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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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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헤더 Jun 02. 2021

칸이 오는 계절

1부


봄이 오면 칸이 생각나


2018년 칸 퓨쳐 라이언즈를 시작으로 매년 봄마다 우리는 어렵고도 재밌는 고민을 했다. 칸 퓨쳐 라이언즈는 칸 국제 광고제가 광고 에이전시 AKQA와 함께 주최하는 학생 분야 광고 공모전으로 매년 전 세계의 단 네 팀이 수상하게 된다. 간결한 브리프로 생각의 폭을 넓혀주는 이 광고제는 우리의 많은 부분을 바꿔놓았다. 이를 시작으로 우리는 다양한 국제 광고제에 도전했다.


우리에게 칸은 ‘목적’이라기보다 다양한 생각을 하며 지내게 해 준 하나의 ‘수단’에 가까웠다. 회의 안팎으로 나눈 많은 대화는 우리 삶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줬다. 마지막 출품을 마친 4월, 이 시간들을 돌아보기 위해 합정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주혜원 (이하 주)

학교 특강을 통해 국제광고제에 학생부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그 후에 미국 다녀온 게 광고제를 시작하게 된 계기야. 시야가 넓어지는 것을 느껴서 더 큰 세상에서 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광고제가 시작된다는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봤을 때 심장이 두근거렸는데 막상 시작하려니 두렵더라고. 정보도 없고 주변에 하는 사람도 없었으니까. 그리고 내가 미국에서 느낀 것을 공유하고 있는 사람이 많이 없어서 같이 하자고 누군가에게 선뜻 말하지 못했어. 미국 같이 갔던 너랑 선배 있는 자리에서 국제광고제를 준비할지에 대한 고민을 말했지.


이소연 (이하 이)

나는 대학생활만큼은 정말 내가 하고 싶은 것들로만 채우고 싶었어. 그래도 될 것 같았고 조금 다른 선택을 하며 큰 물에서 놀고 싶다는 생각도 했지. 그런데 2017년 IDD 특강에서 칸 수상작들 보면서 이건 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어. 그 후에 우리 티씨유* 갔을 때도 수업에서 디앤에이디 출품 준비하고 있었고. 그러다 한국 돌아와서 언니랑 같이 하게 된 거야. 정보가 너무 없으니 막막하기도 했는데 이걸 어떻게 해볼까 하는 설레는 마음이 조금 더 컸던 것 같아.

* 학과 글로벌 탐방단으로 텍사스에 위치한 대학에 함께 다녀왔다.


맞아. 시키는 걸 하고 싶지 않았던 거지. 뭔가 다른 걸 하고 싶었어.


우리 책 읽을 때 덜 유명한 책부터 찾아 읽는 거랑 비슷한 거 아니야?(웃음)


노래도 유명한 거 말고 딴 거부터 듣고.(웃음)


처음에 아이디어 낼 때는 중구난방으로 막 냈던 것 같아. 초반에는 생각 볼 만한 주제, 문제점을 준비해 오는 날이 많았지. 주변에 조언을 구할 사람들도 별로 없었고 녹음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원어민 교수님께 부탁드렸잖아.


맨땅에 헤딩이었어. 그래서 여러 사람에게 조언을 구하는 메일을 보냈던 거겠지. 그때는 어떻게 준비하는 게 맞을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잖아. 사실 방식이 정해져 있는 건 아닌데 말이야.


그런데 해를 거듭할수록 체계가 조금씩 생기긴 했어. 그래도 각자 준비해 온 인사이트나 아이디어를 함께 더 나은 방식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은 한결같이 재미있었던 것 같아. 조립하듯이 각자 이걸 왜 붙이고 싶은지, 왜 덜어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이야기하며 완성해가는 느낌이 좋았어. 우리가 생각하는 좋은 아이디어의 기준이 비슷해서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알 수 없지만 비슷한 느낌의 결과물을 생각해둔 것 같다고 해야 할까? 사실 모든 팀플이 그런 느낌이 드는 건 아니니까.


우리가 알고 있는 수상작 레퍼런스가 같아서 그런지 서로 어떤 아이디어를 좋아하는지를 이해하고 있었어. 그리고 브리프가 구체적이지 않은 것도 재밌었고 그게 나의 많은 걸 바꾸어 놓았다는 생각이 들어. 브랜드도 과제도 정해져있지 않으니까. 그런게 도전정신을 일으켰지.


칸 브리프 : 3년 전에 불가능했던 방식으로 소비자와 브랜드를 연결하라.  


맞아. 이 브리프 한 줄에 엄청 많은 게 들어있는 거지.


칸은 학생들이 이런 생각을 할 수 있게 판만 깔아준 것 같기도 해.


그리고 브리프가 구체적이지 않다는 점이 창의성과도 연결된다고 생각해. 레고 아이디어* 준비할 때 우리가 회의에서 했던 이야기랑 맥락이 비슷하지 않아? 너무 구체적인 색상과 사실적인 모양이 아이들의 상상력을 제한한다는 게 인사이트였으니까. 칸에 조건이 없었던 게 오히려 우리가 더 다양한 방향으로 생각해보게 된 계기가 되었던 것 같아. 다른 공모전에는 당연하게 있던 조건들이 칸에는 하나도 없었으니까.

*LEGO SHADOW

첫 번째 칸이 끝나자마자 인사이트 적어두는 인스타 계정을 만들었네. 2018년 6월 27일.


벌써 4년 전이다. 인사이트는 가만히 앉아서 생각한다고 되는 게 아니어서 평소에 생각해뒀던 것 같아. 근데 인사이트를 정확히 뭐라고 정의 내리기도 어려웠고 좋은 인사이트의 기준도 모호했지. 사실 어떤 팩트 자체도 인사이트가 될 수 있는 거잖아.


맞아. 예전에는 계속 맞는 방식이 무엇인지 정의하려고 했던 거 같아. 아이디어는 기술에서 출발해야 될까, 사회 문제에서 출발해야 될까? 아니면 인사이트는 자료일까 다르게 생각한 통찰일까? 돌이켜보면 자료조사가 중요했다고 생각해. ‘육류 소비가 환경오염의 큰 원인이다.’도 팩트면서 그 자체로 인사이트였잖아. 애플 WWDC에서 본 신기술이 아이디어의 단초가 되기도 했지. 이런 트렌드를 알아야 큰 기획이 나온다면서 그 이후로는 챙겨보기 시작했잖아.


그리고 강력한 인사이트는 타겟으로부터 나온다는 건 정말 맞는 것 같아. 우리가 좋아하는 아이디어들은 인사이트까지만 봐도 감탄이 나오더라고. 엄청 뾰족한데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그런 인사이트! 마이픽*도 그런 점에서 인사이트가 좋았던 것 같아.

*MY PICK


그렇지. 어린 시절 책꽂이는 엄마, 아빠가 골라준 책으로 채워져 있으니까. 정말 좋은 인사이트는 자발적인 공감을 이끌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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