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킬리만자로가 준 선물

탄자니아 모시 <커피 유니온 카페 (Coffee Union Cafe)>

by 미니고래

아쉽게도 킬리만자로산은 보지 못했지만, 아직 나에게는 모시(Moshi)에서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일이 하나 더 남아있었다. 나이로비에서도 꽤나 열정적으로 했던 일, 바로 맛있는 커피를 찾아 마시는 것이었다. 케냐의 AA만큼 널리 알려지진 않았어도, 탄자니아에도 충분히 유명한 원두가 있다. 여기 모시에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카페가 생겼다고 듣기는 했다. 하지만 그곳은 우리가 머무는 곳에서 금세 걸어갈 만큼의 거리는 아닌 것 같아서, 방문하는 것은 나중으로 미뤄두고 일단 모시에서 가장 유명한 카페를 찾아가기로 했다.


그 카페의 이름은 <커피 유니온 카페(Coffee Union Cafe)>. 이곳은 킬리만자로 원주민 협동조합(KNCU)이 운영하는 곳이다. 이 협동조합은 1930년부터 탄자니아 북부 킬리만자로 지역에서 소규모로 커피를 생산하는 영세한 농가들의 사회적, 경제적 해방을 위해 설립되었다고 한다. 덕분에 협동조합에서는 킬리만자로 산의 화산 토양에서 재배되는 고품질 아라비카 원두를 공급받을 수 있게 되었고, '킬리만자로'라는 독자적인 커피 브랜드도 함께 유명해질 수 있게 된 것이다. 킬리만자로 커피는 워시드 아라비카 커피로 생산되며, 독특하고도 섬세한 균형과 바디감, 산미, 매력적인 풍미로 커피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데, 바로 그 커피를 킬리만자로 바로 곁에 있는 모시에서 제대로 마셔볼 수 있는 곳이 여기 '유니온 카페'인 것이다.



모시에 들르는 여행자라면 가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이 카페와 커피를, 우리는 탄자니아의 국경을 넘기도 전부터 기대하고 있었다. 모시에 도착한 다음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곧장 <커피 유니온 카페>로 달려간 이유도 그것이었다. 우리는 따뜻한 카푸치노(4,000 탄자니아 실링), 킬리만자로 아이스 아메리카노(6,000 탄자니아 실링), 그리고 당근&파인애플 케이크 한 조각(8,000 탄자니아 실링)을 주문했다. 그리고 음식이 준비되는 동안 카페 내부를 둘러보았다. 카페는 대체로 테이블 사이의 간격도 널찍하게 떨어져 있어서 쾌적하고 인테리어도 깔끔하게 꾸며져 있었다. 쾌적한 고원지대의 날씨를 즐길 수 있도록 야외좌석까지 있어서 더욱 좋았다. 카페 한쪽에는 로스터기가 있고 그 옆 벽면 진열장에는 여기에서 직접 로스팅했을 법한 원두 제품들도 진열되어 있었다. 분쇄된 빈과 홀빈 모두 있었는데, 가격은 둘다 250g 기준 12,000탄자니아 실링 (우리 돈 약 7,000원)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이 정도로 품질 좋은 원두를 한 봉지(200g) 사려면 거의 20,000원 정도는 줘야 하는데, 그에 비해본다면 굉장히 저렴한 가격이었다.



카페 안을 둘러보고 있자니, 곧 주문한 음료와 케이크가 나왔다. 라떼아트로 예쁘게 꾸민 카푸치노와 아프리카에서는 처음보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둘다 맛있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크기가 매우 컸던 당근 케이크, 이것저것 주문할까 하다가 일단 하나만 주문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양이 많았다. 아직은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카페에 손님은 거의 없어서, 덕분에 조용하고 한적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다만 현금 약간을 숙소에 두고 나와서 고래군이 다시 숙소까지 다녀와야 했지만, 카페에 남아 앉아있던 나는 한가롭고 여유로웠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것처럼 좋은 커피를 앞에 두고서 나는 그냥 지나칠 수 없었기 때문에, 홀빈까지 하나 야무지게 사가지고 카페를 나왔다. 사실 카페에 진열되어 있는 원두 전부를 사가지고 들고 오고 싶었지만, 기껏 갓 로스팅한 신선한 원두를 오래 묵히면서 마실 순 없는 일이니 아쉽지만 한 봉지로 만족하기로 했다. 좋은 커피를 저렴하게 마실 수 있어서 매우 좋았지만, 한국에서는 너무 먼 곳에 있어서 정말이지 너무나 아쉬웠던 곳이었다. 서울에서 나이로비, 그리고 모시까지의 긴 여정을 생각하면 아무 때나 갈 수 있는 곳은 아니니까, 한국에 돌아온 지금 <커피 유니온 카페>의 원두를 마시면서 아프리카 여행을 추억해보기로 한다.




- 커피 유니온 카페 (Coffee Union Cafe)

J8WQ+8JF, Arusha Rd, Lindi Street, 탄자니아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