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쌤아이언 Apr 13. 2022

#네번째 편지. 강사를 춤추게 하는 것

: 앞자리 학생들의 호응과 관심이 정말 중요해

한 의사와 관련된 글입니다. 

파킨스병에 걸린 그녀는 치료와 휴식을 위해 제주도로 거처를 옮겼습니다. 

어느 햇볕 좋은 날에 친구와 함께 이중섭거리를 걷고 있었습니다.

때마침 거리에는 아버지와 아들이 기타와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모여 있었지만 다들 무표정한 얼굴로 음악을 들을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의사와 친구는 연주가 끝날 때마다 "브라보!" 를 외치며 박수를 쳤습니다. 

두 아줌마의 응원이 통했는지 구경만 하던 사람들도 박수를 치기 시작했고,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 들었으며, 두 연주자의 얼굴은 밝아지면서 더욱 열정적으로 연주를 했습니다.


ⓒrichardhewat


그녀는 생각했습니다. '누가 길거리 공연을 하나보다' 하고 그냥 팔짱을 끼고 들어볼 수도 있겟지만

호응해주고 감탄해주면 그 순간의 즐거움은 몇 배가 된다고 말이죠.

간단한 몇 마디로 몇 배의 행복을 느낄 수 있다니, 세상에 이 만큼 남는 장사가 어디 있겠습니까.

연주를 하는 사람을 위해서보다는 자신을 위해서 '감탄'을 건네주세요. 


위 이야기는 정신과의사이자 <서른살이 심리학에게 묻다>의 저자 김혜남씨의 이야기입니다. 



수업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일부 학생들, 특히 앞자리에 앉은 학생들은 호응을 더 잘해줍니다. 고개를 분명하게 끄덕이고, 눈썹을 더 잘 치켜 세우며 수업을 잘 듣고 있다고 보여줍니다. 반면에 뒷자리에 앉은 녀석들은 자신의 일이 아닌 듯 그렇게 교실에 존재하기도 합니다. 

앞자리 학생들의 호응과 관심에 저는 힘을 얻고 더욱 즐겁게 수업을 진행해 나가지요. 따라서 수업에 수동적으로 참여하는 학생들은 앞자리의 학생들에게 고마워 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그 친구들의 호응이 없었다면 그냥 지나쳤을 구문 구조와 문법 구조, 그리고 예문이 순간적으로 튀어나와 결국 교실 전체의 학생들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입니다. 


동의어를 판서할 때, 다른 반에서는 꺼내지 않았던 세 번째 기출단어가 나오기도 합니다. 학생들이 보여주는 반응과 호응이 신기하게도 선생의 즉흥적 행동을 유발한 것입니다.  'passable' 의 동의어로 'sufficient'만 말해줬던 반이 있고, 'sufficient'와 'satisfactiory'를 함께 말해준 반이 있습니다. 수업을 준비할 때, satisfactiory는 생각해놓지 않았던 단어였는데 정말 갑자기, 짜~안! 하고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마치 길거리 악사를 만난 제주도의 보행객들이 그날 따라 더 신나는 연주를 들을 수 있었던 것이 유난히 호응 좋았던 두 명의 의사 아주머니 덕분인 것처럼 말이죠.  물론 앞자리 학생들만이 호응을 보여주는 것 만은 아닙니다. 중간과 뒷자리에 앉아 있는 에너자이저 같은 녀석들은 비록 주변 학생들의 존재 때문에 크게 대답하지는 않더라도, 집중과 이해의 눈빛 혹은 이해가 안될 때는 고개를 갸우뚱하는 바디랭귀지를 보이면서 수업에 몰입을 합니다.  또한 저와 한번이라도 더 눈을 맞추려고 시도하는 것을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무척 고마운 학생들 입니다. 


녀석들이 있기 때문에 신이 납니다. 신명나게 강의를 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고래를 춤추게 하는 것은 칭찬이라고 합니다. 선생을 춤추게 하는 것은 진심의 호응과 반응입니다.

고래의 멋진 춤으로 더 큰 혜택을 얻는 사람은 다름 아닌 바로 그 앞의 관람객들입니다.

마찬가지로 강사의 고무된 춤의 혜택이 온전하게 돌아갈 곳은 한 곳 밖에 없겠네요.

작가의 이전글 #세 번째 편지. 현상유지와 현상도약의 능동적 조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