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우리에겐 든든한 버팀목이 있었다. 용기를 심어 주셨던 주변 어른, 귀한 시간 내어 피드백해주셨던 교수님과 많은 광고 업계 선배가 있었기에 봄마다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또한 세계 각지의 학생들이 이미 제작해 둔 아이디어 영상들은 우리에게 그 어떤 것보다 훌륭한 레퍼런스이자 자극이 되었다. 우리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접하며 이 아이디어가 세상에 나오게 된 과정을 끊임없이 거슬러 올라갔다.
주
도움을 받으면서 일단 좋은 게 뭔지 알아야 좋은 걸 만들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어. 광고 사례 정리하면서 ‘이런 방식으로도 아이디어를 만들 수 있구나’ 많이 알게 됐지. 예를 들면, 타 플랫폼의 이벤트를 이용한다든지, 브랜드 외부 요인을 제거한다든지. 아이디어의 어휘력을 많이 기를 수 있었어. 다양한 방면에서 아이디어 낼 수 있었지.
이
맞아. 광고 사례를 같이 기록하면서 서로가 써둔 것도 확인하게 됐어. 그래서 그 이후에 회의할 때 알고 있는 사례들이 겹쳤지. 우리가 회의를 하면서도, 다른 광고 들을 보면서도 ‘아이디어의 결’에 대한 이야기 많이 했었잖아. 이거 이 아이디어랑 결이 비슷하다!
주
이거 약간 뭐 재질인데(웃음) 그리고 네가 잊었던 거 내가 알려주고 내가 잊었던 거 내가 알려주고.
이
그리고 예전에는 우리가 아이디어를 스스로 평가해본 적이 거의 없었어. 교수님이나 주변 어른들께 보여드렸을 때 좋다고 말씀해주셔야 그 아이디어에 확신이 생겼던 것 같아.
주
맞아. 그 당시 일기에도 교수님이 좋다고 말씀해주셔서 자신감 얻었다는 말이 써져 있더라고. 교수님이나 외부 사람의 인정이 우리한테도 괜찮은 아이디어의 기준이었어.
이
시간이 지나고 나서는 우리가 좋다고 생각하는 예시를 공유하면서 그런 아이디어에 공통점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 그래서 우리가 내고자 하는 아이디어도 이런 느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됐던 것 같아.
주
아무래도 이후에는 국제광고제 수상작을 많이 접해서 보는 눈이 생겼고. 그리고 똑같은 사례를 함께 봤으니까 서로 좋다고 생각하는 아이디어가 비슷해진 걸 거야.
이
응. 돌이켜보면 우리가 좋아했던 아이디어들은 수박 겉핥기 식이 아니었어. 우리가 아이디어를 낼 때도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안 될 것 같거나 조금이라도 찝찝한 게 남아있으면 끝까지 끌고 가지 않았어. 그래서 음주운전, 환경문제 같은 주제가 너무 어려웠어.
주
네가 저번에 말한 것처럼 우리가 시작을 칸으로 시작해서 그게 기준이 된 건 확실히 맞는 거 같아. 아이디어도 자잘한 거 말고, 세상에 질문을 던져줄 수 있는 아이디어들을 먼저 접해서. 그래서 우리 아이디어도 그런 식으로 많이 흘러간 것 같아.
기억에 남는 레퍼런스
Apple <Hush>
위급 상황에서 인공지능 시리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고민한 스마트한 아이디어이다.
Google <My line>
정보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전화만으로 AI 비서를 사용할 수 있게 했다. 기술 자체가 혁신이 되는 것이 아니라 해당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혁신이 되었다. 어떻게 활용하느냐의 영역을 광고인이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해 준 캠페인이다.
Persil OMO <Dirt is good>
세정력을 강조하는 대신 퍼실은 아이가 놀면서 옷을 더럽히는 건 당연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Mailchimp <Did you mean mailchimp>
광고를 하려면 작은 것을 다르게 볼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메일 침프는 검색어 오타가 났을 때 나오는 ‘Did you mean : OO’을 광고 소재로 삼았다.
The New York Times <The truth is worth it>
‘무엇을 이야기할까’가 정해지면 이것을 ‘어떻게 표현할까’의 고민이 시작된다. 실제로 발행된 뉴스를 소재로 한 것은 물론 표현 방식 덕분에 진실성과 몰입감이 느껴지는 광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