운동시간이 끼어있고, 일요일은 교회에서 하는 유년학습반을 담당한다고 합니다.  뿐만아니라, 일주일에 두 번은 여자친구를 만나는 날이 정해져 있답니다. 여기까지 들으니 기가 막혔습니다.


제가 가르치는 일부 학생들은 통학시간을 줄이기 위해, 학원 앞 고시텔에서 살고 있을 정도의 열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밥 먹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혼자 먹을 먹거나, 빵으로 점심을 대신하기도 합니다. 그런 것에 비하면, 이 녀석은 'To Keep Status Quo' 만 하고 있던 것이지요. 모의고사 성적이 오르지 않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딱 떨어지지 않을 정도만 공부하고 있는 것입니다. '중력'에 지지 않을 정도로만 딱, 그정도만 한 것이지요. 무無열정과 안일한 태도로 책상만 지키고 있는 만년 과장 직장인을 떠올린다면 맞을 것입니다. 딱, 월급이 들어올 수준으로만 일하는 놀라운 재주를 제외하고는 그 어떤 업무 능력도 키우고 싶어 하지 않는 그런 직장인 말이죠. 


모의고사를 보고 성적이 변하지 않는 녀석들은 제가 주2회 현상 유지만을 위해 운동을 하듯, 현상유지정도의 학습량만 하는 것입니다. 반면 성적이 오른 학생들은, 현상유지를 위해 필요한 필수적 정량 학습량을 채운 후, 그것을 훌쩍 뛰어 넘는 양을 추가로 채웠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저는 이것을 '현상도약' 이라고 설명했었죠.(#세 번째 편지). 

이 학생들의 공통점은 지적 중력이 그들의 지식을 끌어내리기가 무섭게 다시 올린다는 겁니다. 산악 영화에서 자주 나오는 그런 장면처럼 말이죠.  가파른 바위산을 육체적 힘 만으로 기어 오르는 장면들. 밑을 보면 아찔한 높이에 추락하기라도 한다면, 뼈를 추스릴 수조차 없는 긴장감이 배어 나오는 그런 장면 있잖아요. 혹은 낭떠러지에 매달린 동료를 끌어올리기위해 악다구니를 쓰는 것처럼 그렇게 중력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는 것이죠. 이런 태도로 공부를 하는데 점수가 오르지 않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 외국서적 Cliffhanger


턱걸이를 해본 사람은 잘 압니다.'아, 내 몸뚱이가 이렇게 무거웠구나..' '내 한 몸 끌어올리는 것이 정말 쉽지가 않구나..' 이말은 '내 몸에 작용하는 중력이 이렇게 강하구나' 라는 표현과 다름없습니다. 몸에 작용하는 중력이 이러한데, 보이지 않는 중력인 지적 중력의 작용은 어떨까요. 꾸준히 성적이 올라가는 학생은 이런 무거운 지식을 끌어올리며, 지적 중력에 저항하며 살았던 것입니다. '보이지 않는 손' 만큼이나 무섭고 정직하게 작용하고 있는 이 지적 중력을 이겨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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