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변하지 않는다고 느껴질 때. 오랜 시간 알아 온 사람, 그러나 내 마음에 들지 않는 그 사람이 오늘도 역시 여전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 이 사람은 이런 사람이야 한 마디로 정의 내리는 굳은 믿음에서 벗어나지 못할 때. 나는 이것을 어떤 의미로 해석해야 하나.
한 사람을 안다는 건, 그 사람의 무수히 많은 결들을 아는 것이라는 말과 같다. 이기적이라 생각했던 사람의 뒷모습에서 쓸쓸함을 엿보고, 장난기 많고 해맑은 사람의 웃음 속에서 울음을 발견하게 되는 일. 그렇게 시간이 지날수록 미처 알지 못했던 그 사람의 모습들을 마주하게 되는 일.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하나의 모습만을 가진 사람은 결코 없다.
한 사람에 대한 생각과 표상이 변하지 않는다는 건 그 사람이 정말 그런 사람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어쩌면 그 사람의 다양한 모습을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이 내게는 없다는 걸 의미할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흐르고 누군가를 알아갈수록 그를 더욱 이해할 수 없다면, 그것은 그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문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