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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런던 브라이트 Mar 26. 2024

우물을 파는 자



내 나이는 40을 넘어 50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50대에 가까워지고 있지만 40세가 넘었다고 말하고 싶을 만큼 50이라는 숫자가 어색합니다.

30에서 40세를 넘어가는 시기에는 그 당시 

작은 가게를 해 보고 싶어서 도전하던 때이라 

정신없이 지나가서 아무런 감흥도 느낌도 느낄 시간이 없었습니다.



젊은 시절 시간의 무한정 있음에 시간이 흐름을 느끼지 못하고 없는 채로 살았다면

40이 넘어서고서는 시간이 보이고 분침, 심지어는 초침까지도 보입니다.

50을 향해 가는 시간을 조금은 붙들어 두고 싶은 맘입니다.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쌓이다 보니 지난 시간들을 회상하게 됩니다. 

가끔 학창 시절로 돌아간다면, 

20대로 돌아간다면,

30대였다면.. 

무엇을 하고 싶을까 생각을 합니다. �



다들 이런 질문에 한 번쯤 생각해 보았을 거 같은데요, 

저는 이 질문에 무엇을 하고 싶은 것보다는 

무엇을 하든 한 우물을 끝까지 파고 싶다고 늘 이야기합니다. 

한 분야에 전문가가 되고 싶습니다. 

저는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알고 싶은 것도 많지만 한 분야를 끝까지 파고든 적이 없습니다. 

하다 말고.. 하다 말고.. 여러 분야를 다 접해 보고 싶으니 어중간하게 하다가 다른 곳으로 향합니다. 


다시 시간을 되돌린다면 한 분야에 집중적으로 

해서 우물을 깊게 파서 거기서 샘솟는 물을 찾아내고 맛을 보고 싶었습니다.

나만이 맛볼 수 있는 물을 마시며 나만이 

간직하는 우물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나이가 쌓이고 세계 여러 사람들의 경험을 책으로 

접하면서 50을 향하는 마음과 생각에 조금씩 변화가 있습니다. 


어떤 분야의 우물이든, 우물을 파서 물을 만나거든 

다른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고 싶더라고요. 

함께 마실 수 있는 우물을 만들고 목마른 자들의 물을 대접하는 자.. 그런 자요..�


나의 우물을 통해서 다른 곳에 물을 흘러내보낼 수 있는 사람..



세상은 쟁취하고 승리하는 자의 것이라는 시선에 갇혀있다가 시간 흐름 앞에서 

자연스럽게 변화되는 걸까요? 


아니면 정말 세상이 변화하고 있는 걸까요? 



이런 마음을 추상적으로 그려만 보다가 

이어령과의 대화 책에서 나의 마음과 생각이 머물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결국 사는 내내 

끊임없이 새로운 우물을 파는 거야

그 우물에서 어떤 물이 나오든 

굳이 그걸 탐하지 않아. 

다만 필요한 사람이 가져가면 되지"


“나는 그저 우물을 파는 사람이야

우물을 파서 물이 나오면 사람들이 와서 

마실 수 있게 해 주고 

나는 다시 우물을 파기 위해 떠난다네 

그냥 그게 내 삶이야”


-이어령 교수-


고 이어령 교수의 만들어 놓은 우물이 현 시대를 살아가는 자들에게 콸콸 흐르는 

시원한 물이 되고 추운 날 따듯한 물이 되어 각자의 갈증을 해결해 주고 있습니다. 



나는 여러 우물을 팔 자신은 없지만 깊든 얕든 내 우물 속에서 다른 사람들의 

목을 축이며 함께 거할 수 있는 우물을 만들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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