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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동현 May 07. 2024

뷰티풀너드와 ph-1

https://youtu.be/C0k6MCfMv_g

https://youtu.be/lj3xLpTMkHs


ph-1이 멘스티어를 디스했고, 멘스티어의 일원인 KSAP Rama가 맞디스 곡을 냈다. 나는 국힙을 좋아하고 뷰티풀너드의 콘텐츠를 아주 즐겁게 보고 있어서 흥미진진하게 따라가고 있다. 아직도 ph-1이랑 Men's tear가 한통속일 거라는 생각을 지우기는 어렵다만, 아무튼... 하나 하나의 노래에 집중하기보다 이 비프가 산출하는 하나의 토픽에 대해서 생각해보고싶다. 전부 살펴보지는 못했지만 Hiphop LE 같은 곳에서도 그 토픽를 둘러싸고 여러 말들이 오가는 것 같다.


ph-1은 Beautiful에서 이런 가사를 썼다. 

"기믹 방패를 쓰고 아군 우르르 달고나서 y'all go to war"

"지켜줘 문화에 대한 존중 그 선을 넘으면 그땐 머리에 조준"


KSAP Rama는 이렇게 받아쳤다.

"너는 개그맨이 랩하는 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뭐 할말 없지 씨발 래퍼들도 다 예능 나가는데"



다양한 전선이 있지만, 이 비프의 주전장은 바로 여기 같다.  "한국힙합의 정당한 플레이어는 누구인가?" 먹물을 묻혀서 말하자면 ph-1과 KSAP의 비프가 제기하는 문제는 바로 국힙의 성원권이다. 성원권이라는 표현은 『사람, 장소, 환대』에서 배운 거다. 책을 잃어버려서--혹시 이 책 저한테 빌려가신 분 누군지 기억 안 나지만 혹시 당신이라면 반납 좀--인터넷에 검색해봤는데, 이 비프를 생각하는데 괜찮은 용어(terminology)를 많이 제공하는 것 같다. 용어를 빌리기 위해서만 간단히 검토하자. 




https://www.snu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2346


중요한 부분만 짚고 넘어가자. (아마도 이 논의의 중요한 배경은 시민권이 인권보다 앞선다는 것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난민을 생각해보라. 그들을 보호할 법적 지위가 없는 경계 영역에서, 그들의 인권을 보장할 주체는 모호하기에 방기된다.)


사회적 성원권은 법적 지위와 무관하다. 사회적 성원권은 사회의 상호 의례을 통해 일상적으로 확인된다. 그러므로 사회의 상호작용은 교환할 수 없으면 사회구성원이라는 감각을 느낄 수 없다. 그러므로 어떤 사람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사회의 상호작용을 교환할 수 있는 조건 따위를 설정하지 않아야한다. 결국 환대는 무조건적인=절대적 환대여야만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ph-1과 멘스티어 사이의 비프를 이해해보자. 힙합 씬의 플레이어라는 건 법적인 자격이 있는 게 아니다. 국가 시험을 통해서 래퍼 자격증 같은 걸 취득하는 게 아니고 그런 게 있다면... 그렇게 [국가공인래퍼]가 되는 것만큼 소위, '힙합정신'에 어긋나는 게 없을 터이다. 이건 당연히 (문화로서) 국힙의 사회적 성원권 문제다. 문화라는 건 구별(distinction)을 전제하므로 '절대적 환대'라는 걸 누군가 지향할 수는 있지만 그건 결코 이뤄지지 않는 목표값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문화적 보수주의가 그냥 정직하다고도 생각한다.



여하간 중요한 건 오늘날 한국에서 누군가 국힙으로 받아들여질 때 그들이 어떤 조건에 근거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건 국힙의 구성원마다 다르다. 가령 맨땅에다 헤딩 Mega Mix에 멘스티어를 참여시킨 던 밀스에게 멘스티어는 플레이어다. 그가 그렇게까지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노래에 그들을 참여시킨 것은 멘스티어를 국힙에 입회시키는 분명한 사회적 상호 의례다. 




https://youtu.be/vy9YrCy3TNg



다시 비프로 돌아가자. 물론, ph-1에게 멘스티어는 플레이어가 아니다. ph-1은 멘스티어에게 '문화에 대한 존중 그 선'을 지켜달라고 말한다. 멘스티어는 문화의 선 바깥에 있는 사람이다. ph-1이 멘스티어를 디스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은 "기믹 방패를 쓰고" 있는 코메디언이고 "숫자로 대변 안되는 so many quality albums"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을 대중이 싸잡아 조롱하게끔 만든다.



즉, ph-1은 멘스티어가 

1. 기믹질을 하기 때문에

2. Qaullity Album이 없기 때문에(혹은 그것을 리스펙트하지 않기 때문에)



그들이 플레이어가 아니라고 말한다.

https://youtu.be/5no4UdIkxyQ



먼저 1에 대해서 살펴보자. 1에서 기믹질은 달리 말하면 '진정성'이 없다는 걸 의미한다. 한국 힙합에서 '진정성'은 로컬라이징을 의미한다. 국힙 원탑 이센스의 로컬라이징에 대한 의견을 들어보자.


"자기 경험이, 힙합이 50년 됐죠? 나도 20년 했죠? 근데 나도 아직 로컬라이징에 대해 생각해. 이 감정을, 나는 이걸 듣고 끓어올랐는데, 우리 삶은 거기랑 다른데, 이 끓어오름을 어떻게 전해주지? 이런 게 음악인데."


굳이 풀어 쓰자면 이렇다. 힙합은 외국의 문화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해당 음악을 한국어로 옮길 때는 우리의 문화에 맞게 번안이 필요하다. 안 그러면 진정성이 없거든. 저스디스가 2MH41K에서 컴튼의 갱 서사를 노원의 일진 서사로 옮긴 걸 생각해보면 쉽겠다. 그리고 사람들이 저스디스가 '학폭호소인'이었다는 사실(?) 루머(?)를 듣고 2MH41K를 잘 거론하지 않는다는 걸 생각해보면 더욱 쉽겠다. 국힙에서의 진정성이란, 내가 외국 힙합을 듣고 느낀 끓어오름을 한국에-사는-나의 상황에 맞게 로컬라이징 할 때 획득된다. 


이에 대해서는 하고 많은 논전이 있었다. 아마도 P-Type이 이 문제를 가장 깊게 생각한 사람일 테고, 차붐이 그걸 어감 층위에서까지 제일 승화시키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희대의 명곡 '안산느와르'를 들어보시라) 


아무튼 멘스티어는 이런 의미에서 진정성을 당연히 갖고 있지 않다. 그들은 포이즌 머쉬룸과 KSAP rama를 연기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걸 가질 이유가 없다. (물론 이것도 페르소나니 뭐니 따지고 들어가면 아주 복잡하게 되겠지만 그러지는 말자... 왜냐하면 나는 원고를 써야하니까..)


그런데 이런 진정성이 하나의 사건 같은 사람의 등장으로 무너졌다.


그는 바로 언에듀케이티드키드..


https://youtu.be/rg-TheCVOTw


아래에는 이런 댓글이 있다. "ㄹㅇ 본토외힙 한국말가사로 그대로 번역한 느낌이다."


중요한 감상이다. 진정성-로컬라이징의 시기가 '번안'의 시대였다면, 언에듀케이티드키드는 '직역'을 했다. 덕분에 사람들은 이 영상에는 "존나 웃겨서 맨날 보러옴 ㅋㅋㅋㅋ" 같은 댓글이 수도 없이 달려있다. 이것은 당연히 기믹이고 진정성과는 거리가 멀다. 국힙을 문화로 유지하게끔 만든 진정성-로컬라이징의 조건을 언에듀케이티드키드가 허물어버린 셈이다. 언에듀케이티드키드도 Full of Pain 같은 노래로 앨범 안에서는 진정성을 추구하지만, 어쨌건 언에듀케이티드키드가 열어젖힌 멍청트랩의 영역은 기존의 진정성-로컬라이징으로 회수되지 않는다. 


이것이 오늘날 국힙의 가장 큰 문제 아닐까 싶다. 국힙 성원권의 조건으로 가장 보편적으로 합의되었던 진정성-로컬라이징이 허물어졌다. 그리고 이미 그들이 씬 내부에 있다(이건 논리적인 결과라기보다는, 그들의 일상이 그냥 그들을 받아들이게끔 했을 뿐일 테다) 그렇다면 멘스티어를 국힙에 받아들이지 않을 근거는 무엇인가?


없다. 실은 이 논의 자체가 가짜 문제에 가깝다.


스윙스가 회고하는 것처럼 모든 래퍼들이 작은 콘서트장에서 서로의 공연을 지켜보던 시절은 갔다. 


발레리는 민중people에 대해 이렇게 말한 적 있다.

"가령 민중people이라는 단어는 한 도시의 모든 시민을 하나의 언덕 주변, 어떤 연병장 내에 모일 수 있었던 당시에는 명확한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그렇지만 수의 증대, 그러니까 천의 단계에서 백만의 단계로의 이행은 이 말을 기괴한 말로 만들어버렸으며, 그 의미를 그것이 들어간 문구에 따라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는 것으로 만들어버렸다."(폴 발레리, 임재철 역, 정신의 위기18쪽)


여기서 민중을 플레이어player로 바꿔보라. 

플레이어라는 단어는 한 씬의 모든 래퍼들을 홍대 놀이터 주변, 어떤 공연장 내에 모일 수 있었던 당시에는 명확한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그렇지만 수의 증대 (...)는 이 말을 기괴한 말로 만들어버렸다.


ph-1이 지적한 2의 문제, Quality album에의 지향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이건 정말 보수적인 의견이고... 실은 Quality album이 얼마나 있나 싶지만..(최근에는 EK 밖에 없었던 것 같은뎅...) 이 의견을 수긍한다면 곧잘 다음 질문이 따라온다. 


QUALITY를 판단하는 주체는 누구인가?

그렇다면 다시 씬 이야기를 해야하고, 씬 이야기를 하다보면 국힙의 사회적 성원권의 울타리가 허물어졌으므로.... 그들이 주체가 될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해야한다.  REAL RECOGNIZE REAL? 그건 징그러운 멘트.. 그리고 이 질문은 소위, '인플루언서의 시대' 혹은 '좋아요의 시대'에  국힙의 성원권이라는 아주(!) 막대하게(!) 중요한(!) 문제를, 문제 따위로 만들어버릴 만큼... 크고 너른 대화를 요청한다.


물론, ph-1이 그래서 멍청하다거나 싫지는 않다. 나는 아직도 릴(lil) 래퍼들에게 제이콜이 한 충고를 가끔 찾아보는 사람이니까.. 어쨌든.. 피스.. 원럽..


그리고 실은 이것도 진짜 문제가 아니다. 진짜 문제는 이제 정말로 '진정한 주체'들이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속편을 바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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