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런던 브라이트 Jan 25. 2024

불을 지피는 영국 교육

교육은 물통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불을 지피는 것이다.


아이들은 영국에서 Nursery (유치원)부터 다니기 시작했다. 

한동안 아이들이 Primary School (초등학교)을 다니는 걸 보면서 과연 뭘 배울까 궁금했다. 


그렇게 생각이 드는 것이 중학교가 되기 전까지는  변변한 책가방도 없었고 그냥 네모난 얇은 서류 가방을 흔들고 다녔기 때문이다. 그 안에는 그 어떤 책도 필기도구도 없었고 가끔 가정 통신문 1~2장 정도 기껏해야 넣어 왔었다. 


책과 연필도 없이 빈 가방을 들고 다니는 아이들은 보고 있으면 불안한 마음이 먼저 올라왔다. 빈 가방만을 들고 다니게 하는 이 나라에서는 도대체 무엇을 가르치는지 궁금했다.


이렇게 배우는 것 없어 보이는 교육인 거 같은데 이들은 점점 학년이 올라갈수록 범접할 수 없는 아이디어와 예리한 비판적인 사고를 가지게 되고 세상을 제패하는 인물들을 배출하게 된다는 점이 더 놀라울 따름이다. 


빈 가방을 들고 다니는 아이들이지만 세계 대학 순위에서 영국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 대학이 1,2위를 지키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어떻게 수업을 하길래?


영국 학교는 1년에 한 번 꼭 Parents Meeting (학부모와 선생님 상담) 일정이 있다. 

선생님과 만나서 아이의  수업이나 학교생활에 대해서 간략하게 들을 수 있는 기회이다. 

약속을 정하고 학교로 가면 교실 앞에 아이들이 공부하여 필기해 놓은 공책들이 쭉 나열되어 있다. 



한 학기 동안 무엇을 공부했는지 알 수 있고 선생님과 부모들은 그 공책을 두고 

아이의 학업이나 학교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패어런츠 미팅을 통해서 그나마 아이들이 무엇을 공부하는지를 조금이나마 가늠할 수 있다. 

책은 여전히 없었지만 아이들은 수업을 통하여 만든 노트가 개개인의 교과서이자 책이었다.



지금까지 지켜본 영국의 교육방식이 이러했다.



초등학교 학생들은 역사 과목의  필수 과정인 빅토리안 시대에 대해 배운다.



빅토리안 시대를 공부하며 배우기 위해 먼저 리서치하고,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관련 책을 읽어 오게 한다. 

배운 기본 정보로 교실을 빅토리안 시대에 맞게 학생들은 꾸미기 시작한다. 

교실을 빅토리안 시대 세팅장으로 만들 수 없지만 벽 한가운데 

또는 다른 공간을 이용해서 빅토리안 시대만이 가질 수 있는 어떤 것으로 꾸민다.

예를 들어 빅토리아 여왕의 초상화를 인터넷에서 사진이나 그림으로 인쇄하거나

또는 학생들이 직접 그린 초상화를 벽에 붙여 놓기도 한다.



그 당시 뛰어난  건축이나 엔지니어를 공부하면서 

마시멜로, 막대기, 이쑤시개, 스파게티 등 여러 재료를 사용하여 자신이 디자인한 다리를 만들어 보기도 하고 영국 최초의 공룡 이미지와 화석 수집이 이루어졌던 역사를 배우면서 공룡이나 화석을 스케치를 해 보거나 낙엽, 나뭇가지, 꽃을 모아 만들어 보기도 한다. 잡지를 통해 공룡을 오려서 스크랩하는 등 여러 방법을 통해 빅토리안 시대를 습득한다.



그 시대 부유층, 중산층 그리고 빈민층들의 의식주를 배우면서 지금과 

다른 부분에 대해 간략하게 작문을 하는 시간도 있다. 

또 아이들은 빅토리안 시대에 맞게 옷을 입고 학교를 등교하는 날도 있다. 

어떤 아이들은 부유층을 흉내 내기 위해 연미복에 중절모를 쓰고 오기도 하고 

어떤 아이들은 가난한 소년으로 밑단이 찢어진 바지에 얼굴이 그을린 분장을 해 오기도 한다. 여자아이들은 하녀 의상으로 머리에 두건을 쓰고 흰 앞치마를 두르고 오는 재미난 모습을 보게 된다. 



그 시대를 최대한 느끼고 공감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로 활용하여 아이들에게 학습을 한다.



영국 학교에서는 이렇게 한텀 또는 한 달 정도의 기간을 주고 한 주제에 대해 심층적으로 배운다. 심층적으로 배운다는 것이 몇 시간의 수업이나 시험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여러 방면으로 주어진 토픽에 접근하며 호기심을 가지며 공부를 하게 한다. 





이렇게 주어진 토픽에 대해 선생님이 강의하는 일방적인 수업이라기보다는 아이들과 함께 스토리를 만들어 가며 자연스럽게 이어져 간다. 선생님이 가이드를 해주면 아이들은 스토리를 함께 만들어 나가는 것이 이들의 수업 방식이었다. 



스토리는 아이들의 호기심을 유발해 생각하게 하고 탐구하게 하고 흥미를 가지게 한다.

호기심의 가치를 이용하여 교육을 한다. 



아일랜드 작가 윌리엄 B. 예이츠는 이렇게 말했다. 



"교육은 물통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불을 지피는 것이다"



교육은 아이들에게 지식을 채워 넣는 것이 아니라 불을 지필 수 있는 불씨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불씨를 만들어 스스로 활활 타오르게 하는 것이 영국 교육의 면모이지 않을까 싶다.



영국 학교에는 아이들에게 호기심의 불씨를 붙여 주는 수업을 하고 있다.



가방만 흔들고 다니던 아이들이 세계를 흔드는 아이들로 성장하는 교육을 했던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 모두는 특별하고 고유하다_Odd Socks Day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