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 점점 더 막장으로 치닿고 있는, 나의 일본 여행기다. 사실 지금도 원고 쓰다가 뭔가 마음에 안들어서 접고 이거 쓰는 거라서, 머리를 전혀 쓰지 않고 쓸 거다. 우후후후후. 간식편도 조회수 잘 나왔던데, 역시 대충 써야 인기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진정한 독자 친화적 콘텐츠는 막 쓴 글이었어. 4년만의 깨달음.
오늘도 독-자 친화적인 콘텐츠를 만들어보자. 절대로 지금 원고 쓰다가 빡쳐서 이거 쓰는 게 아니다. 아니 진짜라니까.
뭐 이제는 벌써 시원해졌지만, 도쿄에 있을 때만해도 한여름이었다. 비록 태풍의 영향으로 날씨가 생각한 것 만큼 덥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기본적으로 일본은 대한민국보다 더운 나라다. 정말로 살기 위해서 음료수를 퍼마셨다. 도착하자마자 처음한 게 대낮에 맥주 마시는 거였다. 진짜로 너무 힘들었음.
아무튼 의식의 흐름으로 쓰는 도쿄행 3번째 이야기이자, 마지막 먹는 이야기. 음료 편이다.
- 오늘도 일본어 이름을 병기했다. 발음도 일본어.
우리 누나랑 나는 완전 쫄보라서, 기린이 '먹어서 응원하자(후쿠시마산 식재료를 포함한, 자국 식재료 소비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회사라길래 가능하면 기린에서 나온 음료류는 안 마시려고 했다. 근데, 어떡하겠어. 들어간 가게가 나마비루(생맥주)는 기린 밖에 없다고 하고, 누나랑 나는 비행기를 타고 오며 이카루스 마냥 햇빛에 너무 가까이 가서 완전 녹아있었다. 마실 수밖에. 그래도, 쫄려서 딱 한 잔만 마셨다.
맛이야 여러분이 아는 그 생맥주 맛이다. 상큼하고 시원했다. 궁금하면 4시간 동안 저온 사우나에 있다가 나와서 맥주 한잔 딱 들이켜보자. 딱 그 느낌이다. 뭐 요는 좋았다는 거다. 다만, 나는 맥주 거품을 별로 안 좋아하는 편인데, 일본은 정말로 맥주 거품을 양껏 담아서 준다. 거, 거품 빼고 맥주로 꽉꽉 채워주십쇼. 라고 말하고 싶지만, 내가 할 줄 아는 말은 아리가토우-고자이마스 뿐이라서 분노를 담아서 외쳤다. 아리가토우!라고. 반말로 불만을 표현했다. 물론 종업원은 외국인이 일본어로 답해주니 생글생글 웃어 준다. 그래서 두번째 잔부터는 그냥 존댓말을 썼다. 아리가토우-고자이마스.... 또 다시 생글생글.
근데 점심에는 맥주 시키면 그냥 맥주만 주더만, 저녁에는 맥주 시키니까 조그맣게 안주거리도 준다. 오징어 조림같았는데 엄청 부드럽다. 캬, 사스가 서어비스의 나라!라고 기뻐했다. 크으으으으으- 술 맛난다! 하면서 먹고 마셨는데, 알고보니 이 안주거리도 청구된다. 여러분, 일본은 원래 '오토시'라고 해서 간단한 기본 안주 같은 거가 나온다. 부정 청구라고 따지지 말자. 자릿세 같은 거고, 술파는 가게는 거진 다 받는다. 이상한 사람 보듯이 쳐다볼 것이다. 아니, 내가 그랬다는 건 아니다. 진짜로 아니다. 아니, 아니라니까.
그렇게 첫 날 대낮부터 맥주를 들이켜고 싸돌아다니니까 몸에 열이 올라서 더 더워졌다. 역시, 사람은 욕구에 따라 움직이면 안된다. 오늘도 교훈에 감탄하며 도쿄역에 있는 쇼핑몰 Kitte로 들어가서 1층에 있던 튤리스라는 카페에 가서 음료수를 먹었다. 쇼핑하러 왔는데, 쇼핑이고 나발이고, 지금 죽을 거 같은데 무슨. 암튼, 복숭아+자몽+홍차.... 뭐 이런 느낌이었는데, 아마 기간 한정 스페셜 음료수였던 거 같다. 들어가자마자 뭐 온갖 곳에 '복숭아! 복숭아!!!! 복숭아!!!!!'이런 식으로 박혀있더라. 좀 무서웠다. 맛은 정말로 복숭아향 홍차인데, 립톤 같은 맛은 아니다. 굳이 말하자면, ''자몽 향이 나는 복숭아 음료수'의 향이 나는 홍차'의 향.... 이라고 해야하나. 한국에서 굳이 비교하자면, 어쩐지 투썸플레이스에서 팔 법한 음료수다. 그러니까, 맛은 별로라는 거다. 앗, 돌려까버렸다. 암튼, 꿀인지, 설탕인지에 절인 복숭아로 판단되는, 건더기도 조금씩 씹힌다. 음료수는 별로였는데, 건더기가 달달하니 여행에 지친 몸에 에너지를 보충해줘서 좋았다. 뭐, 어차피 기간한정이라서 여러분은 가봤자 못 먹는다.
아, 욕하지 말자. 소재가 딸려서 물 올리는 건 아니고, 사실 일본은 죄다 물을 컵 단위로 줘서 큰 통에 물을 주는게 무척이나 반가워서 찍었다. 솔직히 말도 잘 안통하는데, 짜고 단 일본 음식 먹으면서 물 조금 마시는 것도 아니고 매번 달라고 하는 거 미안하고, 불편해 죽을 뻔 했다. 그러다가 마츠야에 가서 큰 물통에 있는 냉수를 보니까 너무 반갑더라.
계속 저기에 있는데, 얼음을 직원들이 주기적으로 채워줘서 엄청나게 시원하다. 이거 보고 한국 생각났는데, 얼음 채워주는 거 보고 또 감탄했다.
사기당했다. 나는 저거 사면 저기 붙어있는 8가지 포켓몬 중에 하나가 스티커로 나오는 줄 알았다. 아싸 노트북에 붙여야지하고 두근두근 하면서 받았는데, 프리저 나오자마자 배신감에 부들부들 떨었다. 으으으으으으으! 패키징이 다른 거일 줄은 생각도 못했다 진짜. 아니, 그럼 스티커처럼 놓질 말던가! 글을 읽을 줄 모르는 외국인은 오늘도 서럽다. 역시나, 이래서 문맹률을 낮추는 건 정말로 중요하다! 사람이 인성이 나빠진다. 심지어 이거, 과채주스다. 일본까지 가서 과채주스 마시고 돌아온 사람? 바로 나다.
맛이 없는 건 아니고, 보시는 대로 당근 주스 비스므레 한 맛이 난다. 맛이 없는 게 아니라서 더 억울했다. 그냥저냥 먹을 만 하니까 욕하기도 어렵잖아. 엄마가 돈까스 사준다고 해서 나갔는데, 치과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생선까스 먹은 기분이었다.
레드불이다. 한국에서는 이런 알루미늄 병을 못 본거 같아서 사먹었는데, 뭔가 맛이 달라서 조금 갸우뚱 했다. 뭐가 다른지 확실히 말은 못하겠는데, 조금 밍밍하고, 탄산기가 적다. 술술 잘 넘어가긴 한다만, 에너지드링크가 술술 넘어간다는게 꼭 좋은 건 아닐텐데.
아무튼, 한 캔보다 조금 더 많은 량을 마셔제꼈음에도 불구하고 무척이나 꿀잠을 잤다. 피곤한건지, 일본의 에너지드링크가 카페인 함량이 적은 건지 찾아보려 하였으니, 카타가나의 무더기로 써있는 성분표를 보고 포기했다. 근데 우리나라처럼 겉에 뭐 몇 mg이라고 써있지 않은 걸 보면, 사람들이 카페인 함량에 크게 신경 안쓰는 것 같다. 하긴 전세계 어딜가도 에너지 드링크끼리 합성해서 붕붕드링크를 만드는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을 듯하다. 아니, 되려 있으면 좀 문제야....
오케이 인정한다. 에너지드링크 중독이다. 나는 몬스터 에너지 리뷰를 따로 쓸 정도로 몬스터 에너지를 즐겨먹는다. 그리고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참 많은 몬스터 에너지가 있다. 그래서 진짜 엄청 신나서 사마셨다. 다 못먹어고보고 온게 천추의 한일 정도다. 이건 환타 비스므레한 맛이 난다. 정말 딱 생긴대로.... 홀짝거리면서 마시다보니까 정신차리니까 곧잘 마셨다.
정말 느끼는 거지만, 이 나라는 에너지드링크가 에너지드링크 특유의 짙고, 묵직한 맛이 안나고 산뜻한 편이다. 왜지? 방향제 수준의 묵직한 향기와, 먹으면서 '와 몸에 진-짜 안 좋겠다.'싶은 생각이 드는 맛이 없다. 물론, 이래놓고 카페인 함량이 더 높다고 한다면, 정말 그거야말로 '하라구로'. 겉과 속이 일본의 한 모습.... 생각해보니까 좀 무섭다. 근데 개인적으로는 밤 샐때 하나쯤 잡고 마시면 좋을 듯....
먹어서 응원하자 때문에 누나가 찝찝하다고 물은 에비앙만 마셨다. 어쨌건, 이건 무조건 메이드인 프랑스니까.... 근데 그냥 패키징이 참 이뻐서.... 물맛은 한국 에비앙이랑, 혹은 다른 물이랑 똑같다. 하긴, 수원지가 죄다 똑같은데, 맛이 다르면 그것대로 또 문제긴 하다.
솔직히, 돌아오는 날에 너무 피곤해서 한잔 마셨는데, 알고보니 일본 한정으로 나오는 물건이라더라. 아, 조금더 음미하면서 마실 걸 그랬다. 좀 더 쩝쩝쩝 거리면서 마셨어야했는데, 너무 그냥 들이켰다. 맛은... 뭐 콜라 맛도 나고, 에너지드링크 맛도 조금 나고, 맥콜 맛도 난다. 에너지드링크 특유의 시큼함이 싫다면 기꺼이 마실 수 있겠지만. 솔직히 나는 맥콜같은 맛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그냥 흐음 특이하네 하면서 마셨다.
미안, 유난히 기억에 안 남는 아이였다...
단언컨데, 일본에서 먹은 최고의 에너지 드링크다. 에너지드링크 맛도 나는데, 이놈들.... 일본의 뽕맛은 이런 맛이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맛이다. 로열젤리가 들어간다고 써있길래, ㅎㅎㅎ 특이하네 하고 마셨는데, 이거 꿀맛이다. 아니, 맛난다는 꿀맛이 아니라, 진짜로 tast of honey, 꿀의 맛이 난다. 마시자마자, 머리속에서 꿀물과 에너지드링크의 불륜 드라마가 펼쳐졌다. 녀석, 금단의 사람의 결실이었구나.
기본적은 베이스는 에너지드링크의 맛인데, 목을 넘길 때, 은은하게 꿀의 맛과 향이 맴돈다. 칵테일같다. 레시 피는 기주는 에너지드링크로 하고, 꿀물을 살짝 첨가한 뭐, 그런 칵테일. 진짜로 꼭 마셔봐라. 돈키호테에서도 판다.
솔직히 장난으로 샀다. 너무 이상하게 생겼잖아. 이게 뭐야. 스파크링- 키-위 - 후르또 라니. 맛도 이상할 거 같아서 샀는데, 엄청 맛난다.
적당한 탄산기에, 적당한 단맛에(나는 많이 단걸 싫어한다), 적당한 키위 향까지! 키위 맛이 너무 강하면 거부감이 들기 마련인데, 진짜 적절했다. 마지막으로 마신 음료가 맛나서 진짜 행복했다....
집 돌아 가는 길에 공항이가 사고가 나버리는 바람에 비행기가 연착되서 바로 누나랑 플랫폼 근처의 식당으로 가서 맥주를 시켰다. 크으으으으, 시작과 끝이 맥주로 같다니. 수미상관, 아니 수미맥관이다. 술술 넘어간다.
일본에서 나마 비루(생맥주)를 정말 끊임없이 마셨는데, 계속 기린 맥주만 주던데, 처음으로 삿포로를 마셨다. 다만 나는 맥주 맛을 세세하게 구분하지는 못하는 사람이라, 그냥 맛났다 정도로만 기억한다. 여러분 나리타 제1공항에서 출국하기전에 꼭 맥주를 마시자. 우후후후. 아무튼 그렇게 약간 얼큰해진 상태로 비행기를 타니까, 약간 맛이 가서 혼자서 낄낄대고, 언제부터 LTE가 잡히나를 추척하고 놀다가 누나한테 혼났다.
아무튼, 이제 먹는 이야기는 끝. 지금까지 한없이 가볍게 갔으니까, 이번에는 좀 무거운 이야기나 해볼까한다. 뭔지는 비밀이고. 기대해달라. 언제 올릴지는 모름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