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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린 Jan 13. 2021

판매직이 서비스직인가요?

빵집 사장님의 자영업 탐구생활


서비스직이란, 일정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업 -이라고 한다. 나는 보통 고객을 대하는 모든 업무를 서비스업이라고 생각했다. 고객을 대면하고 응대할 때는 친절해야 하며, 그것이 서비스라고 생각했다. 나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손님이 왕이다, 라는 말까지 있으니까. 성인이 되고 대학시절 처음으로 사회에 나와, 아르바이트를 하며 고객이라는 존재를 처음 대면한 뒤로 나는 절대 서비스직을 업으로 삼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손님은 왕이라서, 정말 왕처럼 구는 사람들이 너어어어어어무 많았다.


그런 내가 빵집의 사장님이 되었다. 손님을 끊임없이 만나야 하며, 손님을 모아야 하고, 손님을 통해 이익을 얻는 자영업자가 되었단 말이다. 결국 나는 내가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라 다짐했던 서비스직을 업으로 삼게 되었다. 그러나 나는 묻는다. 판매직이 서비스직인가요?



판매직이란 상품 따위를 판매하는 직업 - 이라고 한다. 상품을 잘 판매하려면 상품이 더욱 가치 있는 상품이 되는 것이 가장 우선이겠지만 판매가의 좋은 서비스가 뒷받침될 때에도 판매가 잘 된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러나 판매를 위해 무조건적으로 서비스가 뒷받침되어야 할까?


최근 이마트나 다이소에서 무인계산대를 본 적이 있다. 큰 대기업에서부터 점점 사람 간의 비대면 방식으로 물건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코로나 시대가 시작되며 더욱 성장한 배송 서비스 등에서도 인간 대 인간의 서비스는 줄어들고 있다.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서 사람 대 사람의 서비스는 꼭 필요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서비스가 상품의 가치보다 판매를 결정짓는 주된 이유 중 하나였던 시대를 벗어나, 가치 있는 상품이라면 서비스를 생각하지 않고서라도 구매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생각한다. 인터넷에서 재미있는 글을 본 적이 있는데, 요즘 젊은 친구들 중에서는 오히려 자주 가는 가게에서 자신을 아는 척을 하며 친근하게 대해주는 것이 오히려 부담스러워 가지 않게 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었다. 나조차도 무언가를 구매하러 가게에 들어갈 때, 크게 서비스를 신경 쓰지 않는다. 물건을 판매하는 곳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것, 그 목적만을 서로 이룬 뒤에는 더 이상 볼 일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매일 가게에서 빵을 구매하러 오는 손님들을 만나면서, 당연히 친절과, 배려, 양보 등의 서비스를 바라는 손님들을 자주 만난다. 이만큼 샀는데, 서비스 빵은 없나요?, (봉투가 유상이라는 말에) 빵을 봉투도 없이 손으로 들고 가라는 말이에요?, (계산 시 양쪽 귀에 이어폰을 꽂거나, 통화를 하면서) 뭐라고요? 뭐라고요? 몇 번이고 되묻고, 묻는 말에 고개만 끄덕이거나, 대답도 없는 손님들도 있다. 당연하지 않은 것을, 본인의 편의에 따라 당연히 이렇게 해줘야 하는 것 아니에요? 하는 손님들을 만날 때마다, 나는 정말 괜찮지 않다.


나도 알고 있다. 상품을 판매하는 것 외에, 상품을 구매하러 온 고객에게 상품 외의 다른 서비스로 좋은 인상을 남기는 것은 우리 가게를 다시 오게 하고, 세 번 오게 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고객이기 이전에, 사람으로서 인사를 하고, 눈을 맞추며 대화를 하고, 웃으며 말을 건네는 것은 당연하다. 고객이 상품을 구매하면서 요구하는 것에 대해 최대한 할 수 있는 만큼 해드리려 하고, 그래서 우리 가게를 방문한 고객님이 기분 좋게 우리 가게를 나갈 수 있는 것이, 가게의 주인으로써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상점의 주인인 내가 고객으로 오는 손님에게 최선을 다하는 이유이자, 예의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상점을 방문하는 손님들은 상품을 구매할 때, 비용을 지불하는 것 외에는 지켜야 할 의무와 예의는 없는 것일까. 본인이 구매할지, 구매하지 않을지도 모르는 제품을 만지고, 누르고, 상점 안에 있는 모든 가구나 집기들을 함부로 사용하며, 심지어 훔쳐가기도 하고, 본인을 응대하는 사람들을 무시하는 것이, 구매비용을 지불하기 때문에 용인될 수 있는 문제인 것인가. 계산할 때, 카드나 돈을 던지고, 반말을 일삼는 등의 기본적인 사람 간의 예의조차 지키지 않는 사람들은 정말 판매자와 구매자를 을과 갑으로 생각하는 것일까.




2018년에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으로 고객응대 근로자, 일명 사람을 대하는 서비스업 근로자들을 보호하는 법이 생겨났다. 점차 서비스업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어가고 있고, 그로 인해 가게의 주인인 나보다 더 친절하고 예의 바르게 말을 건네고, 행동하는 손님들을 만나곤 한다. 직접 돈을 지불하고 빵을 사 가시면서도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하며 가시는 손님들을 보면 마음속 깊숙한 곳부터 울컥할 때도 있다. 어려운 것이 아니다. 무리한 것도 아니고, 상품을 판매하는 사람이기 이전에 우리 또한 사람일 뿐이다.


기본적인 상식과 예의는 판매가 이루어지는 곳뿐만이 아닌 사람 간의 당연히 지켜야 할 것이며, 그 외의 서비스는 요구할 권리가 손님에게는 없다. 당연한 것은 없고, 돈을 지불한다고 해서 고객이

갑이 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상품을 구매하러 왔다면 상품을 보고, 상품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구매하지 않으면 된다. 물건을 사면서 친절을 당연하게 요구할 수는 없다.


당신에게 돈을 받고 물건을 판매한다고 해서, 나는 당신의 을이 아니에요. 당신은 어떤 손님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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