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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냥 하루 Jun 30. 2020

지겹다 지겨워

6월 30일 어느새 다가 온 6월의 끝자락에 서서

한 주의 시간이 지나고, 그 주가 모여 한 달 그리고 일 년까지. 시간이 지나고 난 다음 뒤 돌아보면 늘 똑같은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 때가 있다. 정해진 시간에 출근, 내게 주어진 업무를 처리하고 시간 맞춰 퇴근. 특별하리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평범한 일상. 금요일 저녁이나 주말이 되면 매번 똑같이 보는 친구들과 같은 화제들. 그리고 또다시 찾아오는 새로운 한 주.


학생 때도 마찬가지다. 매일 등교하고 일정하게 짜인 시간표에 의해 한 주가 흘러간다. 점심시간에 친구들과 모여 수다를 떨거나 축구를 하고, 방과 후에는 PC방에 가서 게임을 하고 집에 와서 카톡이나 페북을 좀 하고 잠이 든다. 그래도 학생 때는 새로운 것들을 많이 접하는 시기이기에 지루하고 지겹다는 생각이 많이 들지는 않는다. 아, 물론 수업 시간에 공부하는 것을 제외하고 말이다.


그런 시간들을 보내다 보면 어느새 주변의 모든 것들이 익숙해진다. 그래도 사회에 나오면 나와는 다른 사람들을 대하기 때문에 조금 덜하지만, 집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내가 태어나면서 눈도 제대로 뜨지 못했을 때부터 함께해온 가족들은 매일 이야기하고 전화하고 카톡 하면서 산소와 같은 삶의 일부가 된다. 하루 이틀 정도 외박하거나 장기간 여행을 다녀와도 가정은 그 자리에 계속 있고, 약간의 시간이 흐르면 나 역시도 다시금 적응하여 가정 속 나의 자리로 되돌아온다.


오로지 부모님이 최고이고 우리 가족밖에 몰랐던 어린 시절과 철이 들고 어른이 되고 난 뒤의 시간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우리는 '생각의 봄'이라고 하는 사춘기를 맞이하면서 가족과 많은 불화가 생긴다. 매일 짜증내고 화내기 일쑤고, 때로는 마음에 상처가 되는 말을 하며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나간다. '이 놈의 집구석 너무 지겨워' 하며 집을 뛰쳐나가는 사람들도 있고 말이다.


가정과 비슷한 느낌을 가지는 것이 바로 연인과의 관계가 아닌가 싶다. 이성을 만나 좋아하고 사랑하는 감정이 생겨 사귀기 시작하는 그 '썸'의 단계에서는 모든 것이 새롭고 설렌다. 매일 두근거리고, 이성친구와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사귀는 단계까지 발전한다. 그 또는 그녀와 함께하는 모든 것이 처음이기에 만나는 순간이 늘 행복하고 즐겁다. 나의 모든 것을 알려주고 싶고, 또 상대방의 모든 것을 알고 싶고 그렇게 서로를 공유하면서 너와 나가 아닌 우리, 끈끈하게 맺어진 하나의 연인으로 발전한다.


그렇게 한 달, 두 달, 일 년.... 의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 되는가? 물론 처음과 같은 마음을 유지하며 지내기는 어렵더라도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며 잘 지내는 사람도 있고, 더 나아가 결혼을 할 수도 있다. 반대로 서로 맞지 않는 것에 다투고 계속 지치다가 결국에는 '너랑 함께하는 시간들 너무 힘들고, 지겨워' 하며 이별을 맞이 할 수도 있다. 


가정도 그렇고 연인도 그렇고 처음에는 새롭고 신기하며 행복이 가득한 마치 놀이공원에 와 있는 그런 기분인데, 시간이 지나고 보면 처음의 그런 마음은 찾아보기가 어려워진다. 우리는 무엇인가 사라지거나 없어지기 전까지는 일상적인 것들에 대한 소중함을 모른다. 무엇인가 없어지고 나서야 그것을 찾고, 잃어버린 것에 대한 후회라는 것이 밀려온다. 


영화 연애의 온도에서 보면 연인 간의 그런 모습이 솔직하게 그려져 있다. 서로 죽고 못살겠던 연인이 너무 당연한 생활의 일부가 되고, 그러면서 계속적인 다툼이 발생한다. 참다못해 이별을 맞이하게 되고, 원수로 발전한다. 그 후에는? 헤어진 연인에게 자꾸 전화하고 집착하며 다시 만나 처음 설레던 그 순간으로 되돌아가고 싶어 한다. 그들의 생각처럼 잘 되었을까? 헤어진 연인이 다시 만나 잘 될 확률은 3%라고 한다. 그들도 결국에는 헤어짐의 순간을 맞이하였다.


드라마 고백 부부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나온다. 30대 후반의 주인공이 20살로 타임슬립을 하게 되면서 돌아가신 어머니를 다시 만나게 된다. 과거의 20살에 어머니께 잘못했던 일들을 반복하지 않으며 어머니와의 행복한 시간들을 보낸다. 이 주인공이라고 어머니가 그렇게 일찍 돌아가실 줄 알았을까? 장례식에서 펑펑 울고, 잘못했던 일들에 대해 후회하고 자책한다 한들 돌아가신 어머니가 돌아오는 건 아니다. 우리 인생은 드라마가 아니기 때문이다.


내 눈에는 너무 지겹던 고향의 풍경과 정취, 새롭고 반짝임이 가득한 도시로 나가고 싶었던 마음은 시간이 지나 지쳐 연어처럼 다시금 옛날의 추억으로 되돌아가고 싶어 한다. 시간이 지나고 돌아온 고향에는 그때 그 시절의 풍경과 정취가 없다. 시간이 지난 만큼의 변화만이 남아있을 뿐.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지 말자'라는 축구선수 이승우의 말이 떠오른다. 


지금 주변의 익숙함이 여러분에게 가장 소중한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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