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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성장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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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park Mar 23. 2024

갑자기 들이닥친 3재

재취업 가능성, 친구의 죽음, 부모와 절연

저 3개가 한꺼번에 왔을 때 느낌이 얼마나 고통스러운가 싶다.


1. 재취업을 해야 할 것 같다.

사실 예전부터 징징거리던 게 있다. 투자 건이다. 당시에는 나도 잘 살아보겠다고 행한 투자였는데 조만간 큰돈이 나가게 생겼다. 솔직히 내가 능력이 된다면 안고 가고 싶은데 내가 그럴 힘이 없어 너무 초라한 상태다. 정말 너무너무 슬프다. 내가 어떻게 나왔는데...ㅜ 그래도 다행인 건 나는 문제가 닥치면 그 문제를 더 직면하는 특성이 있다. 여러 방면으로 알아보고 컨설팅도 받아보면서 내가 아주 최악의 상태가 아니라는 것은 알았다.


솔직히 최악으로 개인 회생..?ㅎ까지 해야 하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정도는 아닌 것 같다. 나 말고 다른 4-50대 분들도 있는데 그분들은 은퇴자금, 퇴직금으로 투자에 다 넣었다고 하니 그거에 비하면 난 나은 것이다. 나는 아직 청년이고 다시 일어설 힘이 있으니까...


대신 정말 많은 걸 배우고 있다. 부동산 관련 거래 절차나 뒤에 깔린 사람들의 심리, 법률 문제, 세금 문제 등 확실한 건, 지금 내 또래가 배우지 못하는 것들을 배우고 있다. 사실 이런 건 무섭지 않다. 다 어떻게든 헤쳐나갈 방법이 있으니까. 단단해지고 있다. 아닌가 무섭지 않다고 최면 거는 건가...ㅎ 몰라 암튼.


2. 전 회사 친한 동기가 세상을 떠났다.

일하고 있는데 이틀 전 갑자기 아는 동생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그 친구가 상을 당했다고. 처음에 부친상, 모친상이라고 잘못 보고 잉? 했는데 본인상이었다. 정말 순간 너무 벙쪘고,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가 곧바로 장례식장으로 달려갔다. 머리는 다 헝클어졌고, 옷도 갈아입지 못하고 갔다.


진짜였다. 너무 안 믿겼다. 한 달 전에 같이 점심도 먹고, 1월 1일에 새해 안부도 나눴는데... 그때 분명히 올 한 해 건강하고 행복만 하자고 그랬는데...... 그 친구랑 나눴던 카톡도 보고, 인스타도 몇 번이나 보고, 같이 속한 단톡방에 그 친구가 남긴 카톡을 보면서 너무 슬펐고 허망함을 느꼈던 것 같다.


친한 친구가 세상을 떠난 건 처음이라 살면서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었는데, 막상 장례식장을 가니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는데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참 착하고, 성실하고, 일 잘하고, 얼굴도 잘생기고, 참 괜찮은 아이 었는데... 내 퇴사도 축하해 주고 다 같이 술도 마셨는데...... 참 삶이 무엇인가 싶었다. 이렇게 운명이 정해져 있는 건가 싶었다.


오늘 발인일인데 하늘도 참 무심하지. 꽃이 너무 이뻐 빨리 가져가고 싶으셨나... 내가 할 수 있는 건 하늘에서 부디 평안하라고 빌 수 있는 것 밖에 없었다.


3.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절연 문자를 받았다.

퇴사하고 창업하고 위의 투자 건 때문에 최근에 엄마랑 다툼이 잦았다. 예전부터 아빠랑 관계도 소원했고, 기댈 수 있는 건 엄마랑 동생 밖에 없었는데 이젠 엄마도 못 기대게 되었다. 나도 엄마, 아빠가 나를 걱정해서 하는 말과 행동이란 건 아는데 그 표현 방식이 내 마음을 너무 후벼 팠다.


나는 엄마한테, 내가 바닥으로 떨어지고 노숙자가 되어도 다시 일어날 자신 있는데, 내가 있다는데 왜 내 주변에서 내 자존감을 깎아먹는 유일한 사람들이 부모냐고 했다. 20살 이후로 꾹꾹 눌러왔던 감정이 폭발해서 나도 와다다 내뱉었고 카페에서 2시간 동안 엉엉 울다가 면접 보러 갔다.


지난 일요일 새벽에 집에 와서 큰 캐리어랑 이민 가방에 짐을 미리 싸두고 경비실에 미리 맡겨두고 그 날부로 집을 나왔다. 엄마, 아빠는 항상 날 통제하려 했다. 정말 숨이 막혔고, 집은 편안한 공간이 아니라 그냥 숨 막히고 불편한 공간이었다. 새벽 일찍 나가서 밤 늦게 들어오고, 피곤에 쩔어서 침대로 직행하는 게 차라리 편했다.


엄마는 항상 나 때문에 본인이 힘들고, 아빠도 힘들어한다고 맨날 말했고, 이러는데 같이 사는 게 맞는 거냐며 나한테 감정 쓰레기통 짓을 했다. 내가 본인처럼 평범하게 살지 않는다고, 이해 안 간다는 듯이 말했고 사업은 대체 언제 성공하냐며 닥달하는 걸로 밖에 안 들렸다. 내가 잘 되는 순간에 같이 기뻐해주었다는 감사함보다 내가 못난 순간에 날 비난하는 슬픔과 비참함이 더 컸다. 지금은 거리를 두고 오롯이 혼자 있으니 심적으론 더 편한 상태인 것 같다


길 가다 가끔 울컥하고, 일 하다 울컥하고, 이 모든 게 한 번에 들이닥치니 힘들긴 힘든 것 같다. 항상 내가 바닥에 있을 때 누가 내 곁에 남아있는지, 나를 버리는지 잘 지켜봐야지 생각했는데 날 버린 사람 첫 번째가 가족이라는 게 좀 놀랍긴 하다. 나에게 내 부모가 흠이다 보니 내 존재 자체가 흠인 건가,, 별 생각이 다 들기도 하는 요즘이다.



그래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말이 있는데 인생사 새옹지마다.


1. 그래도 좋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

내가 힘들 때 연락이 며칠간 안 되니 전화해서 안부를 물어봐주는 친구도 있고, 흔쾌히 본인 보금자리를 내어준 친구도 있었다. 나는 사실 현재 제일 걱정이 내일 발레 갈 때 뭐 입고 갈지 걱정이긴 한데 우스갯소리로 이렇게 말하면 그래도 아직 제정신이네. 스토리 괜찮으니 나중에 자서전 써라라고 말해주는 애도 있었다. 실소라도 나오게 해 줘서 고맙달까.


2. 그리고 운동을 할 수 있다는 것

운동은 내가 회사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을 때도 도움을 주더니, 내 인생의 힘든 일이 있을 때도 이렇게 도움을 주는구나. 요즘 내 삶에 유일한 낙이다. 정말... 한 달 전에 목돈 들어왔을 때 발레 3개월 선결제해버린 과거의 나 칭찬해... 그래도 제정신 붙들어 있는 건 운동 덕분인 것 같다.


3. 남보다 훨씬 앞선 인생을 배울 수 있다는 것

우리 팀원이 말해줬다. 내가 올바른 길로 가려할 때 내 주변의 모든 것들이 나를 방해할 거라고. 무엇 때문에 너무 힘들다면 내가 제대로 된 길을 가고 있다는 게 맞다는 것이었다. 진짜 요즘 그렇다ㅜ 좋은 친구, 지인, 운동 빼고 모든 게 다 날 가로막고 있다. 근데 그래도 사업 시작할 때 이럴 것도 다 감안하고 시작했으니까..ㅜ


실패한 투자 덕분에 쓴 맛보며 인생 배우고 있고, 직장에 이렇게 들어가기 싫어하는 것을 보며 어떻게든 사업으로 재기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되고, 내 주변에선 내가 제일 회의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사람들의 눈에 보면 내가 너무 순수하고 순진했다는 거. 세상에 정말 호락호락한 것은 없고 다들 어떻게든 나를 잡아먹으려고 안달나 있다는 거. 이걸 알았으니 나도 더 독해져야겠다는 거. 확실한 건 지금 내 또래 중에 이런 걸 느끼고 있는 것은 정말 매우 극소수에 불과해서 현재 나는 정말 값진 경험을 하고 있다는 거였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보면 다들 과거에 흑역사가 있었다. 그게 단지 영상이나 책엔 한 줄로 간략하게 나와있었을 뿐. "그땐 정말 죽고 싶었어요", "그때 진짜 힘들었는데 그때가 있었기에 지금 제가 있는 거예요"라고 했다. 단지 죽고 싶었다, 힘들었다에 담긴 깊이를 헤아릴 수 없었고, 지금도 내가 저 정도에는 다다랐을까 생각해보곤 한다.


나는 모르겠다. 그냥 요즘도 하는 생각인데, 지금 너무 힘들고 종종 엉엉 울지만 지금 힘듦은 아무것도 아닐 것 같긴 하다. 나중에 더 큰 힘듦이 올지도 모르잖나. 우리 팀원은 굳이 이렇게 생각하지 말고 지금을 충분히 느끼고 웃긴 거 일부러 보면서 웃으라고 하는데, 각자 해결해 나가는 법이 있겠지ㅠ


친구의 죽음으로 내가 이렇게 사는 게 과연 행복한 걸까...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나는 그래도 지금 순간을 잘 이겨낼 수 있으면 행복한 순간 중에 하나로 남을 것 같다. (아무리 힘들어도 회사 직장인 생활은 아니야...) 인간사 새옹지마인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거 아닌가.


진짜 나중에 자서전 쓸 때 한 자 한 자 꾹꾹 담아 쓸 거다 ㅅㅂ 일론 머스크랑 같은 시대에서 평행 이론으로 살고 있다고 생각하자 썅


계속 운동하고, 계속 글 쓰고, 계속 생각하고, 계속 읽고, 현재 할 수 있는 것에서 최선을 다 하자.


화이팅. 글 쓰면서 간간히 질질 짜다가 원룸텔 옆 방 코 고는 소리에 짜증나다가 내일 운동갈 생각에 그나마 행복해지는 내 자신.


+

우씨... 글 다 쓰고 카톡방 보는데 괜히 감동이야... 짜증나는 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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