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세이지 Oct 28. 2019

5. 미안하지만, 관심 없는데

다섯 번째 데이트 - 폭탄



나보다 7살 어리지만 7살 많아 보이는 남자. 나보다 7살 어리면서 자기보다 어린 여자 철없다고 흉보는 남자.


자기가 가고 싶었던 레스토랑에서 만나자고 해서 혼자 열심히 먹는 남자. 혼자 열심히 맥주까지 마셔놓고 디저트 먹으러 가자는 남자.


혼자 열심히 얘기하는데 하는 얘기마다 참 재미없는 남자. 자기 얘기만 참 열심히 하는 남자. 몬트리올 출신이면서 불어 못하는 게 자랑인 남자. 자기 불어 못하는 건 생각 안 하고 불어권에서 취직하기 힘들었다고 불평하는 남자.


매너 참 없고 외모는 더 없는 남자. 남자들은 셀카 못 찍는 줄 알았는데 남자도 셀기꾼이 있다는 걸 깨닫게 해 준 남자. 키도 작고 몸매도 별로면서 첫 데이트에 아저씨들 입는 카디건 입고 나온 남자.


내가 이러려고 연애하기로 했나 자괴감 들게 하는 남자. 이제 남은 남자들은 이런 남자밖에 없나 절망감 들게 하는 남자.


그래 놓고 다시 만나자는 남자. 눈치도 없는 남자.


D에게 답을 보냈다.


'Sorry, not interested.'


내 대답을 듣고 친한 언니가 나보고 '쎈 언니' 같다고 했다.


‘나 정말 세진 건가?’


나는 좀 세질 필요가 있었는데... 이런 폭탄을 만나도 헛된 경험은 아닌 거구나. 그래도, 다시는 만나지 말자.




사진: Momofuku Noodle Bar, Toronto, ON




매거진의 이전글 4-4. Dear B,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