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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 Jan 09. 2022

데이터, 디자인, 디자이너

2022년을 살아가는 디자이너의 경험에 대해

안녕하세요, 이번에는 올 초 동명의 강연을 위해 준비한 내용을 글로 가져왔습니다. 이 글에서는 제가 어떤 관점을 갖고 디자이너로 일하는지 풀어써 보았는데요, 각자의 상황마다 다르겠지만 누군가에게 제 사례가 디자이너라는 역할을 한번 더 생각해보는 계기가 된다면 좋겠습니다. 이 글은 제목의 '데이터', '디자인', '디자이너'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강연 발표자료 바로가기




전통적으로 디자인은 고객에게 보이는 최종 시각 결과물 작업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디자인이 무엇인지 이야기할 때 심미성, 레이아웃, 타이포그래피, 창의성 등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는 없습니다. 현재도 대부분의 기업과 사람은 디자이너를 채용할 때 조형 능력, 비주얼 표현 능력을 우선적으로 봅니다. 지원 시 포트폴리오를 통해 이런 비주얼 역량을 검증하는 것이 일반적이고요.


그런데 요즘은 IT 디자이너를 중심으로 시각적인 표현 능력 이외에도 더 다양한 역량을 요구하고 있다고 느낍니다. 특히, 그중 하나가 오늘 다룰 데이터에 기반한 디자인, 이를 통한 지표 개선 역량인 것 같습니다.

‘데이터’의 본질적인 의미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왜 요즘 데이터가 더더욱 중요하게 다가올까요? 다양한 해석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저는 비약적으로 높아진 정보 접근성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최근에는 누구든, 원하는 데이터에, 쉽게, 다각도로 접근할 수 있게 되었고, 이는 디자이너에게도 해당하는 이야기이며, 특히 최종 화면과 플로우를 파악하고 있는 디자이너는 데이터와 함께 더욱 총체적인 관점에서 자신의 디자인을 이해하고 발전시킬 수 있게 되었습니다.




데이터란?

데이터의 첫인상

이렇듯 2022년을 맞이하는 현시점, 디자이너를 포함한 모든 역할에서 데이터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것 같습니다. 왜일까요? 데이터가 왜 중요해지고 있는지 고민하려면 먼저 데이터가 무엇인지 정의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 ‘데이터’라는 말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제가 데이터라는 말을 들을 때 연상되는 키워드는 이런 것들입니다.   


요즘 디자이너는 데이터 기반으로 가설을 세우고 지표를 개선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저에게 이런 키워드는 매우 복잡해 보이고, 이해하기 어려워 보이고, 내가 디자이너로서 데이터 기반으로 해볼 수 있는 게 도대체 무엇인지 감이 잘 안 잡혔습니다. (사실 지금도 잘 안 잡히고, 무척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최대한 단순하게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저런 커다란 키워드보다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서 출발하는 것이 더 정확하고 써먹기 쉬울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말은 간단하게 했지만 일상 속에서 데이터를 바라보기까지 꽤 오래 걸렸고, 그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바라보는 데이터를 더 잘 설명하기 위해, 제가 커리어를 시작할 당시에는 미처 데이터라고 인지하지 못했던 여러 일상 사례를 준비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니, 디자인이라는 일이 더 새롭고 즐겁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뿐만 아니라, 알고 보니 데이터는 제 주변에 항상 있었던 것 같다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나’ 에게 더 다가오는 데이터는 무엇이 있을지 생각해 보니, 정말 많은 데이터가 일상 속에서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발견한 일상 속 데이터 사례를 예시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이런 식으로 고민하다 보니, 저는 제 주변에 있는 일상 속 다양한 사례 속에서 데이터를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데이터의 속성을 사례와 연결 짓다 보니, ‘우리가 남기는 모든 것’은 데이터라는 커다란 범주에 포함된다고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재무제표나 핵심 지표가 아니더라도요. 이처럼 데이터는 제 주변에도 이미 아주 많았습니다.



디자인이란?

저는 프로덕트 디자이너로서 UI라는 시각 요소와 배치, 실제 구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디자이너인 저는 왜 이런 일을 하고 있을까요? 이러한 작업을 통해 더 나은 고객의 경험을 설계하는 것이 가장 큰 역할이며, 심미성/일관성 있는 UI 드로잉이나 그래픽 제작 능력은 이를 잘하기 위해 필요한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과정과 데이터가 어떤 관계를 가지게 될까요? 저는 필요한 데이터를 골라 의미 있는 정보로 만드는 것으로 첫 설계(a.k.a. 디자인)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데이터 기반 디자인?

그러면 여기서 앞서 살펴본 예시 데이터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이게 모두 유용한 데이터일까요?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습니다. 특정 데이터는 / 특정 조건에서 / 누군가에게 / 특정 시점에 의미 있는 정보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대존맛' 이라는 사례에 이 네 가지 조건을 입혀 보겠습니다.


‘대존맛’ 은 / ‘맛집지도를 만들려는’ 상황에서 / ‘비슷한 취향의 사람’ 에게 / ‘맛집을 검색할’ 때 유의미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대존맛이라는 데이터가 모두에게 유용할까요? 아닙니다. 1~4 중 하나만 바뀌더라도 전혀 쓸모없는 데이터가 될 수도 있고, 똑같은 데이터라도 해석하는 관점에 따라 전혀 다른 가설과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정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위와 같은 여러 상황이나 조건을 고려해 생각을 발전시키면, 대존맛이라는 데이터를 유용한 정보로 바꿀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더 나아가면, 데이터 기반으로 이런 가설을 도출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다음에는 이 가설을 더 의미 있게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하면 좋을지 고민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만약 이 가설이 해결해야 할 핵심 문제라고 판단했다면, 우리가 처한 상황을 고려해 다양한 방법으로 확인, 제안, 측정해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 가설이 실제 고객에게 도움이 될지 아직 알 수 없는 상태지만, 초기 데이터 '대존맛'을 시작으로 우리는 유용해 보이는 정보를 도출할 수 있었고, 이를 기반으로 여러 시행착오를 해볼 수 있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초기 데이터는 이것의 계기를 만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그 역할을 다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통해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저는 디자인을 할 때 이런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를 탐색/인지/분류하고, 여러 피드백을 통해 더욱 유용한 가설이 무엇일지 도출, 검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저는 딱히 화면이나 그래픽을 그리는 순간뿐 아니라 모든 과정이 디자인의 일부라고 생각하게 되었으며, 이를 활용해 문제 해결에 적합한 UI화면, 유저 플로우 등을 함께 고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디자이너란?

데이터와 디자인을 설명하니 제가 생각하는 디자이너의 상이 더욱 명확해진 것 같습니다. 저는 이러한 생각의 과정을 통해 디자이너란 결국 ‘설계를 잘하는 사람’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직업인으로서의 디자이너뿐 아니라 설계를 하는 모든 사람이 디자이너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현재 제 역할 중 하나인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여러 설계를 구체화해 제안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런 관점에서 설계를 잘하기 위해, 아래와 같은 다양한 키워드를 알아가며 데이터로 활용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고객 : 누구를 대상으로 디자인하는지 궁금해하고 알아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어떤 화면을 그리거나 물건을 만드는 과정은 결국 고객이 이것을 잘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그 가치를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팀, 회사의 특성과 목표 :  어떤 가설을 검증하는 과정에는 디자이너뿐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 상황을 고려해야 했습니다. 디자이너인 나 자신의 생각뿐 아니라 팀이나 회사가 처한 상황, 추구하는 바를 잘 알 고 있을 때 더 나은 제안을 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시너지를 내며 모두가 한 방향으로 디자인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내가 잘하는 것 : (시시각각 바뀌기도 하지만) 내가 현재 잘하는 것을 파악하는 것도 매우 중요했습니다.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알고 있는 상태에서는, 여러 사람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순간에서 내가 어떤 역할을 맡아야 하는지 빠르게 판단할 수도, 이에 기반해 적절해 보이는 해결책을 제안할 수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품 히스토리 : 제품의 처음부터 끝까지 참여한 경우라면 히스토리에 대한 어려움이 조금 덜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대개 이미 진행 중인 제품을 발전시켜야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이럴 때 제품 관련 다양한 히스토리에 대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으면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줄이고 효과적으로 디자인할 수 있었던 경우가 많았습니다.


디지털 환경 : 결과적으로 디지털 제품은 화면을 통해 고객에게 다가가게 됩니다. 그 화면을 디자인하는 역할로서 디지털 환경을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한데요, 내가 디자인하는 디지털 환경에 대해 많이 알 수록, 어떤 구조로 제품을 만드는 것이 쉬운지, 이미 준비되어 있는 라이브러리는 무엇이며 현재 상황에 이를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는지 등을 빠르게 판단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데이터 환경 : 디지털 환경을 이해하는 것이 제품 제작과 환경을 이해하는 것이라면, 가설이 실제로 어떻게 되었는지 빠르게 측정하기 위해 데이터 환경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우리의 고객이 어떤 버튼을 어느 시점에, 어떤 맥락에서 클릭했는지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면, 이를 기반으로 후속 가설을 바로 고민할 수 있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더 나은 고객 경험을 설계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브랜딩 : 실제로 결과물이나 제품이 고객에게 어떤 인상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는지, 앞으로 어떤 이미지로 다가가고 싶은지, 이를 달성하기 위해 실행 중인 전략은 무엇인지 알고 있으면, 이를 제품에도 반영할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저는 브랜딩에 대해 이해하려는 노력을 통해 더 나은 디자인을 도출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간단하게만 설명했는데도 더 나은 디자인을 위해 고려해야 할 부분이 정말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한 명의 디자이너가 이 모든 것을 다 잘할 수 있을까요? 아마 어려울 것입니다(실제로 저에게는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혼자 모든 데이터를 처음부터 발굴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화면을 다 만드는 것은 비효율적이고 실현하기도 어렵습니다. 게다가 회사마다, 팀마다, 개인마다 처한 상황이 다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디자이너로서 적절한 시점에 설득력 있게 ‘이러면 어떨까?’를 제안하기 위해서는, 위와 같은 다양한 상황을 잘 이해하고 연결해 논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필요하다면 주변 도움도 적극적으로 받고요! 개인적으로는 그간 거쳐온 데이터 팀 동료들에게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도움을 통해 더 많은 정보를 효과적으로 얻고, 이렇게 얻은 정보에서 논리를 만들어 제안했을 때, 더 나은 디자인을 위해 한 걸음 다가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 첫 커리어는 창업이었습니다. 중남미 한류팬을 위한 한국어 교육 서비스를 만들었었는데요, 처음부터 UI 디자인으로 시작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처음에는 인강이나 유튜브 등 자체 제작 콘텐츠를 만들었었고, 저는 여기에 필요한 모션과 브랜딩, 그래픽을 디자인하는 역할이었습니다. 하지만 치열한 논의 끝에 새로운 서비스를 앱/웹 형태로 제공하기로 결정했고, 이게 제 UI 디자인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UI를 만들려고 보니, 제 마음대로(?) 디자인했던 시절과는 너무 달랐습니다. 디지털, 개발 환경에 대해 거의 아무것도 몰랐었고, 사내 유일한 디자이너였던 저는 사수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으로 질문하러 다녔던 것 같습니다. 각종 세미나, 콘퍼런스, 오픈카톡방 등에 참여했고, 관련 아티클도 종종 읽었습니다. 다행히 디지털 환경에 대한 정보와 관련 툴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던 시점이었고,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어찌어찌 서비스를 출시하고 발전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나에게 없는 것을 파악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채우려고 한 경험은 이후의 커리어에서도 큰 자산이 된 것 같습니다.


제가 시도해보았던 것들을 몇 가지 공유해 보겠습니다.

나만의 데이터(YODA = Your Own Data Access) 만들기


사례 : 버드아이 뷰 Link


기회비용 비교하기


적극적으로 공유하기





마치며

우리는 디지털 세상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 세상 속 우리가 이용 중인 디지털 제품은 다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끊임없이 변하고 있습니다. 디자이너로서 데이터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양하겠지만, 이미 생각하는 것을 아름답게 구체화시킬 수 있는 디자이너는 데이터와 함께했을 때 더 나은 디자인, 더 근본적인 문제 제기와 해결책을 모두 제안할 수 있는 매력적인 직업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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