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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숲 Feb 21. 2024

굶어 본적 있으세요?

누군가 만든 참쌀떡을 먹다가 _ 2월의 취향



며칠전부터 찹쌀떡이 너무 먹고 싶어서 노래를 부르다가

오늘 드디어 찹쌀떡을 손에 넣었다.

찹쌀떡을 너무 많이 샀다.


찹쌀떡과 함께 먹을 커피를 내려 테이블 앞에 앉는다.

한시간 후에 미팅이 있는데 가져가서 함께 나눠야 겠다.

난 쉽게 찹살떡을 손에 넣을 수 있다.

난 쉽게 커피를 손에 넣을 수 있다.


쉬운것

예전엔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던것

당연하게 생각했던것에 요즘은 그렇지 않다.


누군가에게 쉽게 하기 위해 누군가는 많은 희생을 한다는걸 배워가는중이다.


얼마전 학과 모임에 갔다.

나는 주장한다. 과에서 자격증을 딸 수 있는 과목을 늘려달라고

그런데 유학을 다녀오시고 미국국적을 갖고있는 자녀분을 둔 교수님 눈에

자격증은 효용이 떨어지는 인증서에 불과하다.


맞다. 자격증이 있다고 모두 취업이 되는것은 아니다.

그런데 

그 절박함

먹고사는것에 대한 불안함을 교수님은 모르시는구나 생각하며 벽을 느꼈다.

그 절박함을 이용해 장사를 하고 싶지는 않다는 마음이셨으리라 짐작 할 뿐이다.


굶어 본적이 있다.

주머니에 당장 천원이 없어서 빵한쪽을 사먹을 수 없었다.

가난이라는것은 단지 굶는것이 아니라

모든 가능성을 도려내는 기운이다.


난 할 수 없어

난 벗어날 수 없어

난 영원히 가난할꺼야

벗어나려고 애쓰는것보다

순응하고 사는편이 마음이 더 편해

점점 더 어둠 속으로 들어갔다.


그러다가 죽기로 결심하니

다른 삶이 열렸다.

다르게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찹쌀떡을 많이 살 수 있을정도 

누군가 만들어 놓은것을 교환할 재화정도

교환하며 그 노고를 고마워할 줄 아는정도로 

성장했다.


어제는 많이 아픈 선배님의 졸업이어서

졸업식도 참석못하시는 마음이 얼마나 서글프실까 싶어 

저녁식사 자리를 마련했다.

근사한 꽃다발을 하나 사서 

선배님을 만나 얘기를 나누는데 

항암중이셨고 췌장암으로 거의 대부분의 장기를 다 도려내셨다고 했다.

그냥 당뇨가 심해지셔서 쇠약해지시고 거동이 불편하신 줄로만 알았는데

그런 큰일이 있으셨는지 몰랐다.


우리 엄마는 췌장암으로 돌아가셨다.

그랬기 때문에 수술을 하셨다는 선배님을 감히 위로 할 수 있었다.

수술을 할 수 있다는것은 췌장암 환자에게는 그 자체만으로도 희망이므로

선배님은 생각보다 씩씩하게 식사를 잘 하셨고 

무거운 배낭에 약들을 다 챙겨 가지고 다니시며 스스로를 챙기셨다.


선배님의 병명을 듣고 

내내 엄마를 생각하다가

그럼에도 먹고 살겠다고 찹쌀떡을 사먹고

찹쌀떡을 만들어 주신 분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커피나무를 심고 키워주고 수확하고 먼 나라까지 보내주고 

볶아준 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갖고


갑자기 굶어 지내던 시절이 떠올라 

다 부질없다.

난 한줌 흙일 뿐이다.

매 순간 살아있음을 감사하자

반성 모드가 된


2월의 취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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