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문학보다는 에세이를 많이 읽었네. 아무래도 문학은 소화하는 데에 시간을 좀 더 써야한다. 그래도 내년엔 으쌰하면서 더 누려야지. 그리고 영화는 진짜 혼자서 이것저것 많이 봤다. 베스트로 꼽은 4편도 모두 혼자 본 것들이다.
읽은 책: 24권
본 영화: 34편
시리즈/팟캐스트: 13편
다녀온 콘서트/페스티벌/전시회: 19개
다녀온 여행: 6월 양양, 9월 발리, 10월 속초, 11월 파주 캠핑, 12월 제주
<인생의 역사> 신형철
아들에게 쓴 혈서같은 편지를 보고 신형철의 팬이 되었다. 한 글자 한 글자 결의, 다짐, 책임, 의지가 느껴진다. 확실히 무거운 사람일 수록 단단해보인다. 그 단단함을 기반으로 나풀거릴 수있는 유연함을 갖고 싶다.
<아침 그리고 저녁> 욘 포세
2시간 반만에 단숨에 읽을 정도로 재밌고, 한 호흡으로 읽는 걸 추천한다. 다만 너무 감동인 나머지 KTX에서 내려야할 정차역을 지나버렸다. 돌아와서 썼던 일기 말미엔 이런 문장을 썼다. 산다는 건, 죽어간다는 것. 죽는다는 것 또한 산다는 것. 마침표없이 쉼표만으로 문장이 이어진다. 노랫말과 사념이 뒤섞인다. 형식과 내용이 같고, 그것이 아름답다.
<도둑맞은 집중력> 요한 하리
자꾸만 일에 몰입하기 힘든 이유를 다시 한 번 뒷통수 갈기듯 말해준 책. 실제로 내 집중력이 약해진 탓도 있지만, 내가 만드는 제품에 대한 회의감이 가시지 않는다. 내가 제공하면서 취하는 사람들의 시간과 돈이 무엇인지 생각하면 깊은 자조적인 마음이 든다.
<끝내주는 인생> 이슬아
두 눈 반짝이던 할머니처럼 나도 때마다 달라지고 풍성해질 그녀의 글이 두고두고 궁금해서 계속 꺼내먹을 것 같다.
<애프터썬> 샬롯 웰스
젊은 날의 아빠, 어른인 내가 각색한 내 어린 시절의 아빠. 그런 것이 내게 없어서 ‘부럽다’는 질투심으로 영화를 봤다. 내게 ‘어린시절의 내 아빠’는 기억이 거의 없다. 지워버린 것처럼. 사진은 몇 장 있는데 내게 기억이 없다.
<너와 나> 조현철
애틋하고 아름다운 것. 이런 걸 보고 나면 무엇이든 사랑하지 않을 수없다. 내일이 마지막일 걸 안다면, 나는 이렇게 숨고 있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다 보고 나서 용서한다, 이해한다, 그런 말들을 써서 그에게 전해주었다. 내일이 마지막이라면, 이라는 넘치는 애틋함으로.
<걸어도 걸어도> 고로에다 히로카즈
다들 뒤틀리고, 흠나고, 흠집내고, 오해하며 산다. 그래도 그게 나를 살게 한다. 옆에 있어주는 그 자체로 내가 실수했다가 내가 다시 사랑받게 된다.
<타르 TAR> 토드 필드
케이트 블란쳇이 만드는 테이크의 예술. 감탄스럽다.
<Sunburn> Almost Monday
내 여름을 책임지는 얼모스트먼데이. 아침 수영 후에 머리카락을 덜 말린 채 출근길 버스에서 이 노래를 들으면 기초대사량 올라가는 걸 온 몸으로 느낄 수있다.
<Replica> The xx
퇴근하는 버스 안에서 무한 재생했다. 두둥 두둥 심장을 때리는 베이스는 집으로 가서 온전히 나의 감정적 시간을 맞이하는 북소리에 가깝다. 한껏 고조된 상태로 집에 도착해서 고양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또 묵묵히 일기로 토해내는 나의 빌드업.
<그리로 가고 싶어> 김오키, 이태훈
안부라는 앨범의 대부분의 곡이 좋은데, 이 노래를 들으며 기차나 버스를 타면, 이 버스가 나를 보고싶은 사람에게로 데려가 줄것만 같은 아련해지는 기분이 솟구친다. 정말 보고싶은 사람이 있는, 그리로 갈 것만 같다.
<빛23> 백현진
진짜 12월달엔 이 노래만 한 곡 재생 중이다. 너어무 너어무 좋아. 그리워하는 것 같기도하고, 삼키는 것 같기도 하고, 달려나갈 것만 같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