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저장 및 관리 서비스 '리딧' 기획기
창업동아리 솝트에서 진행한 앱 프로젝트의 기록이다. 간단한 배경을 설명하자면 우리 동아리에는 '앱잼'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2주간 기획, 디자인, 개발(안드로이드, iOS, 서버) 팀원들이 모여 하나의 앱을 만드는 장기간 해커톤이다. 나는 UX, UI 디자인을 배우고 싶어 작년에 처음 동아리에 들어왔고, 디자이너로 앱잼을 한 경험이 있다. 본전공 때문인지 디자인을 하면서도 기획적인 부분에 계속 관여하는 나를 보며 다음에는 기획자로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 기수는 PM의 포지션으로 참여하였다. 작은 생각에서 시작하여 4개월간 이 아이디어가 어떻게 디벨롭 되었는지, 팀이 꾸려지고 앱으로 구현할 때는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회고해보려 한다.
글을 저장해 두고 읽지 않는다.
페이스북에 하루에도 여러 개씩 나만 보기로 글을 공유하고, 카카오톡 나와의 채팅에 링크들을 공유해둔다. 그리고 나중에서야 우연히 저장한 콘텐츠를 발견하고 '예전에 이런 걸 저장했었지.' 하는 경우가 많다. 읽을만한 글들은 많은데 매번 까먹고 못 읽는 게 아쉬워 노션에 따로 정리를 해뒀고, 지하철에서 하나씩 꺼내 읽었다. 하지만 일일이 저장하는 프로세스가 번거로웠기 때문에 몇 달 되지 않아 포기해버렸다. 나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콘텐츠이기 때문에 저장을 했을 테니, 이를 잊지 않고 읽게 도와주는 플랫폼이 있으면 좋겠다는 추상적인 생각에서 시작되었다.
아이디어를 제출하고 기획파트원들과 함께 각자의 서비스를 사용할 고객군에 대해 이야기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생각나는 대로 바로바로 메모지에 써서 벽에 붙이고, 이 사용자들은 무슨 기능을 필요로 할지 이야기해보았다. 다른 사람의 시각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 플랫폼을 활용하는 사람', '정보에 욕심이 있는 사람', '나와의 채팅 애용자' 등 다양한 고객군 도출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간단하게 핵심 기능들을 도출해 보았다.
다음으로 진행했던 것은 이 서비스를 사용할 고객 1명을 만나 인터뷰를 하는 것이었다. 동아리 세미나 시간에 내 서비스에 관심을 보이던 분에게 인터뷰 요청을 했고 흔쾌히 받아주셨다. 인터뷰에 앞서 그분으로부터 [콘텐츠를 저장해둔 뒤 나중에 읽는다]는 핵심 기능이 동일한 앱이 이미 해외에 있다는 정보를 들었다. 한국에서도 알만한 사람들은 사용하고 있는 서비스였고 '역시 생각한 건 다 있어...'라고 생각하며 아이디어를 바꿔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충분히 국내 사용자들에게 맞게 디벨롭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하였고, 이미 있다는 것은 시장 검증이 된 서비스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대로 진행하였다. 유사 앱들을 다운로드하여 이날부터 직접 사용해보며 내 나름대로 분석해보았다.
동아리에서 고객 인터뷰 원칙으로 알려줬던 것 중 몇 가지는 편향된 질문을 하지 말아야 하며, 어떤/무엇이라는 단어를 사용해서 질문하라는 것이었다. 배운 걸 바탕으로 '이 서비스가 나오면 쓸 건가요? 이 기능이 있으면 좋을 것 같나요?'보다 이 서비스를 사용할 고객층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지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기 위한 질문지를 작성해나갔다. 그렇게 정리했던 질문 분야는 [인터넷 생활], [관심 분야], [기록 습관], [일상생활]이었고 총 38개의 질문을 준비해서 사용자를 만났다. 거의 수다를 떨다가 온듯해서 당장은 '그래서 내가 인터뷰를 통해 얻은 게 뭐지?'싶었지만 이 인터뷰는 추후 인터뷰를 어떤 식으로 해야 하는지 방향성 설정 그리고 사용자들의 공통적인 인사이트를 뽑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기획파트원들 앞에서 그간 디벨롭한 아이디어를 5분간 피칭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람들이 콘텐츠를 저장해놓고 읽지 않는 현상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2가지로 재정의해 보았다. 첫째는 사람들이 현재 저장소로 사용하고 있는 플랫폼들(페이스북, 카카오톡, 트위터 등)이 콘텐츠를 다시 읽기 위해 자발적으로 들어가는 플랫폼이 아니라는 점. 두 번째는 사람들이 콘텐츠를 플랫폼마다 분산하여 저장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따라서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한다면 사람들이 글을 읽지 않을까?가 내 서비스가 검증해야 하는 가설이었다.
발표를 마치고 기획파트원의 피드백을 듣고 새로운 기능을 생각해볼 수 있었다. 최종적으로 콘텐츠 카테고리 분류, 알림, 검색을 핵심 기능으로 잡았고, 프로젝트 기간 동안 개발이 가능한 영역이라면 콘텐츠에 하이라이팅을 할 수 있는 기능까지 추가하고자 했다.
다음에 할 일은 서비스의 초안을 만드는 일이었다. 와이어프레임을 제작하여 앱의 기본적인 워크플로우를 만들었다. 앱잼은 기획자들이 경선을 통해 자신의 아이디어를 발표하고, 모든 동아리원(디자이너, 클라이언트 개발자, 서버 개발자)들의 투표를 받아 프로젝트를 진행할 팀이 정해지는 프로세스다. 때문에 발표에서 단순히 아이디어 설명에서 끝나는 것보다 이 팀에 들어온다면 어떤 기능을 개발할 수 있는지, 어떤 디자인을 해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데 와이어프레임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다. Adobe XD로 핵심 기능을 보여줄 수 있을 정도의 와이어프레임을 제작했다.
서비스의 이름은 '리딧'으로 정했는데, 저장이 아닌 읽는 행위에 초점을 맞춘 이름이다. 이 서비스는 궁극적으로 글을 저장하는 서비스가 아니라, 사람들이 글을 잊지 않고 읽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가 되어야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이디어에 대해서 동아리 회원들과 자유롭게 질의응답을 나눌 수 있는 오픈 채팅방도 개설할 수 있었는데, 비즈니스 모델, 개발, 기능 제안, 차별점 등 디자이너와 개발자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많이 도움되는 시간이었다. 채팅방에 올라온 질문들은 노션에 계속해서 업데이트하여 새로운 들어온 사람들도 볼 수 있도록 했다. 이제 와서 다시 FAQ를 보니 우리 팀원들과 함께 변경한 부분이 참 많다.
경선 당일날 주어진 발표 시간은 5분이었고, 그 후 질문을 받는 시간이 있었다. 개발 영역에 대해서 무지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이 시간이 가장 긴장되었다. 지난번 프로젝트를 같이 했던 개발자에게 개발과 관련된 영역을 한 번 피드백을 받아서 내가 궁금한 개발 부분과 당일에 나올 수 있는 질문들을 준비했고, 다행히 한 번씩 얘기해봤던 내용들이 질문으로 나와서 나쁘지 않게(?) 대답할 수 있었다. '대기업이 이 사업에 뛰어든다면 어떻게 할 건지?'라는 질문에는 섣불리 대답하지 못했다.
그렇게 무사히 경선에 통과해서 이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게 되었고, 이 아이디어에 공감해주는 TI(Team Improvement), 디자이너, 개발자들과 팀빌딩을 하여 본격적으로 앱잼을 시작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