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hesallypark Nov 18. 2017

지금은: 룬드

스웨덴의 룬드랜드 

영화 라라랜드를 본 후, 나는 동화 같은 곳을 발견할 때마다 그곳이 라라랜드 같았다. 그래서 스웨덴의 작은 도시인 룬드에 갔을 때, 나는 스웨덴의 라라랜드, 아니 '룬드랜드'에 갔다 온 것만 같았다. 그렇게 내가 살던 말뫼라는 도시에서 기차로 한 정거장만 가면 도착하는 룬드에 갔다. 


이날 나는 오전 8시 15분까지 나의 코스였던 분쟁과 평화 2의 모듈 1의 세미나 1을 아침에 참석했다. 내가 스웨덴에서 말뫼대학교 교환학생으로 분쟁과 평화 코스를 들으면서 제일 좋았던 건 당연 세미나 시간. 우리 커리큘럼에는 수업은 항상 세미나를 함께 하기 때문에 수업 때 충분히 나누지 못했던 디스커션 시간을 바로 세미나 때 나눌 수 있었다. 지금 한국의 인하대학교에서는 수업과 세미나가 함께 진행되는 것이 커리큘럼에 없고, 수업 때 디스커션은 커녕 제대로 된 질의응답 시간조차 없기 때문에 여간 아쉬운 점이 많다. 


그렇게 오전 9시 45분까지 세미나에 참석을 했고, 교수님의 세미나 성적 코멘트에 좋은 분석이라는 것을 남겨주셔서 기분도 좋았었다. 세미나가 끝나고 도서관에 있는 음악실에 가서 내가 좋아하는 이루마 작가의 <River Flows In You> 곡과, 드뷔시 작가의 <Claire De Lune>을 연습을 하고 다시 자전거를 타고 학생 하우징인 로넨으로 돌아가는 길에서 올려다봤던 하늘은 맑았다. 그날 날씨가 좋았다. 오랜만에 스웨덴 말뫼의 겨울 속에서  햇빛 있는 날이 선물처럼 찾아왔던 날이었기에, 마침 우리 층에 2학기에 새로 온 교환학생 친구들과 함께 룬드로 당일치기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스웨덴에서 산다는 것은 말이지, 날씨가 좋을 때는 무조건 밖에 나가고 싶어 진다. 

룬드의 성당 안에서


로넨 하우징에서 말뫼 센트럴 역까지는 자전거로 한 10분. 또 말뫼 기차역에서 룬드 기차역까지는 딱 10분. 말뫼 센트럴 역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친구들과 함께 기차를 탔다. 룬드랜드는 작지만 코지하고, 휘겔리하다.  인구는 10만 명 정도로 1666년에 설립된 룬드대학교가 있어서 인구 대부분이 학생들인 캠퍼스 도시이기도 하다. 다음에는 룬드대학교에서 수업을 들어볼까나. 룬드대학교의 캠퍼스는 오래되었지만, 좋았다. 작은 광장서부터 골목골목 숨겨져 있는 카페들과 서점들, 그 사이사이에 있는 세컨드 핸드 샵까지 취향저격. 그리고 룬드 성당이 있길래 친구들과 촛불을 하나씩 키고 왔다.

친구가 추천해준 룬드의 한 카페에서


몰도바에서 프랑스 리옹으로 유학을 간 나의 절친 발레리아는 이미 룬드랜드만 다섯 번을 왔다. 그래서 그녀가 
추천해준 작은 카페를 찾아갔다. 역시나 룬드대학교 커피까지 있는 카페. 여기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커피인 에스프레소 한 잔을 마셨다. 


린과 안나와 함께


우리는 이렇게 커피 바에 앉아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눴다.


카페 밖의 창문에서

여기는 러시아에서 온 나의 친구 빅토르가 추천해준 크레페 카페이다. 아쉽게도 비건 디저트 메뉴는 없었지만, 
이렇게 2층에는 다락방이 있는 집 같은 느낌의 카페였다. 


어느새 스웨덴 겨울의 짧은 해가 이미 지고 있었다.


룬드랜드의 오후 

여기서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또 한참 이야기를 나눴다. 로넨 하우징의 같은 7층에 사는 영국에서 온 친구 로라, 독일에서 온 아나-마리아, 비키, 스위스에서 온 친구 린과 안나와 함께. 이날 오후 무슨 이야기들을 그렇게 주고받았는지는 지금은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행복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룬드를 구경하고 다시 룬드 기차역에서 말뫼 기차역으로 가는 기차를 타고, 말뫼 기차역에서 로넨 하우징까지 또 자전거를 타고 7층에 도착했을 때는 벌써 저녁때였다. 나는 이때 스웨덴 말뫼에서 산 지 반년이 지나있었고, 말뫼가 아닌 다른 스웨덴의 도시는 룬드가 처음이었다. 


오늘 같이 떠나고 싶을 때 떠나는 것, 새로운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  여행을 갔다 오고 집에서 마주한 일상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나의 일상이다. 그리고 여행 후 언제든지 그 순간을 떠올릴 수 있다는 것, 어디를 가던 장소와 상관없이 나 답게 행복할 수 있는 것이 좋았다. 스웨덴에 와서 아주 오랜만에 어디론가 떠나고 싶었고, 
그렇게 떠난 곳이 룬드였을 뿐. 한동안 여행을 정말 많이 하면서 여행으로부터 쉬고 싶은 신기한 마음들이 생겨났을 때 나는 잠시 여행으로부터 쉼을 가졌었다. 그리고 이렇게 다시 
떠나고 싶은 마음이 찾아와서, 그곳이 다름 아닌 '룬드랜드'였기에  행복한 하루였다. 


꿈만 같았던 룬드랜드.
친구들과 함께라면, 그곳이 라라랜드, 아니 내게는 '룬드랜드'이다. 




지금은: 여행 중


앞으로 매주 토요일, 저의 여행 이야기들을 하나씩 꺼내보려고 합니다.


Breakfast: http://blog.naver.com/gkdmsinj 

Lunch: https://www.facebook.com/thesallypark

Dinner: https://www.instagram.com/thesallypark/ 

매거진의 이전글 지금은: 스코틀랜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