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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과사람 Aug 01. 2019

심리상담의 종결, 기쁘고도 아쉬운



심리상담의 종결은 시작만큼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몇 회가 적정 기간인지, 어느 시점에 상담을 종결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한 의견은 다소 분분하다. 오랜 기간 지녀온 마음의 문제들이 상담 몇 회기로 모두 사라진다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기에 상담을 종결해도 몇몇의 문제들은 지속된다. 사실 우리는 평생을 문제와 싸우며 살아가지 않는가.



나는 내담자가 상담을 통하여 문제를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거나, 어려움에 대처할 수 있는 조그만 힘을 기르게 되거나, 스스로에 대한 존중감과 자신감을 되찾았거나, 나와의 관계를 통해 긍정적인 치료의 경험을 할 때에. 그럴 때 비로소 내담자가 자신의 길을 스스로 걸어갈 준비가 되었구나 하고 느낀다. 언어적, 비언어적 단서들을 통해 내담자가 이전보다 상당히 건강해졌구나 하고 느낄 때면, 어느새 상담의 끝이 다가와 있음을 알아차린다. 이럴 때엔 상담을 더 길게 끌지 않고 자신의 걸음으로 세상을 다시 걸어갈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고 상담을 마친다. 물론 이러한 시기는 사람마다 다르고, 상황마다 다르고, 치료자와의 라포에 따라서도 다르다.



밝아진 내담자의 얼굴을 마주하며 상담을 종결할 때면 무척 기쁘고, 조금 아쉽다. 분명 나의 인간적인 마음 때문이다. 언제라도 또 다시 힘이 들 때면 찾아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고 전하는 말에도 두 가지 양가적인 마음이 담겨 있다. 이곳을 다시 찾아온다는 건 또 다시 마음의 어려움을 겪는다는 뜻일 테니. 그러나, 내담자 혼자서 길을 걸어갈 힘을 찾게 되었다는 건 언제라도 아쉽거나 서운치 않다. 앞으로 살아갈 모든 길을 내담자 혼자 건강히 잘 걸어갈 수 있다는 것 또한 그렇다.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일이 다행스럽고 기쁜 일이라는 것은 조금 아이러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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