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시 # 11
우산 속을 파고드는 비에
흠뻑 젖고 나면
무력한 장막을 걷어버리고
고개를 들어 비를 맞는다
슬픈 뺨을 후려치는 비에
실컷 울고 나면
어린아이처럼 발을 구르며
튀는 물방울에 미소를 짓는다
이 비가 그치고 나면
나는 정녕 너를 잊었다 말하리니
이 비가 그치고 나면
너보다 나를 진정 더 사랑하리니
우산 속을 파고드는
이 비가 그칠 때까지
그때까지만 나는 너를
잠시만 더 사랑하겠다
슬픈 뺨을 후려치는
이 비가 그칠 때까지
그때까지만 지난 추억에
흠뻑 젖겠다
실컷 울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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