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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작 Jun 01. 2022

바다다

20220531-20220601

택시가 구불구불 비탈진 언덕길을 올라가는 동안 오른쪽으로 탁 트인 경관이 펼쳐졌다. 

멀리 산동네와 산동네의 골짜기에 v자로 고인 바다가 보였다. 

뜨거운 태양이 하늘과 바다를 한덩이 푸른색으로 녹여버린 듯한 아스라한

지금 나는 죽을 곳으로 가고 있나?

문득 그런생각이 들었다 

나는 왜 이렇게 외딴 집을 잡았을까 

고양이들이 죽을 때면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가는것처럼


독감 같다, 고만 생각한 증세가 좀더 심해지고 

잠자리의 등부분이 땀으로 축축해질 때 

차라리 한국에서, 라고 생각하다가 집을 지킨건가 싶기도 하다가 

이럴 때 이사람은 먼저 전화도, 연락도 한번 없네 야속하다가 

페이스북을 봤는데 부산의 신 감독님이 급성 백혈병에 걸렸다고 

병원비를 모금한다는 글이.

카메라를 짊어지고 이야기를 짊어지고 사람들을 품어지고 

강마른 몸으로, 그날 꾸벅꾸벅 조는 나를 태워 산복도로 드라이브를 줬던

신 감독님의 다부진 턱이 떠올랐다. 


나의 증세는 나아가는 독감의 끝자락을 닮았지만 

아직은 6월 1일이고 사흘 후를 걱정하느라 나는 지금을 다 놓치는 중이었다 

햇살이 좋고 밖에서 졸아도 하나도 춥지 않을 그런 6월초 프로방스의

한껏 태양에 가까운 언덕 마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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