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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가성비 좋은 호스텔이었어

탄자니아 모시 <위 트래블 호스텔(We Travel Hostel)>

by 미니고래

모시(Moshi)에서는 짧게만 머물고 다시 나이로비로 돌아가기로 했다. 애초에 모시 방문을 즉흥적으로 결정한 거라서, 숙소도 나이로비에서 모시로 떠나기 직전에 급하게 찾아낸 것이었다. 일정을 짧게 잡은 것도 그래서였다. 킬리만자로 산을 볼 수 있다는 것 말고는 아무 정보도 계획도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숙소를 찾는 것에는 우선 대중 교통을 이용하기 좋은 곳을 1순위 조건으로 생각했고, 거기에 비싸지 않은 적당한 곳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킬리만자로산을 편하게 볼 수 있는 셀리그 호텔이나 키보 팰리스 호텔에 묵을까도 알아봤으나, 여긴 또 생각했던 것보다는 비쌌다. 그래서 후보군을 호스텔로 결정하고, 시내 한가운데에 있는 <위 트래블 호스텔(We Travel Hostel)>이라는 숙소를 예약했다. 호스텔이라고는 했지만, 전용욕실이 딸린 개인실이 있어서 더 이상 고민 없이 바로 예약한 것이다.


일단 이곳은 지도 상으로는 모시 버스터미널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에 있었고(실제 임팔라 버스가 하차하는 지점은 터미널보다 더 멀다), 시내 중심에 있어서 근처에 슈퍼마켓과 환전소도 가까이에 있었다. 임팔라 버스회사 모시 사무실 앞에 내린 우리는, 함께 내린 승객들에게 호객을 하러 모여든 툭툭을 타고 가도 되었겠으나, 그래도 여기에서부터 걸어가더라도 아주 멀진 않겠다 싶어서, 동네 분위기도 익힐 겸 걸어서 호스텔을 찾아가기로 했다. 그런데 숙소에 거의 다 왔다 싶은데도, 이상하게 호스텔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위치는 분명 맞는데 간판도 잘 보이지 않아서 입구가 다른 곳에 있나? 혹시 없어졌나? 이름이 바뀌었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근처를 배회하던 중. 문득 바로 앞에 있는 아주 작은 간판(?) 'We Travel Hostel'이 눈에 들어왔다. 아니, 당연히 큰 간판이 있을 줄 알았는데, 대문에 쓰인 작은 글씨가 전부였던 것이다. 아무래도 국경에서 겪은 불편한 일 때문에 멘탈이 나갔던 모양인지 한참을 찾았는데도 좀처럼 목적지가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벨을 누르자 잠겨있던 철문이 열렸다. 그리고 마치 다세대 주택 같은 건물 입구를 지나 3층으로 올라가니, 직원들이 우리를 살갑게 맞이해 주면서 웰컴주스까지도 내어주었다. 간단하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후 방으로 안내받을 수 있었다. 숙소의 분위기는 아프리카 사파리(게임 드라이브)가 연상되는 패턴이 여기저기 장식되어 있는 전형적인 호스텔 같은 분위기였다. 호텔만큼 깨끗하고 쾌적하진 않아도, 방에 에어컨도 있고 모기장도 있어서 지내기에 불편할 것이 없었다. 게다가 더블룸으로 예약했는데, 손님이 많지 않은 시즌인 모양인지, 우리에게 3인실을 내어주기도 했다. 나이로비에서 모시까지 오는 길이 꽤 힘든 여정이었기에, 짐을 풀고 곧바로 샤워를 했고, 다 씻자마자 일단 자리에 누워버렸다.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숙박비를 결제하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호텔 예약사이트에서 예약을 했으나, 숙박비는 현금으로 현장 결제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물어보니 US달러와 탄자니아 실링 모두 결제 가능하다고 하는데, 계산을 해보니 탄자니아 실링으로 지불하는 게 조금 더 낫다. 수중에는 달러밖에 없어서 숙소 밖으로 나와서 환전소를 찾았다. 그런데 가게 앞을 지키고 있던 가드가 오늘이 토요일이라서 환전소가 이미 일찌감치 문을 닫았다고 말해주었다. 월요일에나 다시 문을 연단다. 다행히 호스텔에서 US달러로도 숙박비를 받아주니, 1박(조식 포함)에 약 20달러씩 계산을 해서 숙박비를 결제할 수 있었다.


다음 날 아침식사는 첫 날 우리를 맞이해준 직원이 공용 공간에 우리를 앉아있게 하고는 직접 조리하고 준비해서 차려주었다. 덕분에 빵과 달걀, 과일 등 간단하지만 다 먹고 났더니 꽤 든든한 아침식사를 할 수 있었다. 아침밥을 먹으면서 둘러보니, 호스텔 로비를 겸하는 공용 공간에서는 레스토랑이나 카페처럼 식사나 음료를 따로 주문해서 먹고 마실 수도 있는 모양이다. 가격도 그다지 부담스럽지 않은 편이라서, 만약 밖에 나가기 귀찮은 여행자라면 호스텔 안에서 식사를 해결하고 쉬어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는 호스텔 길 건너 맞은편에서 괜찮은 식당을 찾는 바람에 호스텔 식사를 따로 이용해보진 않았지만.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웠던 숙소였다. 다만 모기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다가 모기에 물려서 새벽에 잠을 깨는 바람에 조금 짜증이 나는 일이 있었고, 와이파이가 빠르지 않은 편이라서 그런 점도 조금 불편했다. 그래도 꽤 오래 머문다고 해도 딱히 불편하지 않을 그런 숙소였다. 나이로비로 돌아오는 날에는 새벽 버스라서 제대로 인사도 하지 못하고 숙소를 나올 줄 알았는데, 인기척을 느끼고 나와서 친절하게 인사해준 직원의 웃는 얼굴이 유독 기억에 남는다.




- 위 트래블 호스텔(We Travel Hostel)

J8VQ+PX 린디 스트리트 탄자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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