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고 진다는 것

인생이란 코트 위에 선 내게 이기고 진다는 것

by 연린


NBA 소속, 30개의 구단 중에서 내가 가장 먼저 좋아한 팀은 마이애미 히트다. 지난 시즌에 비해 큰 전력 보강 없이 맞이한 2022-2023 시즌. 히트는 마지막 8번 시드를 겨우 획득해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였으나, 모두의 예상을 깨고 동부 컨퍼런스 우승이라는 성과를 이루어냈다. 그 과정을 돌이켜보면 정말이지 한 편의 드라마와 다를 바가 없었고, 그 중심에 있던 지미 버틀러의 활약 또한 많은 농구팬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나 역시 이를 계기로 히트를 좋아하게 되었다. 언드래프티 출신 선수가 가장 많은 팀. 절대로 탱킹하지 않는 팀. 감독이 1옵션인 팀. 히트를 지칭하는 수많은 수식어들만 봐도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히트는 잘하는 팀은 아니다. 매년 사람들의 기대를 받지 못하는 팀에 가깝다. 2022-2023 시즌만 보더라도 '8번 시드의 기적'이라고 칭하지 않는가. 나는 이상하게도 언제나 잘할 것이라 기대받는 상위권 팀들보다 히트와 같이 어정쩡한 순위에 위치한 팀들에 눈이 간다. 서부 컨퍼런스에서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새크라멘토 킹스 같은 팀들.


이런 팀들은 당연히 쉽게 승리하는 일이 잘 없다. 82경기나 치러야 하는 한 시즌동안 매 경기마다 치열하게 싸우고 극적으로 승리하고 아쉽게 패배한다. 한 경기, 한 경기, 이기고 지는 것에 따라 순위가 변동되기에 매 경기가 중요한데 이를 보는 팬 입장에서는 참 쉽지 않은 일이다. 2024-2025 시즌이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 히트는 역시나(?) 이긴 횟수보다 진 횟수가 더 많다. 이기는 경기보다 지는 경기를 보는 일이 더 많아 아쉬울 때가 많지만 그럼에도 나는 히트를 좋아한다. 인생이란 코트 위에 선 나에게도 이기는 일보다 지는 일이 더 많기 때문이다.


내게 지는 것은 여전히 익숙하지 않은 일이고 언제고 나를 찾아와 구렁텅이 속으로 몰아갈지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서 겁먹을 때가 많다. 실패가 두려워 도전조차 하지 않고 머뭇거릴 때도 있다. 그러나 선수들은 매일 새로운 경기를 위해 코트 위에 다시, 선다. 몇 번이고 반복되는 패배 따위에 연연하지 않고 다음의 승리를 위해 코트 위를 다시, 달린다. 플레이오프에 떨어지고도, 파이널에서 패배해 준우승에 그쳤을 때도 다음 시즌을 준비한다. 선수 생활 내내 우승 한번 해보지 못한 불운의 선수라고 해도 코트를 떠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이기는 일이 더 많은 팀들을 보며 환호하기보다 지는 일이 더 많은 팀들에 안타까워하고 응원하는 것이 더 좋다. 패배하더라도 어김없이 우승을 꿈꾸며 다음 경기에 나서고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팀을 보며 되려 격려를 받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완벽한 팀은 없다. NBA 2023-2024 시즌에 드디어 우승컵을 거머쥔 보스턴 셀틱스 역시 2022-2023 시즌, 컨퍼런스 파이널에서 8번 시드인 마이애미에게 패배했다. 2020년대 보스턴을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간판 스타, 제이슨 테이텀 역시 2017년 입단 이후 팀을 우승으로 이끌지 못해 많은 질타와 조롱을 받았다. 수많은 패배 끝에 드디어 보스턴 셀틱스는 2023-2024 시즌, 총 82경기 중 64승 18패를 기록, 총 30개의 NBA팀 중 압도적인 성적을 기록하며 기어이 우승반지를 꼈다.


실패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 실패가 없다는 것은 도전하지 않았다는 것이고 도전하지 않으면 성공도 할 수 없다. 애석하게도 승리보다 패배가 많은 삶을 사는 덕에, 나는 방황과 좌절 속에서 허우적거릴 때가 많지만 여전히 내 인생의 우승을 향해 나 역시 달려가고 있음을, 도전하는 삶을 살아내고 있음을, 잊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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