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11편, 책 9권, 시리즈 5편
콘텐츠를 꽤 많이 보는 편이다. 평소 유투브는 거의 보지 않고, 릴스나 숏츠 소비에도 큰 흥미가 없다. 숏폼 소비는 일주일에 총 1시간 정도 되려나.. 요즘엔 더 준 것같다. 그 시간에 잠시 졸기를 선택하는 편.
또 꽤나 스토리를 좋아하다보니 밀도있는 영화와 책을 좋아하는 편이다. 독립, 예술 영화를 즐겨보고 그 감독의 세계관을 이어가보는 것이 요즘 새로운 재미이다. 예전엔 책을 읽으며 한 작가의 책을 여러 권 파보는 것이 재밌었는데, 영화에서도 그런 재미를 느껴가고 있다. 최근 좋은 영화들이 참 많은 것같다. 사실 영화의 이야기는 텍스트 기반이다. 각본집이나 시나리오 등 뿐 아니라, 이야기라는 것은 책의 전유물이기 때문이다. 책장을 술술 넘겨봤던 나로선 좀 어렵다는 영화의 이야기가 그리 어렵진 않다. 낯선 것은 시각화와 연출, 감독의 시선인데 그것을 알아채는 것도 재밌는 것같다.
이 중에 2번 본 영화는 듄 파트2. 모두 IMAX로 봤다. 영화관에 가야할 이유를 만드는 영화가 이제는 더 쉽지 않다. 사실 큰 스크린과 웅장한 사운드에 감싸여지면 모든 영화가 더 좋게 다가오긴 한다.
의외로 좋았던 건 <메이 디셈버>. 나탈리 포트만의 연기를 오래만에 보기도 하고, 감각적이고 아름다운 스릴과 예민한 제스쳐들, 두 여성의 미묘한 관계, 캐롤 감독... 마지막 네임드 감독이라는 것이 가장 큰 몫을 했다. 소수자인듯 특별한 관계, 거기서 발생하는 권력 사이의 밀고 넘어짐같은 것을 잘 다루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권력은 늘 발생하기 마련이지만 상황과 시각에 따라 앞섰다가 뒤에 섰다가 한다.
어쩌다보니 웨스 웬더슨 감독 영화를 상반기에 2개나 보게 되었다. 그것도 최신작만. 그의 예전 영화는 아무것도 본 적이 없는데, 그의 스타일이 워낙 강해서 연달아서 보면 살짝 질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미적인 표현력과 상상력이 워낙 뛰어나 영화관에서 꼭 보고 싶다.
논란의 평이 많은 <가여운 것들>. 엠마 스톤의 연기력의 방점이자, 여성의 성적 욕구 해방과 성장이라는 것이 키워드이다. 남성 작가와 남성 감독이 뭘 안다고 이런 걸 만드냐는 평은 사실 많은 것을 흐리게 한다. 여성이 기존 포르노식의 강압적인 것을 보며 욕구를 느끼는 것이 남성 중심 사상인가? 성적 욕구가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발현되는 것이 이형적인 모습인가? 우리의 논의는 거기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영화의 연출은 당연히 과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이 원래 과하잖아. 알고 봤잖아. '섹스 묘사가 너무 남성적이다'라는 평은 그 사람을 전혀 똑똑하게 보이게 만들지 못한다. 오히려 상대방의 입을 다물게 만들어 버림으로써 자신마저 논의하지 못하는, 납작한 상태가 될 뿐이다. 나는 좋았다. 성적인 욕구가 전혀 불안하거나 과하게 보이지 않았고 그것이 세상 밖으로 한 걸음 딛게 한다는 것에도 동의를 한다. 성욕은 단순히 섹스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니까.
이건 따로..
하우스 오브 카드 같은 시리즈를 발견해서 행복하다. <외교관>이 생각보다 너무 재밌었다. 대사량이 엄청나고 심지어 그 대사를 따라가야만 스토리가 이해가 되는 방식이라 매 장면 건너뛰기 힘들다. 전개 속도가 대사만큼이나 빠르고 집요하다.
거창한 광고를 하는 <삼체>는 세계관과 상상력은 훌륭하지만 SF 설정이 너무 강한 탓에 캐릭터들의 매력이 많이 죽었다. 누구 하나 사랑스럽지 않다. 오히려 아역 시절의 예 원지 박사때가 더 재밌었다. 아무래도 서사가 있어야 캐릭터가 사는데, 현재 시간의 캐릭터들에겐 서사가 너무 약하다.
각잡고 뿌리깊은 나무를 봤다. 한 편에 1시간에 달하는 것이 24편이나 있다. 그래, 대하 드라마는 이랬지.. 지금와서야 유치한 설정이 조금은 있지만 이야기 자체가 너무 재밌어서 시간가는 줄 몰랐다. 어서 다음 날에 퇴근해서 보고 싶어졌었다. 한석규 요즘에 뭐하는지, 이런 훌륭한 배우가 어디서 뭐 하는지 너무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