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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쌤아이언 Apr 13. 2022

#여섯번째 편지. 선생이 모든 학생을 좋아하는가.

: 불합격할 학생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불합격한다

수년동안 강의를 해보면, 칠판앞에서는 학생들의 작은 몸짓 작은 손짓도 다 볼 수 있어요. 물론 연단이 한 층 높은 이유도 있지마는, 자전거를 타고 빨리 달리는 것에 익숙해지면 스쳐가는 풍경도 눈에 쉽게 들어오는 것과 같은 이치지요.


같은 맥락으로, 학생들을 오랫동안 보면 그 학생의 합격 여부를 짐작 할 수 있습니다. 학생의 객관적인 모의고사 실력과 주관적인 태도를 종합해보면, 사실 어려운 일도 아닙니다. 또한  학생 개개인의 성적과 태도는 작년에 합격 혹은 불합격을 했던 학생과 오버랩 되는 경우가 많으니, 실제로 마음속으로 합격을 짐작했던 학생은 진짜로 합격을 했고, 불합격을 가늠했던 녀석은 역시 떨어지더군요.


 물론 쌤이 틀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녀석의 보편적 성적으로는 분명 인서울 건축학과를 붙지 못하는 성적인데, 제 예상을 단박에 깨버리고 합격해 버리는  것입니다. 기분좋은 오판誤判이지요. 그런 학생들의 경우, 중반기(6~8월)에 무섭게 성적이 오릅니다. 3,4,5월에 쌓아뒀던 연료가 점화되는 순간인 것입니다. 녀석들의 공통점은 자기 자신을 믿고 철쌤의 강의커리와 컨설팅을 믿으면서 우직하게 공부했다는 것입니다. 소 같은 걸음으로 한걸음 한걸음 자신의 다음 걸음만을 생각하면서 꾸준히 나아갔습니다. 그렇게 묵직한 발자국을 땅에 새기며 걷던 녀석들은 시간이 지나자 기어코 성적이 올랐어요. 저는 이것을 '성적의 시간차'라고 부릅니다. 성적의 변화는 절대로 갑작스럽게 일어나지 않습니다. 1~2개월 전의 학습이 그것을 좌우하는 것입니다.


반면 합격 여부를 떠나서, 철쌤을 가장 화나게 하는 학생류가 있습니다. 녀석들의 공통점은 스스로를 패배자로 만들어 버리는 학습태도에 있습니다. 반드시 해오라는 예습은 핑계주머니 하나씩 차고서는 예삿일로 받아드리며 넘어가지요. 그들을 보면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이 생각납니다.


 “All happy families are alike; each unhappy family is unhappy in its own way.”

한국말로 번역하자면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펭귄클래식코리아)." 입니다. 이를 학습법에 비유해보자면, 합격하는 학생들은 결국 비슷한 올바른 학습 방법을 지속하는 반면에, 불합격하는 학생들은 선생의 지시사항에 따르지 않는 저마다의 구구절절한 사연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memoriapress 외국서적 안나카레리나


수업이 끝나고 하루를 넘기지 않고 제출해야 하는 숙제임을 분명히 알고 있으면서도 , "철쌤, 저 아르바이트하는 곳에서 오늘만 급하게 도와줄 수 없냐고 해서요...." "선생님, 오늘 수업 끝나고 할머니댁에 가야해서요..", "학교과제 팀플을 해야해서 숙제를 내일까지 내도 될까요..?" 참 다양한 이유들이 많더군요.

학생에게 애정이 남아있는 경우라면 칼날 같은 잔소리로 정신을 흔들어 놓치만 몇번을 반복하고 윽박을 질러도 도저히 개선의 여지가 없는 녀셕들은 조용히 원장선생님이나 담임선생님에게 찾아가 'ㅁㅁ학생' 환불하라고 요청합니다. 그것이 그 학생을 위해서도 나은 처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어떤 사람은 25세에 죽어버리면서 장례식은 75세에 치른다'.

 18세기 미국의 정치가이자 과학자였던 벤자민플랭클린의 말입니다(100달러의 주인공이기도 한). 이 말을 교육 시장에 대입하면, '어떤 학생은 7월에 이미 불합격하면서 학원은 12월까지 다닌다.' 라고 표현하면 너무 과한 표현 일까요. 냉소적인 표현이 학생 마음에 생채기를 남기겠지만, 저는 근거없는 낙관론과 희망이란 상술로 강의를 판매하는 일보다는 훨씬 낫다고 생각합니다.

철쌤의 눈에는 보입니다. 그대가 학원 건물 전기삯을 내주는 학생인지, 아니면 지출한 학원비 이상으로 자신의 실력과 성적을 얻어가는지. 고정관념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말라고? 그렇다면 어서 기분좋은 오판을 보여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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