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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냥 하루 Jun 10. 2020

사람과 사람 사이

6월 4일 오랜만이라는 기대를 가득 안고

퇴근 무렵 전화가 걸려왔다. 다음주에 모임하면 어떻겠냐고. 그래서 좋다고 했다. 그들과 만나는 건 언제나 신나는 일이다. 1주일 후로 약속이 잡혔고, 약속을 기다리는 시간동안 오랜만에 신나고 들뜬 기분을 맛볼 수 있었다. 


이들과는 지난 직장에서 만나 특별한 이야깃거리가 없어도 삼삼오오 모여 커피 한 잔에 담소를 나누었고, 종종 포차에가서 막걸리 한 사발에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피운 적도 많았다. 그런 즐거운 추억을 뒤로하고 시간은 어느새 금방 흘러가, 좁은 속을 가득 채워준 그들과의 만남 뒤 헤어짐은 아쉬움이 가득한, 아니 가득하다 못해 뚝뚝 흐르는 그런 공허한 순간이었다.


새로운 해를 맞이하고 발령을 받아 직장을 옮기게 되었다. 새로운 직장은 전의 직장과는 다르게 규모도 작아 모든 구성원을 다 알 수 있는 수준이었고, 나를 처음 맞이하는 상사의 태도는 나를 이곳의 가족으로 맞아주는 따뜻함이 느껴졌다. 기대가 되었고 전 직장에서처럼 즐거운 일들이 가득하길 바랐다. 


그리고 반년이 지난 지금, 나를 가족이 아닌 이방인과 같이 대하는 이곳의 분위기에 속이 울렁거릴 지경이다.


별로 크게 달라질 것도 없었다. 나는 그대로였고, 지금 여기 사람들도 아마 그대로겠지. 


내가 싫어서 나를 의도적으로 배척한다는 느낌도 조금 있었지만 그래도 뭐 참고 지낼만하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도,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다. 처음에는 나의 행동, 동료들의 행동 등을 일일이 생각하면서 신경 쓰고 예민하게 굴고 그랬다. 당시에는 개인적인 일도 겹쳐 힘든 상황이었기에 불면증까지 겹쳐 스트레스가 장난이 아니었다. 그러다 지난 직장의 동료 중 한 사람과 통화를 하며 지금의 상황을 털어놓는데, 거기에 공감해주는 그녀의 목소리에 마음이 울컥했다.


나를 소중하게 대해주지 않는 이런 인간관계에 내 마음을 다치고 아프게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중한 사람들에게 쓰기도 아까운 시간과 마음이다. 그래서 난 이제 더 이상 그들에게 묻고 싶지도 친해지고 싶은 마음도 없다. 학생처럼 싫은 관계임에도 무조건 봐야 하고, 불편한 사이로 남아 교실 속 답답한 공기가 무겁게 나를 짓누르는 그런 상황도 아니다. 내가 신경 쓰지 않으면 그만이라 생각하기에, 더 이상 생각하지 않고 마음속으로 선을 그었다.


해가 지나갈수록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재미있는 사람, 매너 있는 사람, 짜증이 가득한 사람, 의사소통이 안 되는 사람, 이기적인 사람, 욕설이 난무하는 사람 등. 그런 사람들을 만나면서 나와 비슷하고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기회도 맞이하고, 지금과 같이 답답한 순간을 즐길 수 있는(?) 기회도 찾아온다. 예방접종을 맞아야 질병에 걸리지 않는 것처럼 이런 인간관계의 경험도 해봐야 다음번에 마음이 아프지 않을 것이다. 늘 행복하기만 할 수 없는 게 사람과 사람 사이, 인간관계 아니던가?


어릴적 어른들은 이런 말을 하곤 했다. '중, 고등학교 친구들이 평생간다.' 이 말은 아주 맞는 말도 아주 틀린 말도 아닌 것 같다. 사람들과 이야기 해보면 중, 고등학교 친구들 이야기가 가득하기도 하고, 나도 그렇기도 하고. 그런데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사촌이 좋다고 했던가? 직장을 가지고 난 이후 주위를 돌아보면 친구보다는 직장동료, 사회에서 만난 인연들이 손을 흔들고 있다.


중, 고등학교 친구들과의 일을 전부 기억하지는 못하겠지만, 지금 만날 때는 싸우더라도 상처 받지 않는다. 나와 성향이 비슷하고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이기에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남은 것이니까. 그런데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은 다르다. 평생 다른 길을 걸어오다 하나의 가족이 된 부부가 많이 싸우고 다투는 것처럼, 너무나 쉽게 다투기도 마음에 상처를 주기도 한다.


폭풍우가 치는 바다와 같은 사회 속에서 나와 마음이 통하는 소중한 친구를 만난다는 것은 진정으로 소중하고 희귀한 기회이다. 지금 내 주변의 친구들, 바로 옆에 앉아있는 나의 동료에게 작은 메시지 하나 보내보자.


'오늘 저녁 삼삼오오 모여 삼겹살에 소주 한 잔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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