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르자 공항 이용기 (공항노숙, 편의시설)
아프리카 여행을 모두 마친 이제는 다시 나이로비에서 방콕으로 돌아가야 한다. 앞서 소개했던 '에어 아라비아'를 타고 아랍에미레이트(UAE)의 샤르자(Sharjah)를 거쳐 방콕 수안나폼 공항으로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비행 시간이 오후라서 숙소에서 체크아웃하고 여유 있게 조모 케냐타 국제공항으로 향하는 길에서, '이제 아프리카를 떠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케냐에 첫발을 딛었던 날도 떠올랐다. 모든 것이 낯설고 불안하기만 했었는데, 이제는 여기에도 어느새 조금 익숙해진 듯하다.
마지막으로 <자바 하우스>에서 커피를 한 잔 더 마시고 공항 건물로 들어갔다. 조모 케냐타 공항에서는 차로 공항 외곽에서 들어올 때 짐 검사를 한 번 한다. 그런데 공항 건물에 들어가기 전에 입구에서 또 한 번의 짐 검사를 한다. 이러고 출국 때도 또 짐 검사를 할 테니, 총 세 번의 짐 검사를 받게 되는 셈이다. 아마도 치안이 안정적이지 않아서 그런 모양이다. 대신 그만큼 더 안전해질 거라는 생각에 군소리 없이 건물 입구에서 짐 검사를 하고 건물 안쪽으로 들어가려는데... 건물에서 우리의 짐을 스캐닝하던 경찰이 다가와 가방을 열어 보란다. 큰 배낭 하나와 작은 캐리어 하나였는데, 캐리어를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조금은 의아하지만 시키는 대로 했다. 경찰은 캐리어 내부를 보고 이것저것 물어본다. 이건 뭐냐 저건 뭐냐. 사실 뭘 가득 채우고 다니지 않는 편이라 짐이라고 해봤자 옷이랑 기념품 몇 개가 전부. 케냐에서 산 맥주 캔 두 개를 보더니 자기도 맥주를 좋아한단다. 그러더니 10달러를 주면 자기가 맥주를 사 먹을 수 있을 거란다. '하아, 뭐래.' 그래도 아프리카에 있는 동안 이런 비슷한 일이 몇 번 있었어서 당황하지 않고 웃으면서 '현금이 없어.'라고 대답했더니 아쉬운 듯 무료로(?) 건물 안으로 들여보내 줬다.
수중에 남은 케냐 실링 몇 천 원어치를 마저 써야겠으니 공항 여기저기를 기웃거려 봤지만 마땅히 살만한 것이 안 보인다. 그 사이 우리를 샤르자로 데려다 줄 비행기를 타러 갈 시간이 되었고, 그렇게 우리는 나이로비를 훌쩍 떠나게 되었다. 미지의 대륙이었던 아프리카에 약간은 익숙해진 채 말이다.
나이로비를 이륙한 비행기는 5시간쯤 날아서 샤르자 공항에 도착했다. 샤르자 공항은 인근의 아부다비나 두바이 공항에 비해 규모가 작다. 원래는 화물 전용 공항으로 운영을 하다가, 몇 개의 항공사들이 취항을 하면서 승객들이 찾게 된 공항이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급하게 공항 건물을 확장하고 시설을 마련한 것 같다는 느낌도 든다.
우리는 샤르자 공항에서 나이로비로 갈 때는 공항에서 노숙을 했지만, 이번에 방콕으로 갈 때에는 잠시만 머무르게 되었다. 나이로비로 향할 때만 해도 샤르자 공항에 대한 사전 정보가 거의 없어서 공항에서 노숙해도 되는지 한다면 어디서 머물 수 있는지 공항 편의시설은 뭐가 있는지 등을 직접 몸으로 겪으며 알아볼 수밖에 없었다.
샤르자 공항 중앙에는 푸드코트처럼 몇 개의 식당과 카페들이 모인 테이블 공간이 있어서 식사를 하거나 쉬어갈 수 있고, 각 게이트로 가는 길에도 카페나 면세점이 있어서 이용이 가능했다.(푸드코트와 카페는 밤에는 한산하고 을씨년스러운 반면, 낮에는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붐빈다.) 샤르자 공항은 공항 이용객수에 비해 의자가 많이 부족한 편이라, 앉을 곳을 찾기 위해서는 여기저기 헤매야 했다. 공항 노숙을 할 때에는 다리를 쭉 펼 수 있는 의자도 있어서, 그 의자를 선점한다면 그나마 편한 밤을 보낼 수 있다. (그 의자 개수도 부족해서 눈치싸움을 해야 했지만.) 곳곳에 콘센트가 있어 충전은 가능하지만 그것도 사람이 많을 때에는 사용하기 쉽지 않았다. 그리고 밤을 보내기엔 꽤 쌀쌀해서 담요나 두꺼운 옷이 있으면 상대적으로 쾌적한(?) 노숙을 할 수 있다.
조금은 불편한 공항이었지만 그래도 비용을 많이 아껴서 케냐에 갔다 올 수 있었으니 괜찮았다. 우리는 먹을 것들을 미리 준비해서 비행기를 탔기 때문에, 이곳에서 커피(18 디르함)와 홍차(5 디르함) 정도만 사다가 마셨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커피가 꽤 맛있어서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러웠다. 아랍에미레이트 물가 수준 때문에 그다지 저렴하진 않지만, 뭐 한국의 미친 물가와 커피값을 생각하면 딱히 못 마실 정도는 아니었으니까.
방콕으로 돌아갈 때는 푸드코트와 면세점이 모여있는 곳에서 기다리다가 보딩 시간이 다가오면 게이트 쪽으로 들어가는데 그때도 다시 한번 짐 검사를 한다. 혼잡하고 정신이 없었지만 게이트 앞은 그래도 여유가 있다. 내가 갔덩 게이트쪽에는 푸드코트나 면세점 보다 더 저렴한 간이식당들이 있어서, 끼니를 때우거나 물이나 음료를 구입하기 좋아 보였다. 그리고 간혹 물만 판매하는 자판기가 있는데, 여기서는 1 디르함(약 400원)으로 생수를 구매할 수 있다. 간이식당이나 매점에서 파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고, 애초에 짐 검사할 때 액체류 반입 금지 때문에 식수를 구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라서, 이 자판기가 우리에게 큰 힘이 되어 주었다. 우리는 자판기에서 산 물 하나를 홀짝 거리며 비행기에 올랐다.
- 샤르자 국제공항
Sharjah International Airport - Sharjah - 아랍에미리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