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음식의 중심
영화 <원 데이>를 보면 초반에 주인공인 앤 해서웨이가 멕시코 요리 전문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이런 멘트를 빠르게 읊는 장면이 있다. "콘과 밀로 만든 '또르띠야', 콘에 속을 넣으면 '타코', 밀에 속을 넣으면 '부리또', 부리또를 튀기면 '치미창가', 또르띠야를 구우면 '토스타다', 말면 '엔칠라다'"
조금 정정하고 싶은 부분이 있기는 하나, 어쨌거나 이 대사와 같이 대부분의 멕시코 요리의 기본이 되는 것이 바로 '또르띠야(tortilla)'인 것이다. 마치 한국에서의 쌀밥처럼. (비비면 비빔밥, 볶으면 볶음밥, 국에 말면 국밥, 김에 싸면 김밥!)
대사와 같이 또르띠야는 옥수수나 밀로, 혹은 그 배합으로 만들어진다. 사실 오리지널은 옥수수 또르띠야다. 수확한 옥수수를 석회수에 담갔다가 가루를 내어 반죽을 하고, 그 반죽을 조금씩 떼다가 손바닥만한 전병 형태로 만들어 달궈진 철판에 구워낸 것. 멕시코 사람들이 나중에 텍사스나 캘리포니아 등 지금의 미 남부로 이동하며 밀을 이용해 전병을 만든 것이 밀 또르띠야다. (TMI: 사실 현재의 미국 남부 대부분의 땅은 원래 멕시코 영토였다)
'옥수수 또르띠야'는 콘칩과 같이 누리끼리한 색을 띠며, 다소 거칠지만 은은하게 구수한 맛이 배어 있다. (맛이 강한 것은 아니고 밋밋하다. 정말, 밥처럼.) 나는 이 옥수수 또르띠야를 너무 좋아해서 소싯적에는 타코를 12개나 먹은 적이 있으며, 아무것도 더하지 않은 맨 또르띠야에 소금만 뿌려서 손으로 돌돌 말아 간식처럼 먹기도 했다. 그 모습을 보고 멕시칸 친구들이 "Bien mexicana~"(완전 멕시칸인데?)라고 놀리기도, 놀라기도 했다.
현재는 예전과 같은 노오란 옥수수 또르띠야는 찾아보기가 어렵다. 옥수수 또르띠야더라도 밀의 함량이 높아져서 거의 백색에 가까운 미색을 띠는 경우가 많다. 현재는 옥수수 가격보다 밀의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밀 또르띠야'는, 내가 처음 왔던 20년 전만 해도 약간 한 단계 고급진 이미지를 가진 식품이었다. 거리에서 옥수수 또르띠야로 만든 고기 타코들이 3-5페소 하던 시절, 밀 또르띠야는 고기에, 갖은 야채와 치즈를 드음뿍 올려 13페소에 팔았기 때문이다. 뭔가 미쿡스럽고 피자를 먹는듯한 맛이 있었기에 그런 이미지를 느꼈던 것 같다. 차라리 이 편이 한국인의 입맛에는 더 잘 맞기도 했고.
하지만 나는 옥수수 또르띠야 마니아이기 때문에 이런 밀 또르띠야의 점유율이 높아지는 추세가 달갑지가 않다. 라떼가 그리운 지점이다.
[관련 글]
- 001. 옥수수
- 005. 음식
이미지 출처: Pixabay로부터 입수된 Martin Diaz님의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