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덕트 디자이너가 디자인 시스템을 잘 만들 수 있는 이유
제품 개발 과정을 디자인 관점에서 효율화하고 통일시키는 모든 행위, 이로 인해 만들어진 체계(시스템)와 작업물을 말합니다. 컬러나 타이포그래피를 체계적으로 통일시키는 작업부터, 특정 화면을 통째로 템플릿화 시키는 작업, 저는 심지어 디자이너로서 여러 벌 만들었던 ‘최종의 최종.psd’ 까지도 시스템의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서비스를 구체화하는 과정 속에서 필요한 화면을 그리고, 이를 고객에게 전달하기 위한 방법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한 제품 당 한 번의 디자인 시안 도출과 디자인 QA만 하는 것이 아니라, 동일한 제품 속에서 지속적으로 고객이 필요로 하는 것을 발견하고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이를 더 빠르게 하기 위해 디자이너는 이미 만들어 둔 버튼을 반복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하고, 버튼 자체나 브랜드 전략에 변화가 있을 때 이를 제품에 최대한 빠르게 적용할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도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디자인 시스템’이라는 개념은 이렇게 반복적인 디자인 요소를 조직적으로,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고안된 개념입니다.
이 세상의 수많은 디지털 서비스는 다양한 방식으로 유저에게, 고객에게 말을 겁니다. 프로덕트 디자이너로서 서비스가 전달하고자 하는 방식을 표현하는 관점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1. 유저와 고객의 니즈를 해결할 수 있는 ‘제품 스토리’ 관점
일반적으로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풀어야 하는 문제 정의의 관점입니다. 우리의 제품 자체를 사용할 고객이 누구인지, 그들이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파악하고, 이를 비즈니스 관점과 함께 함께 고려한 제품 플로우를 제안하고, 이를 팀이 의도한 대로 개발, 고객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하는 모든 과정을 포함합니다.
2. 여러 가지 제품 스토리를 하나의 목소리로 전달하는 ‘브랜딩' 관점
브랜딩은 고객과 브랜드가 만나는 모든 접점에서 일어납니다. 다양한 제품 스토리를 갖고 있는 서비스에서 이러한 브랜딩의 톤이 전부 다르다면, 고객은 하나의 서비스를 사용하는 느낌을 받기 어려울 것이고, 이것이 심화되면 브랜드 신뢰성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3. 더 다양하고 활발하게 제품 스토리를 전달하는 ‘효율성' 관점
우리는 어떤 제품이 성공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제한된 자원 속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려고 노력할 뿐이지요. 이미 시도한 여러 제품의 시각 언어를 체계화해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디자이너는 퇴근을 빨리 하고 회사는 빠르게 여러 시도를 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디지털 제품을 디자인하는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일반적으로 1번 관점을 가장 중요하게 가져가는데요, 제품이 고도화될수록 2번과 3번 관점의 중요성도 커지게 됩니다. 따라서 좁게는 디자이너인 ‘미래의 나’의 빠른 퇴근을 위해, 넓게는 전체 조직이 효과적으로 일관된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브랜딩과 효율성 관점에서 디자인 업무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디자인 시스템 고도화에 초기부터 투자한다면, 조직과 디자이너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위에서 설명드렸듯, 프로덕트 디자이너로서는 제품 스토리 관점으로 생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좀 더 요약하면
무엇을 / 누구에게 / 어떻게 / 왜 / 언제 전달할 수 있느냐
로 풀어서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사실 이러한 정보는 파악하기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정보는 디자이너를 위해 가공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2022년은 디지털 세상이고, 데이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업무 환경이 보편화되면서, 보다 유의미한 정보를 찾아보기 쉬워지고 이를 기반으로 의사 결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프로덕트 디자이너 또한 더 나은 제품을 만들 때 데이터나 비즈니스에 대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얻고, 이를 활용하려고 하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러한 정보를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요? GA, Amplitude, Google Forms 등 세상에는 다양한 데이터 수집 툴이 있고, 회사에는 이미 비즈니스나 데이터 영역에서 더 전문적으로 일하고 있는 동료들, 그들이 이미 만든 문서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사내 메신저에서 관련 대화 내역을 검색해보는 것도 좋고, 프로덕트 디자인할 때 이런 분들과 적극적으로 협업하며 나의 디자인에 필요한 정보를 얻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이러한 정보를 프로젝트의 목적에 대입해, 디자이너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제품에 표현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디자인 시스템도 마찬가지입니다. 고객이라고 설정한 여러 직군(때로는 나 자신이 고객일 수도 있습니다)의 행동 데이터나 피드백, 니즈를 잘 파악하고, 이 고객들이 디자인 시스템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용을 대략적으로 측정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세 명이 밤새 해야 했던 프로젝트를 시스템 도입 후 한 명이서 세 시간 만에 해낼 수도 있다는 것을 조직에 설득할 수 있다면, 조직 입장에서는 장기적인 비즈니스 진행에 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할 것이고, 이를 진행하기 위해 디자인 시스템에 필요한 회사의 지원도 좀 더 수월하게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디자이너는 시각적인 직무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나의 결과물에 피드백할 수 있는 환경에 놓이게 됩니다. 내가 열심히 만든 결과물에 뾰족한 피드백이 들어온다면, 아무래도 사람이기 때문에 기분이 좋을 수만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작업 그 자체보다도 커뮤니케이션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유저가 아닐 수 있고, 피드백을 준 담당자도 유저가 아닐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나의 의견’ 또한 다른 담당자들과 마찬가지로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고, 이를 잘하기 위해 다양한 피드백을 일단 수용하고 공감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내 의견은 이미 나를 통해서 수용되었고 공감되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피드백 중에서도 좋은 피드백과 나쁜 피드백이 있지만, 이번에는 피드백을 받아들이는 입장 중심으로 말해 보았습니다.
조금 더 부연설명하자면 이는 모든 피드백을 반영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라, 프로젝트의 목적과 유저가 이 피드백을 통해 얻는 효용에 대해 객관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이를 잘하고 고민할 수 있어야만 그 상황에 가장 효과적인 전략이 무엇일지 선택하고 해결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피드백 수용을 잘하는 프로덕트 디자이너라면, 디자인 시스템에도 마찬가지 방법을 도입해 발전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다음에는 디자인 시스템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구성할 수 있을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