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도하 <Dgrill Restaurant>
의도한 건 아니지만 라마단 기간 중 도하에 머물게 된 이상, 이곳 사람들에게 맞추는 게 맞겠다는 생각으로 하루종일 밖에서는 과자 한 조각 먹지 않았다. 그 대신 해가 지고 뭔가를 먹을 수 있게 되자, 우리도 떠나기 전에 제대로 된 식사를 한 끼라도 먹어보자는 마음으로 근처에 있는 레스토랑들을 둘러보았다. 식사는 호텔에서 할 수도 있었고, 건너편 수크 와키프에서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어딜가나 사람들이 가득 차 있어서 뭔가 차분하고 느긋하게 식사하기는 어려운 분위기였다.
그래서 찾아간 식당은 호텔에서 10분 정도 떨어져 있는 <Dgrill Restaurant>이라는 곳이었다. 별다른 정보는 없었지만 관광지에서 조금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조용하게 식사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찾아간 것이었다. 가게 이름 그대로 그릴에 구운 고기를 다루는 곳인 듯했는데, 시끌벅적한 수크 와키프와는 다르게 너무도 조용했다. 조용한 곳을 찾아간다고 갔는데 되려 지나치게 조용하니 또 들어가기 꺼려지는 이 심리는 무엇일까? 잠시 망설이다가 가게 앞 야외 좌석에 자리를 잡았다. 이 밤중에 낯선 거리를 헤맬 수는 없는 일이었으니까.
비교적 부담없는 가격에 메뉴도 정말 다양했다. 그 많은 메뉴들 중에 우리가 고른 것은 '미니 그릴 플래터, 치킨 비리야니, 레몬 민트 주스'였다. 혹시 좀 모라자면 먹어보고 더 시키기로 하고 일단은 주문 완료! 조용한 분위기에서 직원들의 친절한 응대를 받으며 음식을 기다렸다. 곧 주문한 음식들이 나오는데, 음식들과 함께 길고양이들도 우리 테이블로 몰려오기 시작했다. 다수의 경험을 통해 고양이들과 눈을 마주치면 어쩔 수 없이 고기 몇 조각을 헌납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으므로 일부러 최대한 눈길을 주지 않았다.
고양이들에게 심하게 약탈당하지만 않는다면, 여기 음식들의 양이 꽤나 넉넉한 편이다. 여러가지 먹어보고 싶어서 주문한 그릴 플래터는 매우 다양한 고기들의 구성이라서 이것저것 맛보는 즐거움이 있었고, 소스를 찍어 먹으면 또 새로운 맛을 즐길 수 있었다. 그리고 인도에서의 추억을 되살리며 주문한 치킨 비리야니도 맛이 꽤 괜찮았고 또 특히 양이 엄청 많아서, 이것 한 가지만 다 먹어도 배가 부를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중동 지역에서 꼭 먹어봐야 할 것 같았던 레몬 민트 주스까지 곁들이니, 한국인 입장에서는 이국적인 저녁 한 상이 되었다. 다른 메뉴도 많아서 이것저것 더 먹어보고 싶었지만, 치킨 비리야니 양를 비롯해서 음식 양이 이미 많기도 했고, 이따가 밤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과식했다가는 너무 부대낄 것 같아서 이쯤에서 식사를 마무리 하기로 했다.
손님보다 직원들이 더 많은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로 조용한 식당이었지만, 평소에는 주변 직장인들이나 대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은 가게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가성비도 좋고 맛도 매우 좋았던 곳이었다. 수크 와키프를 비롯한 북적거리는 곳에서의 식사가 부담스러운 여행자라면 여기에 가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사 후 공항으로 떠나기 전 도하의 저녁과 밤을 느끼며 산책을 하기도 했는데, 이렇게 금방 떠나야 한다는 사실이 정말 아쉽게 느껴지는 산책이었다. 처음으로 가 본 카타르라는 나라, 그리고 도하라는 도시. 하필이면 라마단 기간에 방문해서 자유롭게 다니거나 먹거나 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오히려 한국에서는 체험해볼 수 없는 새로운 경험이라 오래도록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 Dgrill Restaurant
QDB Car Park Building, 11 Grand Hammad St, Doha, 카타르