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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동현 Jun 03. 2024

한국영화 best 10


한국영상자료원이 기획한 한국영화 100선 선정자로 참여했다. 내가 뽑은 목록에 대해서 (당연히) 하고 싶은 말이 많고, 많은 사람들이 뽑은 목록의 총 집산에 대해서도 (애석하게도) 하고 싶은 말이 많다. 일단은 다 아껴두기로 한다. 내가 뽑은 10편의 영화와 코멘트를 남겨둔다.



https://www.kmdb.or.kr/db/list/242/0003/voters/detail/279



지옥화(신상옥, 1958)

관객이 이야기만 생각하는 게 싫었던 신상옥은 필름을 역순으로 돌리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지옥화>의 마지막, 안개가 자욱한 진흙탕의 이미지를 생각하면 진실일 것 같다.


물레방아(이만희, 1966)

고은아의 입, 다리, 몸 클로즈업 쇼트가 기억에 남는다. 그 쇼트가 덩치인 신영균보다 훨씬 크게 느껴진다. 폐쇄주의자 이만희의 가장 폐쇄적인 영화.


반금련(김기영, 1981) --나는 이 영화를 1980년에 나온 <최후의 증인>보다 앞에 뽑았다. 반금련은 1972년에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반금련>은 거의 10년을 검열에 계류되었고, 만신창이가 되었다. 김기영은 이걸 예측했나? 목 없는 신성일 유령은 그런 생각을 하게 한다. 에너지 가득하지만 만신창이. ‘남한영화’ 그 자체.


최후의 증인(이두용, 1980)

세상은 너무 크고 하명중은 너무 얇게 입고 있다. 탕! 새가 날라가는 소리까지. 너무 추운 영화.


개벽(임권택, 1991)

해월은 자꾸 달리는데 너무 느린 것만 같다. <흐르는 강물을 어찌 막으랴>와 더불어 임권택을 새로 또다시 봐야 할 이유.


나쁜 영화(장선우, 1997)

리스트를 꼽는 김에 다시 봤다. 너무 놀랐다. 많은 의미에서 <나쁜 영화>는 이후의 역사에서 누락된 것 같다. 당연하게도 애석하다.


그때 그 사람들(임상수, 2005)

"그는 출세하지 못한 사람이 출세한 사람에 대해 가지는 질투가 있었지만, 나는 한 세대를 겪고 나오면서, 그 질투를 정확하게 걸러냈다. 그의 경멸만을 물려받았다." 임상수는 자기의 아버지 해직 기자이자 영화평론가 임영이 <그때 그 사람들>의 공동 연출자라고 말했다.


내 친구 정일우(김동원, 2017)

좋은 영화인가? 하면,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한 번의 전환 이후에 마주하는 감각을 잊을 수 없다. 거대한 선체의 부감 쇼트도, 늙은 얼굴도.


소설가의 영화(홍상수, 2022)

다른 사람들이 홍상수의 어떤 영화를 꼽았을지 가장 궁금하다. 그는 반복이 아니라 쇼트 사이에 필히 존재하는 거대한 단절을 요즘 생각하는 것 같다.


깃발, 창공, 파티(장윤미, 2019) -- 물론, 이 영화도 2022년 홍상수 작보다 뒤에 꼽았다.

이 영화는 순진무구함으로 가득하다. 그 순진무구함, 기쁨이 패배와 슬픔을 초과한다. 감독이 거의 희미하고 안 보여서 너무 잘 보고 싶어진다.


※ 특별언급: 리스트를 생각하며 옛 한국영화들을 다시 봤습니다. 집이 아니라 극장에서 볼 수 있으면 참 좋을 텐데,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사는 도시(대구)에서는 그럴 수 없다는 걸 생각했습니다. 저는 유영길이 촬영한 모든 작품을 특별히 언급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런 영화들을 지방에서도 큰 화면에서 볼 수 있는 날이 오길 정말 간절히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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