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판 송태섭, 카와무라 유키

멤피스 그리즐리스 No.17

by 연린

지난 2023-2024 시즌, NBA에서 내가 가장 흥미롭게 지켜본 선수는 빅터 웸반야마다. 프랑스 국적으로 NBA 2024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샌안토니오 스퍼스에 지명되며 데뷔했는데, 무려 신장이 246cm(착화 기준)이다. 타고난 신체에 뛰어난 재능까지 겸비해 '외계인', '신인류'라는 별명과 함께 많은 농구팬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나 역시 그의 루키 시즌을 통해 타고난 신체를 기반으로 한 선수의 놀라운 플레이들을 지켜볼 수 있어서 매우 즐거웠다.


그리고 맞이한 2024-2025 시즌. 시작 전부터 나의 큰 관심을 끈 선수가 있었으니, 다름 아닌 일본 국적의 카와무라 유키다. 빅터 웸반야마보다 신장이 무려 74cm나 작은 172cm의 아시아 선수가 꿈의 무대, NBA에 입성한 것이다.


카와무라 유키는 일본 프로 리그 데뷔 첫 해, 상이란 상은 다 쓸어 담으며 엄청난 재능을 보여주었으나, 더 큰 무대로 나가기에는 작은 키가 너무나 치명적인 단점으로 꼽혔다. 그러나 국가대표 자격으로 참가한 2023 FIBA 월드컵에서 자력으로 올림픽 진출권을 따냈고 이어 치러진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재능을 마음껏 전 세계에 펼쳐 보였다. 덕분에 멤피스 그리즐리스와 Exhibit 10 계약을 맺어 프리시즌을 통해 제 기량을 검증받을 기회를 얻었으며, 놀랍게도 투웨이 계약을 맺으며 정식으로 NBA 무대에 데뷔하게 된 것이다.


이를 두고 많은 농구 팬들은 카와무라 유키를 '현실판 송태섭'으로 이야기하곤 했다. 착화 신장이 172cm이므로 맨발 신장이 168-170cm 정도로 송태섭과 비슷하고 포인트 가드에다 뛰어난 스피드가 강점인 것 등, 유사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주인공 송태섭이 미국 리그에서 뛰는 것을 보여주며 끝났는데, 이를 본 농구 팬들조차도 영화이기에 가능한 결말이라고 했지만 카와무라 유키는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현실을 우리에게 보여준 것이다.


'농구는 신장이 아니라 심장이 하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여느 다른 스포츠보다 신장이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종목이지만 신장이 전부인 스포츠는 결단코 아니란 말이다. 농구를 하는 것에 한계란 없고 불가능이란 없다.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이 모든 일들에도 한계와 불가능은 없을지도 모른다. 카와무라 유키가 농구가 신장이 아닌 심장이 하는 것이라고 농구 팬들에게 보여준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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