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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탈리스트 Oct 04. 2020

제18과 때와 기다림

일월은 흘러가고 세월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


제18과 待(대), 時機(시기) 



日月(일원)이 逝矣(서의)라 歲不我與(세불아여)이니라。 (論, 卷十七) 

<<일월은 흘러가고 세월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 


양화(陽貨)가 공자를 만나기 어려워지자, 공자에게 삶은 돼지를 선물로 보내었는데, 공자께서도 그가 없는 틈을 타서 사례차 가다가 길에서 마주쳐 나눈 이야기다. 양화가 “종사하기를 좋아하면서 자주 때를 놓치는 것을 지혜롭다고 할 수 있겠소?” 하니, 공자께서 “할 수 없소” 하셨다. 양화가 “해와 달이 흘러 가니 세월은 나를 위해 기다려주지 않소" 하니, 공자께서 “알았소. 내 나중에 벼슬을 할 것이오.” 하셨다는 이야기이다. 


유명한 이야기다. 양화(陽貨)는 양호(陽虎)다. 양호(陽虎)는 계손씨의 가신이지만 세력이 커져 이때 쿠데타를 일으켜서 계환자를 가두고 정권을 잡았다. 하극상의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그는 공자가 자기를 만나러 오기를 바랐지만, 공자가 오지 않자 꾀를 내었다. 양호는 나름 논리를 펼치면서 공자를 협박하고 회유하였다. 시퍼런 권력의 협박 앞에 공자는 쉽게 굴복하지 않는다. 그것은 난세에 생명을 부지하는 길이기도 하지만 선비 (士)의 독립과 자유를 지키는 길이기도 하였다. 진(秦)의 통일 이후 동아시아는 무시무시한 중앙집권적 전제(專制) 왕조(王 朝)들의 일인 독재가 이어진다. 그래서 진한(秦漢) 이후에 선비들이 이런 자유를 누리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런 선비 정신은 면면히 이어지고 있었다. 마음에 뜻을 품고 때를 기다렸던 것은 공자나 강태공이나 한 가지였다. 


중국의 전원시인 도연명(365~427)은 “성년은 다시 오지 않는다. 하루에 새벽은 두 번 오지 않는다. 때를 따라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세월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歲月不待人세월부대인)”고 했다. 세월이 짧으나 때를 따라 열심히 자신을 단련하며 때를 기다리는 삶을 시로 노래했다. 


중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고사성어 중에 도광양회(韜光養晦, 그믐 속에서 실력을 기른다-자신의 재능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인내하면서 기다린다는 뜻)라는 말이 있는데 한자를 그대로 풀이하면 '칼날의 빛을 칼집에 감추고 어둠 속에서 힘을 기른다.'라는 뜻이다. 중국이라는 긴 역사를 가진 대국의 수많은 영웅호걸의 이야기는 바로 이 도광양회, 자신을 수련하며 기다렸다가 때를 만나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들이다. 


제 위왕(薺威王) 때의 일이다. 왕은 음탕하게 놀면서 밤새워 술마시기와 수수께끼를 즐기고 정사(政事)는 경(卿)이나 대부(大 夫)에게 맡겼다. 그렇게 되자 백관들 간에는 위계질서가 서지 않게 되었고, 제후들의 침입으로 나라의 운명을 예측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나 측근의 신하들은 왕에게 충성스러운 간언을 감히 못하였다. 이때 순우곤(淳于곤)이 왕에게 이런 수수께끼를 냈다. 


"나라 안의 큰 새가 대궐 뜰에 멈추어 있습니다. 3년이 지나도록 날지도 않고 울지도 않습니다. 왕께서는 이것이 무슨 새인줄 아십니까?" 


왕이 대답했다. 


"이 새는 날지 않으면 그뿐이나 한번 날면 하늘 높이 오르며, 울지 않으면 그뿐이나 한 번 울면 사람을 놀라게 할 것이다." 


그 후 왕은 여러 현(懸)의 영장(令長) 72명을 조정으로 불러 그중 한 사람은 상을 주고, 한 사람은 벌을 주었다. 그리고는 군사를 일으켜 출정하였다. 


제후들이 크게 놀라서 그동안 침략하여 차지한 제나라 땅을 모두 돌려주었으며, 이로써 제나라는 그 위엄을 36년간에 걸쳐 떨쳤다. 


이 고사가 바로 불비불명(不蜚不鳴)이다. 날지도 않고 울지도 않는다는 말인데, 큰일을 하기 위해 준비하며 오랫동안 조용히 때를 기다린다는 뜻이다. 


여상은 주나라 문왕과 무왕의 스승(師)이 되었는데, 이에 대한 몇 가지 말을 사마천의 《사기의 제태공세가에서는 이렇게 전하고 있다. 주(周)의 서백(西伯)이 사냥을 나서기에 앞서 점을 쳤더니 “얻을 것은 용이나 이무기, 호랑이도 곰도 아니다. 패왕을 보좌할 신하를 얻을 것이다.”라는 괘가 나왔다. 그 후 서백은 사냥에 나섰다가 위수(渭水) 북쪽에서 낚시하고 있던 여상을 만나게 된다. 당시 여상은 곤궁하고 나이가 많았는데, 여상을 본 서백은 몹시 기뻐하며 “우리 선군이신 태공(太公) 때부터 ‘성인께서 주에 오시면 주가 흥할 것이다’라고 했는데 당신이 바로 그분 아닙니까? 우리 태공께서 당신을 기다린 지 오래 입니다.”라고 하며 그를 ‘태공망(太公望)’이라 불렀고, 스승(師) 으로 모셨다. 


여상은 보고 들은 것이 많았고, 일찍이 주(紂, 상(商)왕조의 마지막 왕)를 섬겼으나 무도하여 그를 떠났다. 제후에게 유세했으나 때를 만나지 못하다가 마침내 서쪽 서백에게 귀의하였다. 여 상은 처사로 바닷가에 숨어 살고 있었으나, 서백이 유리(羑里)에 갇히자 평소 알고 지내던 산의생(散宜生)과 굉요(閎夭)가 여상을 불렀다. 여상은 미녀와 기이한 물건을 구해 주 임금에게 바쳐 서백의 죄를 면하게 했고, 서백은 풀려난 후 여상은 서백(후에 문왕)의 스승(師)이 되었다. 이 여상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강태공이다. 강태공은 오랜 세월 위수에서 한가로이 낚시했는데, 사실은 고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때를 기다리며 세월을 낚는 것이었다. 


하지만 현대에는 많은 사람이 그저 한가롭게 낚시나 하러 다니는 사람, 혹은 낚시를 무척 좋아하는 낚시광을 일러 강태공 이라고 부른다. 


“사람이 여호와의 구원(救援)을 바라고 잠잠(潛潛)히 기다림이 좋 도다” (애 3:26) 


“세월(歲月)을 아끼라 때가 악(惡)하니라” (엡 5:15) 


“너희가 모든 은사(恩賜)에 부족(不足)함이 없이 우리 주(主) 예수 그리스도의 나타나심을 기다림이라” (고전 1:7) 


본 글은 오사철 회장님, 추연수 회장님이 공동으로 명심보감, 대학, 중용, 논어, 맹자, 소서, 도덕경 및 성경 등을 수년간 연구하여 사람이 살면서 갖추어야 하는 지혜 관점에서 100과목을 정리한 것 중 상권 50과목에 해당하는 것으로 존경하는 두 회장님의 좋은 글을 발췌하여 소개하기 위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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