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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냥 하루 Jun 10. 2020

나를 만들어 가는 과정

6월 7일 땀 한 바가지, 멍 두 큰 술, 건강 한 작은 술

시대가 변화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고향을 떠나 수도권이나 큰 대도시로 나와 직업을 구하고 살아간다. 많은 사람들이 대도시로 모일 때 나는 오히려 그 반대의 행보를 취했다. 물론 수능을 만족스럽게 보지 못한 결과일지도 모르겠지만, 나름대로 만족한 대학에 괜찮은 직장을 구해 지내고 있다. 물론 우리 가족은 대도시에 그대로 있고, 나만 자취를 하며 생활하는 중이다.


20살 때 대학을 강원도로 오며 나의 첫 타지 생활이 시작되었다. 어릴 적 우리 아버지는 많이 엄하셨기에 제대로 된 일탈이라는 것을 해보지 못한 채 어찌 보면 재미없는 중, 고교 생활을 했었다. 그런데 아버지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 타지 생활이라니! 너무 설레고 들떴다. 1, 2, 4학년을 기숙사에서 지낸 탓에 엄청나게 자유로운 생활은 아니었어도 나름대로 만족했던 시간들이었던 것 같다. 군대를 지나 직장을 다니는 지금도 여전히 혼자다. 혼자 지내면 생각보다 나라는 사람을 분석할 계기가 많아진다.


나는 생각보다 엄청나게 게으른 사람이다. 본가에서 생활한 어릴 적에는 어머니나 아버지께서 청소와 정리를 해주신 덕에 크게 방이 더럽거나 어지럽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나 혼자 산 10년의 시간 동안 내 방이 깨끗했던 시간은 다 합해 2년도 안 되는 것 같다. 큰 맘먹고 방을 치우면 다음날부터는 무슨 어지럽히기 시합이라도 한 것인 마냥 순식간에 더러워져간다. 어느 순간에는 포기를 하게 되고, 어차피 더러워질 거... 하면서 방향제와 섬유탈취제만 주야장천 사다 놓고 그게 마치 내 방의 향기인 양 혼자만의 만족을 한다.


새삼 부모님이 대단하게 느껴지는 게 집안일은 방청소만이 다가 아니다. 빨래도 해야 하고, 설거지도 해야 하고, 때에 따라서는 화장실 청소에 분리수거까지 쉴 틈이 없다. 특히 여름에는 음식물 쓰레기를 제때 버리지 않으면 냄새가 심하고 벌레가 꼬여 마치 생물 실험실을 연상케 하는 기묘한 비주얼의 결과물이 나오기도 한다. 설거지는 솔직히 할 게 없다. 매일 시켜먹으니까. 악순환의 반복이다. 시켜 먹으면 쓰레기가 많이 나오고 치워야 하는데 귀찮아서 안 치우고 모아서 치우면 냄새나고 양도 많고... 고쳐야 하는 걸 아는데, 마음먹기가 쉽지 않다.


배달음식은 정말 신의 은총이다. 귀찮게 요리를 하지 않고도 집에서 재미있는 유튜브를 보며 맛있는 음식을 음미할 수 있다. 저녁에는 뭘 먹을까 고민하며 점심을 먹는 행복을 맞이하기도 한다. 그런데 곧 한 여름이 다가온다. 한 여름이 다가온다는 건, 다들 피서를 떠난다는 말이기도 하다.(물론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피서를 가길 꺼려한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있지만, 그래도 여름휴가를 포기할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피서는 보통 해변이나 수영장을 간다. 그러면 나의 비루한 몸뚱이가 드러나겠지?


처음부터 살이 이렇게 찐 건 아니었다. 나는 엄청 마른 몸이었다. 허리는 27-28인치, 몸무게는 60을 넘겨본 적이 없다. 참고로 나는 남자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지금은 유튜브에 몸짱들이 많고, 말라 보이는 연예인들도 모두 어깨 깡패에 식스팩은 기본이지만, 내가 대학을 다니던 2000년대 후반에는 마른 몸이 유행이었다. 그런 몸의 보이그룹이 많았고(대표적으로 샤이니), 스키니가 유행했다. 그러다 취업 준비를 하고 매일 저녁 당시 여자 친구와 치맥을 하며 공부의 고단함을 달랠 때 몸무게가 처음으로 60이 넘어갔다. 그리고 20대 후반까지는 70을 넘겨본 적이 없다. 문제는 바로 30이 넘어서부터 시작이었다.


워낙 말랐기에 살이 조금 찌기 시작하니 얼굴이 훨씬 낫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잘생겼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는 본인이기에 신나게 먹고 또 먹었다. 먹는 게 즐거워 지기는 처음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살이라는 것은 참 무섭다는 것이었다. 턱이 2개가 되고 배가 나오기 시작했다. 난 어릴 적 뚱뚱한 사람들을 보면 자기 관리를 못하는 거라고 탐탁지 않게 생각했다. 그런데 거울 앞의 내 모습은 어릴 때 내가 탐탁지 않게 생각한 그 모습이었다. 좋아하던 배드민턴을 그만두니 살은 더 쪄 80을 넘겼다. 그때 형의 결혼식이 있었는데, 진짜 최악이었다. 충격을 받고, 먹지 않는 좋지 못한 다이어트를 해 지금은 그래도 70kg대 초반의 몸무게를 유지하고 있다.


내 문제점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고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그게 제일 힘든 일이다. 담배가 안 좋은 걸 알지만 그걸 끊어내는 게 어려운 것처럼.


금요일 퇴근 무렵 자리를 정리하는데 한 후배가 다가와 주말에 시간이 있느냐 물었다. 일요일에 시간이 괜찮아 말하니 소소하게 모여 자전거 라이딩을 하자는 거였다. 나는 승낙했다. 그런데 막상 나갈 시간이 다가오니, 일요일의 침대가 나를 유혹하며 지금이라도 가지 말라고 속삭이는 것 같았다. 


눈 한 번 질끈 감고 뜨니 어느새 난 아픈 엉덩이와 떨리는 허벅지를 부여잡고 컴퓨터 앞에 앉아있다.


무엇이든지 시작이 제일 어렵다. 오죽하면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겠는가?


내일은 방 청소와 빨래를 하며 땀을 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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