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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고래 Mar 20. 2024

이지하게 예약했지만 이지하게 머물지 못했던 이지호텔

easyHotel Madrid Centro Atocha 숙박후기

포르투에서의 두 번째 한 달 살기를 마치고, 나는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마드리드로 가야 했다. 다시  말해서 나는 이제 한 달 살기의 막바지에 이르렀기 때문에 한껏 무거워진 짐을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마드리드라는 도시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여행을 마치고 아웃 하는 도시라서 가야만 했던 것이지, 굳이 마드리드에서 여행을 하고자 했던 것은 아니었다는 것이기도 했다.


 그래서 마드리드에서 잠깐 지낼 숙소를 정할 때, 무엇보다도 짐을 들고 이동하는 거리를 최대한 짧게 가져가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잠자리를 가리는 편도 아니라서 평소라면 며칠 머물 숙소라면 쉽게 결정했겠지만, 이번에는 무거운 짐 때문에 이것저것 고려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내가 고려했던 조건은 다음과 같다.


 1. 플릭스 버스가 도착하는 마드리드 남부 터미널(Estación Sur de Autobuses)에서 도보로 가능할 것!

 2. 마드리드 공항까지 교통이 편리할 것!

 3. 방에 독립적으로 짐을 둘 공간이 있을 것!

 4. 체크아웃 후에 짐 보관이 가능할 것!


 이렇게 네 가지의 체크리스트를 가지고 이곳 저곳을 찾아보다가, 터미널 근처에 오픈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easyHotel Madrid Centro Atocha>이 눈에 들어왔다. 후기들을 찾아보니 좋은 후기도, 나쁜 후기들도 있었다. 어찌 되었든 일단은 위의 1-3번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숙소였는데, 다만 마지막 4번 조건의 경우에는 체크아웃 후 짐 보관이 유료로 가능하다고 되어 있었다. 예전에 스위스에서 이지호텔을 이용해본 적이 있어서, 그 기억을 바탕으로 '그래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2박을 예약했다.


 포르투 캄파냐 버스터미널에서 플릭스버스를 타고 마드리드 남부 터미널에 내리자, 도보로 대략 10분 정도를 걸어서 호텔에 쉽게 도착할 수 있었다. 체크인 과정까지도 아주 순조로웠다. 이 시점까지만 해도 스스로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객실에 올라가서 문을 열었는데... 그 때부터 문제들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로 발생한 문제. 일단 객실 바닥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얼룩들이 있었다. 물로 지워보니 지워지지 않는 무언가였는데 혹시 나중에 뒤집어쓸까 싶어서, 사진을 찍어두고는 프론트에 가서 사진을 보여주며 물어봤다. "바닥에 이런 얼룩이 있다고. 이거 괜찮은 거냐고." 그랬더니 직원은 문제가 없다고 괜찮다고 했다. 방을 바꿔 달라고 할까 하다가 얼룩 정도는 괜찮지 싶어 그냥 방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샤워를 하러 들어갔는데, 두 번째 문제가 발생했다. 욕실에 핸드워시(세면대)와 바디워시/샴푸(샤워실)가 하나도 남아있지 않은 것이다. 나는 순간 당황했지만, 어쨌든 여행 중에는 세면 도구를 가지고 다녔기 때문에 내가 가진 것으로 씻고 나왔다. '어메니티 제공을 이제 안 하는 건가?' 싶어서, 이번에는 프론트를 찾아가지 않고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이제 다 씻고 나와 침대에 누우려는 순간, 세 번째로 발생한 문제! 갑자기 침대에 까만 무언가가 보였다. 그것은 벌레!! 이미 죽어있는 벌레가 베개 사이에 떡 하니 자리를 잡고 있었던 것이다. 그냥 내다 버리고 누울까 하고도 고민했다가, 이윽고 '괜히 배드버그면 곤란하잖아!'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우선 사진을 찍어서 증거를 남기고는, 죽은 벌레를 휴지에 싸 가지고 1층 프론트로 다시 내려갔다.


 그 사이 프론트 직원이 체크인 할 때와는 다른 사람으로 바뀌어 있다. 객실에 벌레가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 직원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청소하려고 창문을 열면 그럴 수 있다'고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 그 반응에 조금 기분이 나빠져서 챙겨온 벌레를 보여줬다. (지도 보기 싫어서 얼굴을 찡그렸으면서 괜찮다고...) 그러자 방을 바꿔줄까 물어보길래, 그렇게 해달라고 했다. 다 풀어둔 짐을 다시 싸는 수고로움을 감수하고서라도 방을 바꾸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방으로 돌아와서 일부 짐을 먼저 챙겨서, 새로 배정 받은 방에 들어섰는데... 이제 네 번째로 발생한 문제다. 두둥! 새로운 방이라고 하더니, 청소가 하나도 안되어 있었던 것이다! 청소가 덜 된 게 아니라 아예 청소 자체가 안되어 있었다. 앞 사람이 자고 일어난 침대에, 문 앞에는 쓰레기, 욕실에는 수건이 널부러져 있는 그 상태! 놀랍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어이가 없어서 이건 아예 사진을 찍어둘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나는 짐을 원래 방에 되돌려 놓고는, 다시 프론트로 내려가서 말했다. 새 방이 청소가 안되어 있다고. 그랬더니 그 직원은 자기가 직접 확인하고 온다고 다녀오더니, 그제서야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직원이 또 다른 방을 주겠다고 했지만, 난 이제는 너무나도 지쳐 더이상 아무 것도 하고 싶지가 않았다. (저녁에 도착해서 이런저런 문제를 거쳐 마지막 방 사건이 있었던 때는 거의 밤 12시가 다 되어가는 시각이었다.) 그냥 원래 방을 쓰겠다고 하고는 방으로 돌아와 그냥 그대로 잠이 들었다.


 이미 생길 수 있는 문제가 다 일어난 후였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다행히(?) 그 이후로는 별다른 문제는 생기지 않았다. 첫 날 많은 일이 있었지만 잠자리에 그렇게까지 예민하지 않았던 덕분에, 나는 벌레가 죽어있었고 어메니티가 떨어졌으며(그래도 둘째날에는 채워졌다.), 바닥에 지워지지 않는 얼룩이 있는 방에서 2박을 지내다 나온 것이다. 심지어 늦은 밤에 떠나는 비행을 대비한 체력보충을 위해 레이트 체크아웃(14시까지 10유로 추가/18시까지도 있었는데 얼마더라?)까지도 하고 나왔다. 참고로 마드리드 공항으로 가는 기차는 아토차역까지 가지않고, 버스터미널과 연결된 M.alvaro-P역에서 타면 되어서 편안했다.


혹시 이지호텔을 선택할 사람들을 위해, 이렇게 후기를 남겨본다.


 easy하게 예약했지만 easy하게 머물지 못했던 easy호텔!


객실과 객실뷰 ⓒ미니고래
짐 보관은 유료! 짐이 많다면 락커에 몇 시간만 보관하느니 차라리 레이트 체크아웃(14시까지 10유로)이 나을지도? ⓒ미니고래
옥상에 있었던 썬베드와 테이블. 누워서 노을을 보기 좋은 장소였다. ⓒ미니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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