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 좋아하세요?

정말 좋아합니다. 이번엔 거짓이 아니라구요.

by 연린

스포츠를 그다지 즐기지 않던 내가 농구를 이렇게나 좋아하게 된 것은 <슬램덩크> 때문이다. <슬램덩크> 만화 속에서 주인공들이 치열하게 하는 농구가 궁금했고 작중 인물들이 목표로 했던, 그리하여 실제로 뛰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 NBA 경기를 보기 시작하면서 나는 농구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계기는 분명히 그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에 이르러서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건, 내가 농구를 좋아하는 이유에 더 이상 <슬램덩크>만 있지 않다는 것이다.


농구는 단순하다. 그저 림에 공을 많이 넣으면 되는 게임이다. 많은 기술과 전략, 규칙이 있지만 그보다 더 복잡하고 정답이 없는 세상을 살다 보면 농구가 얼마나 단순하게 느껴지는지 아는가? 그저 상대팀보다 더 많은 점수를 내면 된다는 승패의 명확한 기준이, 살아가는 동안 간절할 때가 많다. 옳고 그름과 같고 다름을 명확하게 가를 수 없고 이기고 지는 것조차 투명하지 않다는 것이 이 세상의 규칙이라는 것을 깨달을수록 농구 경기를 보는 게 내게 위로가 되었다. 혼란한 이 삶에서 다시금 승리라는 나의 목표를 깨닫고 단순히 그것을 향해 돌진하게끔 하는 힘이 생긴다.


게다가 농구는 꽤나 빠른 스포츠에 속한다. 한 쿼터당 12분씩 4쿼터를 치르고 그 안에서 상대팀과 공격권을 한 번씩 주고받으며 쉴 새 없이 코트를 오간다. 1초 동안에도 많은 점수가 나기 때문에 20점 차로 앞서 나가더라도 언제고 뒤바뀌어 패배할 수 있으며, 내내 지고 있더라도 마지막 0.1초를 앞두고 던진 버저비터로 이길 수 있는 게 농구다. 덕분에 선수들은 초반에 열세에 놓였더라도 패배를 예상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한다. 내내 이기고 있어도 섣불리 승리를 예상하고 자만하지 않는다. 어느 스포츠든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라는 말을 하곤 하지만 농구에는 특히 그런 듯하다.


돌이켜보면 나는 꽤나 겁이 많아지는 것이 두려워 도망가는 일이 많았다. 남들에 비해 뒤쳐지는 기분을 겪는 게 싫었고 결국 지게 될 것이라 생각하며 포기하곤 했다. 포기하지 않았더라면, 내가 그 경기를 끝까지 뛰었더라면, 마지막 위닝샷 하나로 역전승 할 수 있진 않았을까?


드라마 작가의 길을 걷기로 다짐하면서 가졌던 초심은 어느 순간 흐릿해지고 공모전에 당선되거나 나름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동기들을 보면서 뒤쳐지고 있다는 조급함에 많이 괴로워했다. 그뿐만 아니라 살아가면서 누구는 돈을 얼마나 벌었는지, 누가 결혼을 어떻게 했다던지, 누가 어떤 집에 살고 어떤 차를 타고 심지어는 어떤 것을 입고 먹는지까지 비교하기 쉬운 이 사회에서 패배감은 쉽게 나를 떠나지 않았다.


그러나 농구를 좋아하게 된 지금의 나는 인생이란 경기가 언제든 스코어가 뒤집힐 수 있음을 알게 되었고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안 선생님의 말씀처럼, 이 삶이 끝나는 날까지 최선을 다해 삶의 코트 위를 뛰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누군가, 설령 그것이 과거의 나일지라도 지금의 나보다 앞서간다고 해서 쉽게 패배감에 휩싸이지도 않고 미래의 내가 끝내 더 나은 점수로 이기고 말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게 되었다.


농구는 내게 그러한 것들을 알려주었고 그리하여 나는 농구를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되었다.

정말이지, 좋아하지 않을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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