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아, 그날을 그냥 건너지 마세요.
달력의 시작은 공무도하가였다.
노래를 듣고, 글자를 되뇔수록 이 노래는
단순한 남녀의 비극도, 죽음 앞에서 부른 탄식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오래된 노래가 자살에 관한 노래일 리 없다.
인간이 처음 마주한 것은 죽음 그 자체가 아니라,
도무지 넘어갈 수 없는 경계였을 것이다.
알 수 없는 강 너머의 삶.
그것을 알고 싶어 하는 인간 본연의 욕망.
공무도하가는 죽음을 건너는 노래가 아니라,
경계를 향해 손을 뻗는 가장 오래된 욕망의 노래다.
그 이후로 우리는 욕망에 따라
너무도 많은 경계를 만들어왔다.
생과 사의 경계 이후에,
사랑에도, 시간에도, 하루에도 수많은 칸막이를 세웠다.
결국 하루는 작은 칸 하나에 갇혔고,
굳이 경계하지 않아도 될 것들에까지
우리는 날을 세우게 되었다.
사람을 가르고, 판단하고,
끝내는 나 자신까지 가르고 판단하며.
이제는 그러고 싶지 않다.
더 이상 남의 기준과 경계로
나를 몰아붙이고 싶지 않다.
오로지 나를 기준으로 살고 싶다.
번지듯 살고, 흘러가듯 살고 싶다.
강을 건너기보다,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
그렇게 나로 오늘을 채우고 싶다.
그 바람을 가득 담아
달력의 첫 장을 만들었다.
그렇게 날의 경계를 지우고
나를 기준으로 오늘을 채우기로 다짐하며
매일 달력을 마주한다.
아무것도 채우지 않았다면,
나의 오늘이 아직 끝나지 않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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