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묭 Aug 28. 2022

첫서재 이야기가 책이 되었습니다.

<돈이 아닌 것들을 버는 가게>


 안녕하세요. 다들 잘 지내고 있나요?


 오랜만에 브런치에 글을 남기니 화면의 질감을 마주하는 게 다소 어색하네요. 지난봄까지 2년간 매주 꼬박꼬박 들어와 글을 쓴 곳인데 단 몇 달만에 이렇다니요. 그래도 비록 이곳에 공개할 글은 아니어도 꾸준히 쓰고는 있었답니다. 단편소설과 희곡 습작 위주로 몰래몰래 끄적이고 있는데 쉽지만은 않더군요. 역시 창작은 내 영역은 아닌가 보다, 하는 좌절과 그 영역 사람들(?)에 대한 흠모와 질투가 반복되는 나날입니다. 그래서인지 지금 이렇게 브런치에 글을 남기는 기분이 오랜만에 가볍고 개운하네요.


 제 브런치를 구독해주고 일요일마다 읽으러 와 주셨던 분들께 가장 먼저 전하고 싶은 소식이 있습니다. 첫서재 이야기가 책이 되었어요. 예정대로라면 9월 첫째 날 온라인 서점에, 둘째 날부터 오프라인 서점에 내어질 겁니다.


 책 제목은 <돈이 아닌 것들을 버는 가게>입니다. 성급히 표지부터 자랑하자면,



 이렇습니다. 자랑할만하지 않나요? 인쇄소에서 처음 표지를 보는 순간 긴장된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렸답니다. 화가 이정웅 님(동명이인 화가가 두 분 계신데 더 젊은 분입니다.)이 그려준 그림이에요. 시점부터 색감까지 첫서재의 정서를 듬뿍 담아주셔서 감사드릴 뿐입니다. 이 표지를 완성하려고 출간이 한 달가량 늦춰졌어요. 처음엔 다른 그림과 사진으로도 구성해봤는데, 출판사 대표께서 더 걸맞은 표지를 위해 고심을 한 끝에 결국 이렇게 완성되었습니다.

 

인쇄소 감리 작업 중.


 책 속에는 첫서재를 차리게 된 계기부터 폐가를 고친 과정, 그리고 서재에서 보낸 사계절의 낱낱을 빼곡하게 또 느슨하게 담았습니다. 초반부는 주로 브런치에 실은 글들을 더 책답게 고쳤고, 후반부에는 짧은 감상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조금씩 덧대었습니다. 책의 구성은 전적으로 난다출판사 대표인 김민정 시인과 유성원 과장님께 맡겼습니다. 두 분과 함께 작업한 얘기는 정식으로 출간이 되고 나서 쓸 다음 글에 털어놓겠습니다. 고생스러웠지만 글 쓰는 자세를 돌아보고 앞으로 어떤 마음가짐으로 써야 할지 정돈해보게 된 값진 경험이었어요.


 설레는 마음으로 쓴 출간 예고(?)글의 결말은 이 책에 대한 오은 시인의 추천사로 갈음하겠습니다. 지난해 오은 시인을 처음 알게 된 뒤로 친구가 되었어요. 첫서재 다락방에서 하룻밤 머물며 술잔을 기울이기도 한 인연으로 길고 정성스러운 추천사를 써주었습니다.


 부디 책이 무탈하게 세상에 나오길 기원하며, 출간 후 다시 이곳에서 글로 인사드릴게요.




 여기 춘천의 한 폐가를 고쳐 서재를 만든 이가 있다. 책방도 아니고 카페도 아닌 공유서재다. 휴직하는 스무 달 동안 다른 삶을 살기로 결심한 이가 있다. 누리는 삶도 아니고 풍족한 삶도 아닌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삶이다. 그의 이름은 남형석, 공간의 이름은 첫서재다. 방문객에게 첫서재는 “서투름을 쌓고 설렘을 챙겨가는 공간”이다. 반대로 그에게 첫서재와 동고동락하는 스무 달은 서투름을 챙기고 설렘을 쌓는 시간이다.


 취재원을 찾아가 집요하게 인터뷰하던 그는 한자리에 머물며 손님을 기다리는 사람이 되었다. 현장이 바뀌니 품은 커지고 마음은 느긋해진다. 말을 받아 적고 기사를 쓰던 시간은 유리창을 닦고 화분의 흙을 만져보다 커피를 내리는 시간으로 바뀐다. 기사가 쓰일 빽빽한 자리에는 방문객의 사연이 촘촘히 들어선다. 그는 그렇게 “계절에 맞서지 않고 계절을 머금고” 지내는 법을 터득한다. 사회와 불화하는 대신, 자신이 머문 자리에서 한껏 자유로워진다.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무모해져야 한다. 모르는 곳으로 향하기 위해, 삶의 방향을 꺾기 위해 기꺼이 처음을 향해 노를 저어야 한다. 이 책에 첫 인사, 첫 만남, 첫 실수 등 첫 흔적들이 수북한 것은 그가 성실하게 첫 기록을 남겼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실패하러 온 거예요 여기”라는 그의 말은 어쩌면 꿈꾸는 데 성공했음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는 일은 서투름 뒤의 진심을, 설렘 뒤의 두려움을 만나는 일이다. 세상 속 “떠도는 이야기”를 초대하기로 결심한 순간, 뜻밖의 일들은 이미 그의 머릿속과 가슴 안에서 움트기 시작했을 것이다. 첫서재가 있는 춘천이 이름에 봄을 품은 도시인 것처럼, 누군가에게는 이 책이 봄으로 깃들 것이라 믿는다.


- 오은(시인)

매거진의 이전글 외면과 직면 사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