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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쑥쑥 Sep 06. 2022

에피소드2- 그날의 분위기

그와의 결말

화창한 봄날이었던 그날, 

결혼정보회사의 첫 미팅이자 내 생일이었던 그날은 나에게 어떤 기억과 의미로 남아있을까. 

아마 결혼정보회사에 대해서 궁금해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첫경험은 시사하는 바가 있을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의 속마음은 무엇이었을까


차 마시고, 밥 먹고, 함께 웃음꽃을 피웠다. 강남역을 향해 함께 걸으며 우리 때 유행이었던 프리모바치오바치가 아직도 있다며 함께 놀라워하다가, 함께 영화보러가자고 하고 헤어지기까지, 당연히 그와 다시 만날 줄 알았다. 헤어지고 나서도 가상번호로 문자를 주고받으면서, 그가 연락처 물어보는것을 잊었다며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해서 흔쾌히 알려주었다. 연락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그 이후 연락이 없었다. 

이게 무슨....?

내가 33년간 경험해온 소개팅 역사상 이렇게 황당한 경우는 처음이랄까. 

애초에 서로 흥미가 없으면 소개팅할 때도 서로의 감정을 다 느끼고, 다시 보자거나 헤어진 이후에 문자를 한다거나 하는 등의 귀찮은 일을 서로 굳이 하지 않게 된다. 

그런데,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만난 그는 나에게는 처음 미팅상대였지만, 나 이외의 다른 많은 여자들을 만나보았고, 앞으로도 끊임없이 공급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너도알고 나도 알게되는(정확히 나는 그 때 당시에는 이해하지 못했는데, 매칭매니저와 이야기를 해보고, 점차 매칭을 진행하면서 이 시스템 안에서는 그렇지 않았던 이들조차 얼마나 재고 따지게 될 수 밖에 없는지 알게되었다.)



그럻게 동갑의 그와 나는, 그 날의 좋은 인연으로 만나 그 날로 끝이었다. 

내 휴대폰 번호를 알려준 것이 괜히 억울하기도 하고, 매칭 매니저를 통해 상대방의 의사를 물었는데, 내가 좋은 사람이었다는 피드백과 함께, 둘은 인연이 아닌 것 같다는 답변을 주었다고 한다. 

매칭매니저의 말이 더 가관이다. 

남자들은 같은조건이면 더 어린 여자를 만나려고 하기 때문에, 나를 만나게 하려고 본인이 엄청 설득해야 했다고. 


<결혼정보회사의 시스템> 

최초 상담시에는 온갖 미사여구로 등록할 수 밖에 없도록 유도를 한다. 가령, 

1)서른 네살이면 이제 마지막 기회다. 삼십대 초반이었어도 다음에 다시오라고 하지만, 이 시기를 놓치면 앞으로는 기회가 더 없다. 

2)이 곳은 일반 결혼정보회사와는 풀이 다르다. 앞으로 만나게 되실 분들은 다른 어떤 곳에서도 볼 수 없는 분들이다. 

3)나는 임원이기 때문에, 내 회원으로 등록하면 다양한 등급의 남성분들을 만나볼 수 있다. 

4)**님은 특.별.히. 조건과 외모가 괜찮기 떄문에 이런 특혜를 누리는 거고, 3회 안에 만날 수 있도록 최상의 라인업으로 준비하곘다. 

5) 모든 매칭전에 상담실장-매칭실장이 논의하여 매칭상대를 결정한다.


엑셀 차트자료까지 뽑아와서 3회안에 매칭된사람들도 엄청많고, 이 곳은 2만 3천명의 풀을 자랑하며, 가입비 만큼의 성혼비를 내야하기 때문에, 직원들도 더 열심히 매칭을 지원할 수 밖에 없다고 나를 설득했는데, 정말 완벽하게 홀렸달까. 참고로 필자는 평소 생각이 많으며 여러가지 변수를 찾아보고, 고려하는 ISTJ 성향이라 누군가의 말을 덜컥, 근거도 없이 쉽게 믿지 않는다. 

그런데 간과한 것이 있다. 이미 '절박함'으로 무장한 나의 심리를 꿰뚫어본 그들에게 나는 홀릴 수 밖에 없었음을. 


 


그 이후, 최초 계약 3회의 매칭이 진행되면서 꺠달은 것은 점점 상대의 퀄리티가 떨어지고 나이 차이는 벌어진 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동갑의 레지던트, 두 번째는 2살 차이의 정형외과의, 세 번째는 여섯 살 차이의 변호사. 

이 세번의 과정을 거치며 또 하나 깨달은 것이 있다. 

1. 세상에는 조건만 멀쩡한 사람들이 매우 많으며, 특히 결혼정보회사에는 그런 사람들이 몰려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조건이 괜찮을 경우 어릴 때 이미 임자 찾아 결혼에 골인

2. 나와 나이 차이가 많이 날수록 이미 결혼시장에서 매우 오래 체류했으며, 여.지.없.이 그 이유가 있다. 재산이 50억이든, 직업이 변호사이든 의사이든 그건 상관없다. 


그런데 더욱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은, 

점차 떨어지는 만남의 퀄리티에 매칭 매니저들이 곁들이는 것이 '가스 라이팅'이라는 것이다. 

가령, 상대의 나이가 처음에는 2-3살 차이였다가 점차 7살차이, 9살 차이의 프로필이 들어와서, 적어도 나이는 좀 5살 아래로 맞춰줬으면 한다. 전문직만 만나고 싶은 것도 아니고, 서로 잘 통하고 조건도 비슷해도 된다고 이야기를 해도 여지 없이 조건이 꽤나 괜찮아'보이는' 나이많은 상대들을 소개한다. 그리고 덧붙이는 말

"여기서나 이런 분들 만나지, 다른 곳에서는 못 만나요."

"**님, 저번에 동갑인 의사분은 제가 열심히 설득해서 만나신 거예요. 여기 가입하시는 상대분들은 다 어린분들 찾아요. 저번에는 85년생 치과의사와 99년생 여성분의 미팅성사가 됬다니까요. "


그래서, 요약하자면, 나는 나이는 들대로 들었고, 적어도 나를 '어린 여자'라고 생각할 수 있는 상대들은 적어도 40이 넘는, 7살에서 9살 차이가 나는 상대들이라는 말을 교묘하게 돌려서 이야기를 반복한다. 


처음과 이야기가 너무 달라 상담을 해주셨던 분과 통화를 했다. 그런데 그 분과는 다시는 통화하고 싶지 않은 비정한 말을 들었다. 

"**씨.. 5살 이하라, 그런 조건 맞춰주려면 **씨랑 비슷한 조건인 분들 만나야해요..괜찮겠어요? 서른넷이면 나이도 좀 있는 편이고.. 조건 맞추려면 나이는 감안해야해요."


하, 완벽히 처음과 다른 말들. 

그냥 나이차이가 적은 괜찮은 남자들의 풀이 부족한 것뿐이며, 나이가 많고 결혼시장에서 오래 체류했던 상대들의 풀을 보유하고 있는 것일 뿐, 아무것도 모르고 이곳에 가입한 나에게는 잘못이 없다.

이런 가스라이팅을 당하면서, 나는 나이가 들대로 들고 재산도 스펙도 별로이니, 입다물고 주선해주는 나이많은 상대를 만나라는 말인건가? 

'그래 한 번 만나나 보자. 나이가 많은 만큼, 어른답고, 나를 품어줄 수 있는 넓은 가슴을 지닌 사람이 나타날 거야.'

이 또한 굉장히 순진한 착각이었음을 머지않아 깨닫게 된다. 



왜 사람들은 속고 속이는가. 

나의 일년치 성과급을 웃도는 금액을 들여 결혼정보회사에 등록한 나는, 그 인력 시장의 충실한 인력으로서 나이만 많고, 전혀 괜찮지 않은 상대의 미팅 상대가 되었다. 

식사시간에 만났는데, 20분이나 늦어놓고 필자의 얼굴을 보자마자 본인은 가족들과 저녁약속이 있다며 차 한 잔 하고 갈거라고 선포하는, 정말 매너라고는 집에 두고 나온 것 같았던 일곱살 차이의 공사남. 그것도 대중교통으로 한 시간 반을 걸려 상대의 동네로 갔는데, 상대의 거주지는 고려하지도 않은 채 본인 집 가까운 장소로 미팅장소를 요구한 그에게 맞춰준 상황이었다. 그 날 극도로 배는 고프고 서러운 나머지, 40분을 기다렸다가 탄 좌석버스를 타고오면서 펑펑, 서럽게 울었다. '안 되겠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여자를 가스라이팅 하는 결정사에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기, 돈을 냈으니 '내 위주로 차 한 잔'은 권리인냥 으스대는 별.로.인. 상대는 만나지 않기. 나도 정당한 대가를 지불한 '고객'이니 내 요구는 당당히 해야겠다는 결심이 들었다. 낙장불입. 최초 3회계약이후 환불도 안 되는 어마무시한 조건하에 네 번째 만난 그는 정말 최악이었다. 왜 결혼이 안 되는지는 보자마자 너무 잘 알겠는,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은 최악의 상대였다. 


울분으로 차올랐던 네 번째 미팅은 그렇게 끝이났지만, 필자는 용기내어 '나의 결정사 도전기'의 새 챕터를 써 나가게 된다. 용자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온다고 굳게 믿으며, 특단의 결단을 내리게 되는데...



다음이야기에서 알려드릴게요. 궁금한 것이 있으면 댓글에 달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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