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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탈리스트 Aug 20. 2020

제8과 맑은 물에는 고기가 없다?

물이 너무 맑으면 고기가 없다


제8과 仁慈 



家語(가어)에 云水至淸則無魚(운수지청즉무어)하고 人至察則無徒(인지찰즉 무도)니라。 (明, 省心篇下) 11:1, 19:2, 


<<가어에 이르기를 물이 너무 맑으면 고기가 없고 사람이 인자(仁慈)함이 없이 너무 살피고 냉철하면 친구가 없느니라.>> 


“수지청즉무어” 물이 너무 맑으면 고기가 없다는 말씀이다. 


가끔 드라마나 영화에서 심지가 곧고 청렴한 사람을 꾀어 함께 부정을 저지르려는 무리가 상대방을 회유하는 장면에서 자주 쓰이는 말이다. 물이 너무 맑으면 물고기가 살지 않고, 나무가 너무 곧으면 그늘이 지지 않는다. 정사가 지나치게 까다로우면 인재가 모이지 않는다는 말씀으로 위정자나 경영을 하는 사람들이 자주 인용하는 말이다. 


또 양(梁)나라 악부(樂府) 「자소마가(紫騷馬歌)」는 “나뭇가지 하나는 재목이 되지 못하고 홀로 선 나무는 숲을 이루지 못 한다[獨柯不成材, 獨木不成林 독가불성재, 독목불성림]”고 하였다. 『후 한서(後漢書)』에는 “높은 나무들만 가득하면 그늘이 지지 않고 홀로 선 나무는 숲을 이루지 못한다[蓋高樹靡陰, 獨木不林 개고수미음, 독목불림]”고 기록하였다. 


그러나 물이 너무 맑으면 고기가 없다는 이 말씀의 원뜻은 그 마음에 인자함(사랑)이 없음을 경계하는 말이며, 뒷귀절도 마찬가지의 뜻이 있다. 개인적으로 맑은 물에 물고기가 없는 탓은 맑음 보다는 차가움이 그 까닭이라 생각한다. 모든 꽃이 햇볕을 향해 피는 것은 그 빛의 따스함 때문이다. 어둡고 차가운 대지에는 꽃이 피어나기 어렵고 사람이 살기에도 어려 움이 많다. 


이 말을 가장 좋아하고 선호하는 사람은 정치인이나 사업을 하는 장사꾼들이다. 사람이 너무 맑고 깨끗하면 사람이 꼬이지 않고 편협한 사람이니 지도자의 그릇이 되지 못하는 고로 그런 사람은 멀리해야 하고, 부정부패도 포용적으로 담아내야 큰 정치와 큰 사업을 하는 것이라며 국민을 속이고 있다. 마치 그것이 화합이고 통합인 양 떠들어 댄다. 대부분 사회지도층과 정치인들은 이 말을 자기합리화로 무장하여 마치 군자의 도를 걷는 것으로 착각을 한다. 많은 국민도 이러한 말에 현혹되어 맞장구를 친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 ‘맑은 물에는 고기가 살지 않는다’라는 말은 말짱 허구이고 거짓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약삭빠르고 통속적인 처세술이 마치 군자의 도리인 것처럼 거짓으로 위장한 소인 잡배들의 교활한 작태로 보이기 쉽다. 사회가 혼란스럽고, 민심이 흉흉해지면 이 말은 더 큰 소리를 낸다. 혼란한 시기에 정의를 외치는 사람들을 분열세력으로 몰고 화합과 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넓게 포용할 수 있는 세력이 국가를 통치해야 한다고 주장을 한다. 이 말은 주로 통치자나 그 주변 세력들이 백성들을 어리석은 ‘개, 돼지’로 만드는 수단으로 활용했다. 언론과 미디어도 그러했다. 백성들은 자기도 모르게 시야가 좁아졌고, 판단능력이 흐려졌다. 통치자 및 권부들은 통치수단으로 이 말을 빌려 파당과 붕당을 획책하고, 지역감정을 조장하여, 지지기반을 만드는 데 자주 활용해 왔다. 대학에서조차 신규교수를 채용하려면 패거리 문화로 인하여 상식적인 임용이 거의 불가능할 지경이라 한다. 이런 정치인들과 사업가들이 활개를 친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들은 힘과 돈이 있는 자들과 이익 앞에서는 뜨겁고, 국민의 눈물과 고통 앞에서는 너무나 매섭고 차갑다. 


요즘, 우리는 바쁘고 힘든 세상 속에서 그저 돈과 권력과 명 예를 향해 이웃도, 친구도, 동료들도 뒤로하고 오직 자기 이익과 앞날만 바라보며 차가운 칼바람을 일으키고 달음질하며 살고 있다. 사랑을 베풀면 손해 보고, 당하고, 뒤처지는 세상. 사랑으로는 권력도 돈도 명예도 얻을 수 없는 세상이다. 하지만 사랑하는 마음과 배려하며 보살피는 삶에는 권력과 돈, 그리고 명예가 가져다줄 수 없는 따듯한 만족과 평안함이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그런 따듯한 마음과 행실을 하며 살아간다면 그야말로 이 세상이 천국과 같아질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악독(惡毒)과 모든 기만(欺瞞)과 외식(外飾)과 시기 (猜忌)와 모든 비방(誹謗)하는 말을 버리고 갓난 아기들 같이 순전 (純全)하고 신령(神靈)한 젖을 사모(思慕)하라 이는 그로 말미암아 너희로 구원(救援)에 이르도록 자라게 하려 함이라. 너희가 주(主) 의 인자(仁慈)하심을 맛보았으면 그리하라” (벧전 2:1~3) 


“너희는 모든 악독(惡毒)과 노(怒)함과 분냄과 떠드는 것과 비방(誹 謗)하는 것을 모든 악의(惡意)와 함께 버리고 서로 친절(親切)하게 하며 불쌍히 여기며 서로 용서(容恕)하기를 하나님이 그리스도 안 에서 너희를 용서(容恕)하심과 같이 하라” (엡 4:31~32) 


본 글은 오사철 회장님, 추연수 회장님이 공동으로 명심보감, 대학, 중용, 논어, 맹자, 소서, 도덕경 및 성경 등을 수년간 연구하여 사람이 살면서 갖추어야 하는 지혜 관점에서 100과목을 정리한 것 중 상권 50과목에 해당하는 것으로 존경하는 두 회장님의 좋은 글을 발췌하여 소개하기 위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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