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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씨 Aug 13. 2018

근황 : 일본어를 공부한다

인간은 역시 계기가 있어야한다.

요즘에 갑자기 일본어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솔직히 주변에서 아무리 일본어를 써대도(할머니, 어머니, 누나가 일본어 능통자다), 일본어에 대한 니즈는 거의 제로에 수렴하는 사람이었는데. 참고로 나는 고등학교 때, 일본어 선생님이 인정한 '열심히 하는데 카타카나를 외우지 못하는 아이'였다. 나이 좀 먹었다고 다를까. 공부는 여전히 어렵고, 히라가나와 카타가나는 그림같이 보인다.


그럼에도 히나가라 간신히 읽을 줄 알고, 한자(는 원래 대충은 아니까) 뜻을 얼추 이해할 줄 알게 되니까 사람이랑 이야기해서 배우고 싶더라. 그래서 펜팔 사이트도 가입해서, '한국어와 영어로 소통이 가능하고, 일본어를 배우고 싶습니다'를 3개 국어로 써뒀다. 한국어, 영어, 일본어로. 일본어를 배우고 싶어요. I want to learn Japanese. 私は日本語を勉強したい. 라고. 그런데 어쩐지 지금 내 친구 목록에는 영국인 대학생, 미국인 대학생, 인도네시아인 기자 뿐이다. 휴, 이와중에 무척 좋은 사람들이라 친해져서 매일 펜팔을 날린다. 그러다가 문득 떠오르는, '아차, 일본어'.


역시 인간은 계기가 있어야한다. 다음번 도쿄행 때는 조금이라도 그 문화를 더 이해하고, 더 이해하기 위해 그 나라 사람과 소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이렇게 열심히 일본어를 공부하다니. 일어를 잘하는 후배에게 물어보니, 일어 공부에는 애니가 짱이라고. 왜 나는 열심히 일본 애니메이션을 안본걸까. 제길, 심지어 나는 이른바 '항마력 딸리는 인간'이라서 미소녀 나오는 애니는 잘 못 본다. 에반게리온이나, 그렌라간이나 간간히 보는 거지.


그럼에도 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공부니, 문화를 통해서 언어를 배우는 것은 참 좋은 생각이라고 생각해서 일본어로 된 콘텐츠를 보려고 노력한다. 책은 어려워서 못 읽고, 읽어주는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 같은 거.... 가능하면 먹방은 안보려고 한다. 고독한 미식가는 일본어는 하나도 안들어오고 먹는 거만 보게 되더라. 고로상.... 어메이징한 남자....


다음 도쿄행까지는 시간이 좀 있다. 목표는 의사소통에서 몸짓발짓보다 언어의 비중이 높아지는 수준 정도. 이미 프로젝트, 전공 공부, 운동, 조교로 모든 일정이 차버린 학기 중에 어떻게 공부해야할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는 지금 일본어를 공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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