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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렷 경래 Oct 21. 2024

생일의 존재

세상에 태어난 이여 사랑해 정말

생일의 존재

                                                    김경래



존재의 가벼움이라는 시를 읽고

존재가 귀하다는 역설을 상기했다

노인이 되어도 든든한 버팀목인 존재도 있고

청년의 때가 늘 늙어 보이는 젊은 노인도 있다

숫자에 지나지 않는 나이를

계급장처럼 붙이고 사는 존재

무릎 관절 연골을 쇠붙이로 쇄신하는 존재

껄끄러운 관계도 절대 관계하지 않는 존재

아무도 하지 않을 일과

누구도 가지 않은 길에서

길이 있음을 밝히는 존재

필사를 해놓고 성경을 다시 뒤적인 달지

구절에 밑줄 긋고 언제 봐도 생소해하는

연관 없는 연관을 연구하는 존재 존재가

팔씨름하듯

한 번은 누르고 한 번은 눕는다


나의 향방에 방향감각을 주입했더니

풍선 부풀듯 하루의 배당금이 전달된다

타이어 주변으로 김새는 소리가 나고

세상은 콧노래로 적당한 타협을 흥정하는구나

지방 선거 미국 대선 보궐 선거 장로 선거

현수막 처리된 방향 잃은 선거철 자막

그래도 여전히 젊은 자 앞에

청춘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 날을 기념해야지

나의 생일을 축하해



대체의 엑스트라, 약간의 주연


생일이면 두 가지 감정이 든다. 또 한해를 무사히 살아왔다는 감사와. 또 한 살 더 먹었다는 아쉬움의 교차다. 생일이면 부담스러운 것도 생긴다. 주인공이 되어 선물을 받으며 사랑의 언어를 화환처럼 받는 일이 그렇다. 주인공으로 대접받지 못한 지난 시절의 기억을 간직한 사람에겐 더욱 그렇다. 엑스트라나 조연, 행인 1 행인 2로 단막극이나 출연한 사람에겐 생일이랍시고 무대에 올라오라는 기분이 달갑지만은 않다. 생각해 보면, 세상은 더욱 개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자 노력하고 있다. 엑스트라의 시대에 주인공을 갈망하는 구조다. 대중의 목소리, 다수의 의견, 단체의 목표가 우선인 문화는 함께 살아가는 모든 사회의 트렌드 아닐까? 그 와중에 개인의 이런저런 욕망이나 취향은 뒷전으로 물러나야 해서, 경쟁으로 이미 지치고 차가워진 사회가 더욱 싸늘하다. 그럼에도, 일 년에 한 번 주인공이 되어보는 것은 좋은 일이기 때문에 과분한 처우를 감사한다. 부담스럽다 하지 말고, 소담스럽다 하자. 손바닥에 가득한 꽃송이 한아름처럼 나의 삶이 오늘만이라도 소담스럽다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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