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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드유코치 Sep 30. 2024

"와! 언제 이렇게 컸지?"

"와! 언제 이렇게 컸지?"


아이의 성장은 문득문득 나를 놀라게 한다. 매일 많은 시간을 함께 있지만, 어느 순간 훌쩍 자라 버린 모습을 볼 때마다 새삼스레 감탄하게 된다.


그러다가도 "아빠가 아들의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때도 많다. 하루하루 자라는 아이를 보며, 내가 제대로 된 아빠의 역할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곤 한다.




평소 아이와 나는 자주 만나 함께 시간을 보내는 또래 친구가 없다. 그저 늘 마트를 둘러보면서 장난감을 구경하거나, 이 동네 저 동네 놀이터를 돌며 우리끼리 신나게 뛰노는 게 한결같은 일상이다. 이런 소소한(?) 일상이 어찌 보면 부자지간의 특별한 순간일지도 모르겠다.


집에 돌아와선 우리 둘만의 규칙과 루틴이 있다. 우선 목욕을 하고, 키즈랜드 영상을 3개 시청한다. 그리고 농구나 축구, 야구 경기를 시청하면서 소닉붐, 위즈, 블루윙즈를 함께 응원한다. 때로는 뉴스를 보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그렇게 아이와 나만의 세계 속에서 우리는 매일, 매 순간 함께 시간을 보낸다.


이제 하루의 마지막 루틴이 남았다. 잠들기 전 올림픽 레슬링이나 복싱 경기를 흉내 내며 금메달을 획득하는 놀이를 하기도 한다. 아이와 몸을 부딪쳐 웃고 떠들다 보면, 이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그런데 어느 날, 아이가 혼자 책을 읽는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길거리를 걸으면서 간판에 적힌 글자를 또박또박 읽는 모습, 엘리베이터 광고지를 읽는 모습도 보았다. 그 순간 나는 뭉클해지면서, "아빠인 내가 아이에게 충분한 학습 지원을 해주지 못한 건 아닐까?"라는 미안함이 몰려오면서도, 스스로 해내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아이가 너무나 대견하고 자랑스러웠다.


요즘 몇 번에 걸쳐 영어 유치원, 미술, 음악, 코딩 등 다양한 학습을 6세, 7세 때부터 시작하여 고등학교까지의 장기 학습 계획을 미리 마련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나 내 현실은, 나 스스로에게 경제적 여유가 없다는 핑계를 대며 태권도장 외에는 딱히 학원을 보내지 못한다. 그리고 아빠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아이를 보면 솔직히 아빠로서 불안함과 죄책감을 느낀다.




하지만 나는 그런 순간에도 우리 아이를 믿는다. 작은 문제 앞에서 "아빠!"라고 외치며 해결책을 갈구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대신, 아이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직면하고 고민하며 성장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아이가 스스로 자신의 삶을 선택하고 그 선택에 책임을 지는 법을 배우길 바란다. 그래서 나는 아이의 작은 도전과 성장을 지지해 주고, 칭찬하며 응원하려고 노력한다. 결국 난 아이에게 질문하는 아빠가 되고 싶다.



"오늘은 무슨 일이 있었니? 어떤 생각이 들었어?"라는 질문을 통해, 아이가 자신의 생각을 스스로 정리하고, 나아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돕고 싶다.


결국, 인생이란 스스로 치열하게 고민하여 선택해야 하며, 그 선택에 대한 책임도 스스로 짊어져야 한다는 것을 우리 아이가 가슴속 깊이 새기길 바란다. 인생의 도전 앞에 주저하지 않고, 모험을 즐기며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다하려는 태도를 가지게 되길 바라면서...


그리고 나는 이런 가치를 아이에게 심어주기 위해, 나 스스로도 끊임없이 도전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려 한다. 아빠로서 아이에게 보여주려는 삶은 말만 있는 삶이 아니라 행동으로 증명하는 삶이다.

매 순간 기도하며 예배의 자리를 지키고, 힘들고 지칠 때 주저앉기보다 다시 일어나 뚜벅뚜벅 걸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아이가 나를 보며 무엇이든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얻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아빠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자신의 삶을 대하는 태도일 것이다.


최선을 다하는 모습,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만의 속도로 인생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아빠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영향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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